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두번째 총장에 차장도 부재…'검찰개혁' 한복판 혼란 불가피
공백 수습 나설듯…'항소포기' 집단 반발에 '선택적 분노' 지적도
사의 표명한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 |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이도흔 기자 =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사법연수원 29기·대검찰청 차장검사)이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촉발된 거센 내부 반발에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추진으로 변화의 한복판에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29기)에 이어 노 대행마저 물러나겠다고 밝히면서 구심점을 잃은 검찰 조직이 '시계 제로'의 혼돈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검찰 전례를 볼 때 대검 차장 자리를 채우는 신속한 후속 인사로 봉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노 대행은 이재명 정부 출범 한 달여 뒤인 지난 7월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이 중도 퇴진하면서 총장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검찰청 폐지가 예고된 상황에서 정부 기조에 발맞추면서도 조직 내부를 다독여야 하는 녹록지 않은 역할을 떠안았다.
차기 총장 인선 작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직무대행 체제로 검찰청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노 대행이 사실상 검찰청 간판의 마지막 수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촉발된 노 대행의 책임론이 검사들의 집단 반발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결국 넉 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됐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의 책임론이 집중된 노 대행이 사퇴함에 따라 이번 집단 반발 사태가 진정 수순으로 갈지 주목된다.
검찰 안팎에서는 법무부 외압 여부가 규명되지 않은 만큼 여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사태의 지휘선상에 있던 수뇌부 2명이 자리에서 물러난 만큼 진정되는 수순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이 엇갈린다.
'대장동 항소 포기' 검찰 내부 반발 확산 |
노 대행은 검찰청 폐지 내용을 담은 정부 조직개편안 발표와 개정안 통과를 비롯한 중요 국면에서 '검찰개혁'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대검이 정부 여당의 검찰개혁 추진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9월 예고대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하자 "검찰총장 대행이 왜 적극적인 저항에 나서지 않는 건지 의문이다", "대검이 구심점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장동 항소 포기' 검찰 내부 반발 확산 |
검찰청의 간판을 내리는 '검찰개혁' 움직임에 총장 대행이 사실상 발을 맞추는 듯한 모습을 보여온 데 대한 불만이 누적되는 와중에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가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의 이번 반발을 두고 '선택적 분노'라며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이번 사태의 단초가 된 대장동 비리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민간업자 일당에게 중형을 선고하면서도 배임 혐의 기소 뒤 추가된 증거에 대해선 사실상 별건 수사라며 증거능력을 제한한 만큼 무리한 수사란 비판도 있다.
한 검찰 간부는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해 반대할 수 있지만 검찰 수장으로서 고민을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고 이렇게 몰아치는 듯한 부분은 앞으로도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1심 판결이나 항소 여부에 대한 정확한 평가라기보다는 정파적인 측면이 너무 커진 것 같다"며 "꼬투리 잡았다고 덤벼드는 듯해 씁쓸한 면도 있다"고 했다.
반면 다른 검찰 고위간부 출신 인사는 "법을 적용하는 검찰 입장에서는 담담하게 원칙대로 하면 되는데 이렇게 복잡하게 할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전직 고검장도 "노 대행이 자꾸 수사와 재판 외적인 논리를 얘기하니까 더욱 문제가 꼬인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번 사태로 검찰 '빅4' 중 사실상 검찰총장 직무대행으로 역할 해야 하는 대검 차장과 국내 최대 규모의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직이 공석이 되면서 후속 검찰 인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단 검찰총장 대행직은 대검 부장 중 서열상 선임인 차순길 기획조정부장(31기)이 물려받게 된다. '대행의 대행' 체제가 현실화한 것이다.
과거 검찰 위기론이 불거졌을 때 총장, 차장 모두 공석인 수뇌부 공백 사태는 한차례 있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임채진 총장이 사직하고 문성우 대검 차장이 대행을 지내다 퇴임한 뒤 한명관 기조부장이 총장 직무대행으로 5일간 근무했다. 이후 차동민 수원지검장이 대검 차장으로 임명돼 자리를 잡았다.
유사한 총장·차장 사의 표명 상황으로는, 2022년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에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입법 추진 당시 김오수 총장이 사표를 내면서 박성진 대검 차장이 총장 대행을 맡았다. 그런데 박 차장 역시 사직서를 내면서 예세민 기조부장이 '대행의 대행'이 될뻔 했으나 박 차장이 출근은 계속하면서 대행 체제가 일단 유지됐다.
항소 포기 관련 질의 답하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 |
다만 검찰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할 정부·여당 입장에선 마냥 수뇌부를 공석으로 비워두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혼란에 휩싸인 조직 분위기를 추스르고 여론을 다독이며 협조를 끌어내야 하는 구심적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급적 이른 시점에 법무부가 후속 인사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굳이 대행 체제로 갈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곧바로 대검 차장 후속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검 차장은 검찰총장과 달리 인사청문회를 거칠 필요가 없다. 고검장급인 이진수 법무부 차관(29기)을 제외하고 현재 고검장은 3명이 있으며 이들 중 한 명이 보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도 정진우 검사장(29기)이 사의를 밝힌 뒤 리더십 공백을 피하기 위해 검사장급 전보 인사를 통해 메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후속 인사로 누가 자리를 채우든 이번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는 동시에 정부·여당의 검찰개혁에 보조를 맞춰야 하는 중책을 맡게 돼 당분간 험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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