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측 “사면 요청은 공식 문서로만 가능”
트럼프, 청원서에서 네타냐후 전쟁 리더십 극찬
네타냐후 “청원 내용 정곡 찔러… 사실 그대로”
12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 대통령실은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이 트럼프가 보낸 네타냐후 사면 청원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그간 네타냐후의 리더십을 극찬하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네타냐후에게 특사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왔다. 그런데 이 같은 내용을 말로 하는 대신 아닌 정식 문서로 작성해 이스라엘 대통령실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 의원내각제 국가 이스라엘에서 대통령은 사면권 등 극히 제한된 권한만 행사하는 의례적·상징적 국가원수이고, 실권은 의회가 선출한 총리에게 있다. 이스라엘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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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이스라엘 대통령실의 요청을 트럼프 측이 수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기본법(헌법)에 따르면 범죄자를 사면하거나 형량을 감경할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통상적으로는 사법부에서 유죄 판결과 형량이 확정된 인사가 사면 대상이 되지만, 법원 판례는 대통령이 ‘공익에 꼭 필요한 경우’ 등에 한해 형의 확정 이전에도 사면권을 발동할 수 있다고 인정한다. 아직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의 사면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란 뜻이다.
문제는 본인이나 타인의 사면을 원하는 이는 반드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작성한 공식 청원서를 이스라엘 대통령실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세계 최강국이자 이스라엘의 맹방인 미국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 이스라엘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이스라엘 대통령실은 “헤르초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최고로 존중하고, 또 이스라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변함없는 지지를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특정인에 대한 사면 청원은 오로지 공식 문서로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청원서에서 “나는 이스라엘 사법 시스템의 독립성을 절대적으로 존중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정치적이고 부당한 기소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3년간 이스라엘 정부와 국민은 극도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으나, 이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을 평화의 시대로 이끌고 있다”며 “전쟁 기간 강력하고 결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준 네타냐후 총리에게 완전한 사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23년 10월 시작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이 최근 휴전에 돌입한 점을 강조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트럼프는 뇌물 수수 등 부패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인 네타냐후의 사면을 이스라엘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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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또 네타냐후를 애칭인 ‘비비’(Bibi)라고 부르며 “미국·이스라엘 공동의 강적인 이란에 맞서 오랫동안 우리(미국)와 함께 싸워 온 비비에 대한 기소는 온당치 않다”는 말로 미국에는 네타냐후라는 동지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 같은 트럼프의 성의 있고 우정 어린 조치에 네타냐후는 무척이나 감동한 표정이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참으로 믿기 힘든 도움(incredible support)”이라며 청원서 내용에 대해 “늘 그렇듯이 정곡을 찌르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극찬했다. 네타냐후는 트럼프를 향해 “안보 강화와 평화 확대를 위한 양국의 파트너십 지속을 고대한다”고 거듭 러브콜을 보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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