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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노만석 사퇴 8시간반 무슨일이…"리더십 상처" 참모 설득에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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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티느냐 떠나느냐' 참모진과 온종일 토론…법무부 협의는 안해

    盧 "전 정권서 기소한게 현 정권서 문제돼…수시로 부대껴" 소회

    연합뉴스

    '묵묵부답' 출근하는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5.11.12 saba@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사의를 밝힌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사법연수원 29기·대검찰청 차장검사)은 직 유지와 사퇴 카드를 놓고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하다 결국 퇴진을 결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사장급 고위 참모부터 검찰연구관인 평검사까지 거취 결단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남아서 자리를 지킨다고 한들 "이미 리더십에 상처가 나 영(令)이 서지 않는다"는 참모진의 설득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 대행은 전날 오전 8시40분께 대검 청사로 출근하고서 곧이어 참모진인 대검 부장(검사장급) 7명과 회의를 하면서 거취 여부를 논의했다.

    노 대행은 오전 회의 석상에서 "조금 더 고민해보겠다"면서도 "오늘(12일)까지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결정 시한을 못 박아뒀다고 한다.

    이후 오전 한때 노 대행이 외부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그의 사퇴를 반대하는 법무부와 조율 아래 자리를 지키기로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노 대행이 점심 이후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자 부장들은 오후에 그를 다시 찾아가 용퇴를 건의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도 노 대행은 버티기를 고집하고 참모진은 일방적으로 사퇴를 압박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한다.

    참모진은 노 대행이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었지만, 노 대행과 '남는 선택지와 떠나는 선택지'의 장단점과 그 선택의 여파에 대해 가감 없는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장들이 여러 명씩 논의하다 수시로 노 대행을 찾아가 의견을 건네거나, 노 대행이 먼저 몇몇 참모진을 불러 의견을 물어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항소 포기 논란에 직접 관련된 '당사자' 중 한명인 박철우 반부패부장은 회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고, 주로 용퇴를 요구하는 다른 부장들의 의견을 듣는 쪽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검찰 '항소포기' 논란 지속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을 두고 내부에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사퇴 요구와 관련한 언론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사진은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검찰기. 2025.11.12 saba@yna.co.kr



    사실상 하루 종일 이뤄진 노 대행과 참모진 간 논의 과정에서 사퇴 결단에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된 건 "자리를 지킨다고 한들 '제대로 된 대행' 역할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 검찰청의 검사장 및 고검 차장 등 검사장급부터 대검 참모진의 검사장급 부장, 부장검사급 과장, 평검사인 연구관들 사이에서까지 사퇴 목소리가 나온 만큼 "이미 리더십에 상처가 나서 더 이상 영이 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었다.

    일각에선 당초 사퇴를 하지 않으려던 노 대행이 대검 부장들의 거듭된 요구에 마음을 돌렸다는 추측도 제기됐으나 노 대행은 여러 의견을 청취하며 끝까지 고심을 이어갔다고 대검 관계자는 전했다.

    사퇴 결정 과정에서 법무부와 교감이나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한 핵심 관계자는 "노 대행이 사퇴를 결심하기 전 법무부 측과 협의하거나 사퇴 사실을 사전에 알리거나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출근 8시간 반 만인 오후 5시께 노 대행은 결단을 내리고 부장들을 불러 모았고 이 자리에서 "사퇴하기로 했다"는 결심을 밝혔다. 소회는 '퇴직의 변'으로 갈음하겠다며 다른 말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참모진 대부분은 이 자리에서 "보필을 못 해서 죄송하다",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대검 대변인실은 오후 5시 40분께 취재진에 노 대행의 사의 표명을 공지했고, 노 대행은 30분 뒤인 오후 6시 10분께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지하로 청사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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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하는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사의를 표명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하고 있다. 2025.11.12 [공동취재] dwise@yna.co.kr



    노 대행은 다만 서울 강남구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교적 진솔하게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의 윗선 개입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노 대행은 "제가 한 일이 비굴한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검찰을 지키기 위해 한 행동"이라며 자신의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제가 빠져줘야 (검찰 조직이) 빨리 정착된다고 생각해서 빠져나온 것"이라며 "이 시점에서는 '잘못한 게 없다'고 부득부득 우겨서 조직에 득이 될 게 없다 싶어서 이 정도에서 빠져주자 이렇게 된 것"이라고 결심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4개월 동안 차장을 했던 것이 20년 동안 검사 생활한 것보다 더 길었고 4일간 있었던 일이 4개월보다 더 길었다", "어제는 천번 만번 생각이 바뀌었다"라고도 고백했다. 노 대행은 2000년 대구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노 대행은 직무대행을 맡게 된 이후로 정부의 압박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전 정권이 기소해놨던 게 전부 다 현 정권 문제가 돼버리고, 현 검찰청에서는 저쪽(현 정권)에서 요구사항을 받아주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저쪽에서 지우려고 하고 우리(검찰)는 지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수시로 많이 부대껴왔다. 조율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라고도 했다.

    이날 출근하지 않은 노 대행은 오는 14일 면직안이 수리될 것으로 보고 당일 오전 퇴임식을 열기로 했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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