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제 도입 사업장 20% 불과
중소·비정규직 외면당해
노동시장 양극화 심화될 것
중소·비정규직 외면당해
노동시장 양극화 심화될 것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왼쪽)이 11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김지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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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정부의 65세 법정 정년 연장 추진에 대해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만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경총은 정년 연장의 대안으로 퇴직 후 재고용 제도 도입과 임금체계 개편을 제시했다.
경총은 11일 ‘법정 정년 연장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내고 “양대 노총이 주장하는 65세 법정 정년 연장은 사실상 소속 노조원을 위한 정책”이라며 “혜택 대부분이 대기업·공공기관 정규직에 집중되고 전체 노동자의 80%에 달하는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는 소외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 “정년제를 운영하는 사업장은 전체의 20% 수준에 불과한데 그마저도 대부분 노조가 있는 대기업과 공공부문”이라며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노조 조직률이 낮은 중소기업의 경우 정년 연장 효과가 미미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경총은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정년 60세 의무화 이후 55~59세 고령 근로자 1명이 늘어날 때 23~27세 청년 근로자는 0.4~1.5명 감소했다. 경총은 “다수 연구에서도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확인됐다”며 “특히 임금 연공성이 높은 대기업일수록 그 영향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대안으로 ‘정년 후 재고용에 관한 특별법(가칭)’ 제정을 제안했다. 일률적인 정년 연장 대신 기업이 필요 인력을 선별적으로 재고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근 부회장은 “삼성전자·포스코·현대자동차 등 일부 기업은 이미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며 “일본처럼 퇴직 후 70% 수준의 임금으로 계속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경총은 정년 연장이 논의되더라도 임금체계 개편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호봉제(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유지한 채 정년만 늘리면 인건비 부담과 인사 적체, 중장년층의 ‘프리라이더’(성과 기여 없이 임금만 누리는 무임승차자)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부회장은 “정년 연장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면 고령자뿐 아니라 청년층에서도 찬성률이 80% 수준으로 높게 나타난다”며 “하지만 청년층은 사회적으로 조직화하지 않아 세대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년 문제가 청년 세대의 일자리와 소득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사회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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