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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미국은 MMF, 홍콩은 국채 직접 발행…‘토큰 금융’ 미중패권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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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새 4.1배 커진 RWA 시장
    올 3분기 3227억弗 ‘폭풍 성장’
    월가·홍콩은 ‘국채 토큰’ 선점 경쟁
    블랙록 ‘BUIDL’ 등 토큰화 MMF 성장
    자본연 “K-국채토큰 로드맵 시급”
    한국은 토큰증권(STO) 법제화 2년째 지연


    매일경제

    RWA(실물자산) 토큰 시장 규모(스테이블코인 제외)가 지난 2023년 3분기 78.7억달러에서 올해 3분기 322.7억달러로 4.1배 급증했다. 특히 채권, 주식 등 전통자산 토큰화가 가파른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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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 시스템의 지형을 바꿀 ‘토큰화(Tokenization)’ 혁명이 월가를 넘어 각국 정부 차원의 주도권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금융 시스템의 근간인 ‘국채’마저 토큰화되며 24시간 거래와 ‘0초 결제’가 가능한 차세대 금융 인프라 경쟁이 불붙었지만, 한국은 관련 법안 처리조차 지연되며 ‘토큰 금융’ 대전환의 흐름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2일 자본시장연구원(KCMI)이 개최한 제5차 KCMI 이슈브리핑에서 발표자로 나선 김필규 선임연구위원과 정화영 채권연구센터장은 ‘디지털 전환 시대의 국채 토큰화’ 보고서를 공개했다.

    토큰화는 분산원장기술(DLT)을 기반으로 자산을 디지털로 기록해 , 스마트계약을 통한 자동화된 거래와 ‘원자적 결제’(자산 이전과 대금 지급의 동시 이행)를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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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자본시장연구원(KCMI)이 개최한 제5차 KCMI 이슈브리핑에서 김세완 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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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은 이미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과 정 센터장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글로벌 토큰화 시장 규모는 지난 2023년 3분기 78.7억달러에서 올해 3분기 322.7억달러(약 42조원)로, 불과 2년 만에 4.1배 급증했다. 특히 이 성장은 채권(13.6배), 주식(351.9배) 등 전통 금융자산이 주도하고 있다.

    그간 디지털자산 시장이 실물경제와 연결고리가 약한 암호자산 위주였다면, 이제는 RWA 토큰화가 전통 금융시장과 디지털 시장을 잇는 강력한 가교가 되고 있다.

    ◆ ‘금융 뼈대’ 국채 선점 나선 각국…美 “민간 MMF” vs 홍콩 “정부 발행”
    매일경제

    홍콩은 2023년 세계 최초로 녹색국채 토큰을 발행한 데 이어 작년 4개 통화로 ‘네이티브’ 발행에 성공했다. 유럽연합(EU) 최초로 슬로베니아가, 룩셈부르크는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등 각국 정부가 차세대 금융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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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거대한 흐름의 중심에 ‘국채 토큰’이 있다. 국채는 무위험금리의 기준점이자 금융 시스템의 핵심 담보자산이다.

    BIS(국제결제은행)는 국채토큰을 도매용 CBDC(wCBDC), 예금토큰과 함께 ‘토큰화 금융 시스템의 근간’으로 지목했다.

    토큰화는 국채의 담보 기능을 극대화한다. 자동화된 담보 관리, 즉각적인 결제 이전은 물론, 기존에 불가능했던 ‘일중(intraday) 레포(repo) 거래’까지 가능하게 해 자금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각국은 이 ‘미래의 뼈대’를 선점하기 위해 속도전을 벌이고 있으며,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홍콩과 유럽이 주도하는 ‘직접 발행’이다. 정부가 국채를 토큰 형태로 직접 발행하는 이상적인 방식이다.

    홍콩은 2023년과 2024년 녹색국채 토큰 발행에 성공했으며, 아예 ‘정례 발행’을 추진해 아시아 디지털자산 허브 지위를 노리고 있다. 유럽 역시 ECB, SNB(스위스 중앙은행) 주도로 wCBDC와 연계한 채권 토큰 발행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둘째는 미국 민간 부문이 주도하는 ‘간접 방식’이다. 미국은 정부 대신 블랙록, 프랭클린 템플턴 같은 자산운용사들이 단기 국채에 투자하는 MMF를 토큰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미국 MMF 토큰화의 파급력은 예상보다 크다. 핵심은 ‘활용도의 혁신’이다. 기존 MMF는 투자나 자금 운용 용도로만 쓰였지만, 토큰화 MMF(BUIDL, BENJI 등)는 즉각적인 결제는 물론, 기존에 불가능했던 ‘담보증권’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지난 2023년 10월 MMF 토큰이 파생상품 거래 담보로 사용된 첫 거래가 성사됐고 , 골드만삭스, BNY멜론 등도 관련 솔루션을 출시하며 토큰화 MMF의 담보 잠재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국채가 토큰화 시장 성장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韓, ‘STO 법안’ 표류…‘부동산 조각투자’에 발목
    매일경제

    미국은 정부가 직접 발행하는 대신 블랙록(BUIDL) 등 민간 자산운용사들이 국채 MMF를 토큰화하는 ‘간접 방식’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미 국채 기반 토큰 상품 규모가 2024년 이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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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은 글로벌 토큰화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2023년 초 토큰 증권(STO) 발행·유통 규율체계를 발표했지만, 관련 법제화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시장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부동산 조각투자’ 수준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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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자본시장연구원(KCMI)이 개최한 제5차 KCMI 이슈브리핑에서 발표자로 나선 정화영 채권연구센터장이 ‘토큰화 국채’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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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토큰화 시스템 도입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디지털자산 생태계 조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투기적 암호자산과 RWA 기반 디지털자산을 분리해 규제체계를 마련하고 , ‘K-국채토큰’ 발행을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JP모건이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글로벌 금융사들이 기술 변화에 사활을 거는 가운데, 국내 금융기관들 역시 경쟁력 저하를 피하기 위해 DLT 기반의 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은 “국채를 시작으로 주식, 부동산, 금, 기타 실물자산 등 모든 가치 있는 자산에 대한 토큰화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모든 금융 거래에 있어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토큰화 경제’에 대한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국내 디지털 경제 활성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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