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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취업과 일자리

    美고용시장 ‘유령 공고’ 확산…겉으론 구인난, 실제론 채용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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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인 공고, 실제 채용 건수보다 월 220만건 이상 많아

    숙련 인력 부족·이민 규제·노동시장 둔화가 격차 확대

    전문가 “구직자·정책 판단 모두 왜곡”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의 노동시장이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불확실한 상태에 놓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인 공고는 여전히 실업자 수와 비슷하거나 많은 수준이지만,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른바 ‘유령 공고’(ghost job)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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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미국 노동통계국(BLS) 자료상 2024년 초 이후 월간 구인 공고수는 신규 채용 건수보다 평균 220만 건 이상 많았다. 숫자만 보면 ‘일자리가 넘쳐난다’는 인상을 주지만, 상당수가 실제 채용 계획이 없는 공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 컨설팅업체 마이퍼펙트레쥬메의 재스민 에스칼레라 연구원은 “미국 노동시장은 서류상으로는 견조해 보이나, 많은 일자리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유령 공고는 구직자의 시간을 낭비시키고, 정책 당국이 참고하는 지표를 흐리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구인 공고는 2022년 3월 1200만건 이상으로 정점을 찍은 뒤 완만히 줄어 8월 기준 약 720만건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같은 달 신규 채용은 510만건에 그쳐 채용 여력과 공고 수 사이의 괴리는 여전히 크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향후 인력 수요에 대비해 미리 공고를 유지하거나, 실제로는 채용 의사가 없지만 인재 풀을 확보하기 위해 공고를 게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숙련 인력 부족, 이민 규제 강화, 기술 수요 변화 등이 공고와 채용의 격차를 키운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중소기업연맹(NFIB)은 최근 조사에서 “채용이 어려운 상황은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이며, 지원자 중 88%가 요구 기술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노동시장 둔화 조짐 속에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공식 고용·물가 통계가 발표되지 않으면서 시장 참가자와 정책 당국 모두 노동시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구직자 불만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 청원 플랫폼 체인지닷오그에는 유령 공고 규제를 요구하는 청원에 약 5만 명이 서명했다.

    에스칼레라 연구원은 “구직자에게는 시간 낭비, 정책 결정자에게는 잘못된 정보, 기업에게는 신뢰 하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공고가 실제 채용과 연결되지 않는 한 노동시장에 대한 신뢰는 점차 약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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