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공급 절벽 vs 대출 규제 팽팽
2026년 글로벌 거시경제와 산업 구도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2026년 투자 포트폴리오도 당연히 재조정이 필요하다.
주식 시장에서는 그동안 코스피 발목을 잡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서서히 해소, 코스피 강세론에 무게가 실린다. 시가총액 1~2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력을 되찾았다. 전 세계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2026년 대형 반도체주가 주도하는 코스피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주식 시장 역시 AI 테마 수혜로 우상향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제도권 편입으로 투자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 디지털자산(코인)도 이제는 주요 선택지 중 하나로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
변수가 있다면 확산하는 ‘AI 버블론’이다. 자칫 미국 AI 관련 기업 실적이 무너질 경우, 그 여파는 미장은 물론 코스피 투심 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나스닥 동조 현상이 여전한 코인 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2026년에도 국장 강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은 코스피가 사상 최초 4200대로 장을 마감한 지난 11월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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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 | 국장 비중 높여라
헬스케어·2차전지 주목할 만
역사적으로 장기 우상향 곡선을 그린 미국 증시와 달리,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발목 잡힌 코스피는 수년간 박스에 갇혔다. 이른바 ‘박스피’다. 그러나 2025년 코스피는 박스권을 뚫고 역사상 가장 높은 곳에 도달했다. 오름세는 2026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코스피 5000 시대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코스피 강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양호한 기업 실적, 탄탄한 공급망, 정부 코스피 부양 정책이 맞물린 영향이 크다.
먼저 실적이다. 미국 보편관세 시행에 따른 실적 우려가 무색하게, 국내 기업 실적 전망치는 대체로 상향 조정됐다. 내수 기업 외 정보기술(IT)과 산업재 등 주요 수출 기업 역시 마진과 매출 방어력을 높였고 대미 관세 영향을 뚫어냈다. 탄탄한 공급망도 두드러진다. 한국 기업은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 과정에 성공적으로 편승했다는 평가다. 미국 바이든정부 시절부터 대미 직접투자(FDI)를 확대하며 적극적으로 공급망 재편에 탑승한 결과다.
정부 주도 정책이 구체화하는 점도 긍정적이다. 정부는 2025년 5개년 국정 계획을 발표하며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주주환원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도 크다.
관건은 2026년 이 흐름이 지속될지 여부다. 글로벌 구도만 놓고 보면 가능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많다. 공급망 측면에서 보면 미국이 중국을 자국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한국 존재감이 강해지고 있다. 정부 정책 역시, 기업이 보유 중인 자사주 소각을 통해 지속적으로 주가 상승을 유도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내년 코스피를 낙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견조한 실적이다. 신한투자증권은 2026년 코스피 주당순이익(EPS)이 23% 상승할 것으로 내다본다. 고공행진 중인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는다면, 기업 실적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업종별로는 소재와 에너지 강세가 예상된다. 내년 EPS 상승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이 소재(144%)와 에너지(88%)다. IT 또한 35% 오름세를 보이며 실적 호조를 이어갈 기세다. 커뮤니케이션(통신·미디어·콘텐츠)과 산업재 역시 22%씩 EPS 상승이 기대된다.
그동안 주가가 억눌려왔던 2차전지와 헬스케어 업종 부활이 점쳐진다. 특히 금리 인하기 성장주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확대되며 주가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차전지 가치사슬(밸류체인)은 대미투자 결실이 서서히 나타나 실적을 회복할 것”이라며 “내년 31% EPS 성장세가 예상되는 헬스케어 업종 반등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2026년 코스피 5000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B증권은 최근 내년 코스피 목표지수를 5000포인트로 제시하는 보고서를 냈다. 이은택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재고를 확충하는 흐름이 기업 EPS를 견인하고 정부의 자본 시장 정상화 정책이 주가수익비율(PER)을 지지할 것”이라며 “과거에도 반도체 사이클은 반복됐지만 코스피 EPS와 PER이 동반 상승한 시기는 드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증시는 3저 호황 이후 40년 만에 장기 상승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미국 주식 | 나스닥 불패 이어진다
실적 좋지만…비중 좀 낮춰야
미국 증시 우상향 흐름도 분명하다. 기업 실적과 유동성 환경 모두 증시에 우호적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이익 증가율은 약 14%로 예상된다.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높여간다는 분석이다. 지수 저점을 끌어올리고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거시경제 환경도 주식 시장에 나쁘지 않다. 미국은 지난 9월 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향후 3~4차례 추가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는 주식 시장에 호재로 작용한다. 유동성이 확대되면 안전자산 가치가 떨어져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돈이 몰리기 때문이다. 정책 측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국우선주의와 적극적인 자국 내 생산(리쇼어링) 장려가 미국 투자 확대와 성장률 회복, 소비·생산 지표 개선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경제와 금융 환경 등을 고려하면 미국 3대 지수 중 기술주 중심 ‘나스닥’이 미장 강세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성장주가 가치주보다 상대적 우위를 보이는 국면이 계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성장주·기술주 중심 실적 개선과 유동성 확대 등의 이유로 나스닥 강세를 예상한다”며 “업종별로는 IT·커뮤니케이션·바이오·금융·산업재·전력·방산 등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에서 고개를 드는 AI 버블론은 예의주시해야 한다. 월가 전문가 다수가 미국 주식 시장에 대한 비관론을 펼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최근 홍콩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리더 투자 서밋에서 테드 픽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거시경제 충격이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10~15%의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 역시 “기술주 가격은 이미 높아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또한 “향후 6개월에서 2년 사이에 큰 조정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장기 우상향 흐름은 이어지겠지만, 과거보다는 미국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중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반적인 국면에서는 미국 주식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담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현시점에선 미국 주식을 그렇게 많이 가져가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며 “AI 버블 논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고 시장 전체적으로 고평가 우려가 파다한 만큼 비중을 절반 이하로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코인 | 비트코인·스테이블코인
디지털 금, 디지털 달러가 되다
코인은 더 이상 ‘변방 자산’이 아니다. 2026년 투자 전략을 짤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투자처로 거듭났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여기에 최근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맞물리며 코인은 이미 전통 금융권 안으로 깊숙이 편입 중이다. 2026년 코인 투심을 이끌어갈 키워드는 두 개다. 디지털 금으로 위상이 공고해진 비트코인, 그리고 디지털 달러로 활용되기 시작한 스테이블코인이다.
2026년 예정된 비트코인 관련 가장 큰 변화는 제도권 자금 대규모 유입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25조달러에 달하는 미국 퇴직연금(401k)에 비트코인 투자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전통 금융권도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월가 헤지펀드와 글로벌 연기금이 포트폴리오 일부를 비트코인 ETF에 할당하며 시장 깊이가 달라졌다. 모건스탠리·피델리티는 비트코인 담보대출 서비스를 시작했고, 시카고선물거래소(CME)는 비트코인 선물 거래 규모를 연 5000억달러 이상으로 확대했다. 2026년은 비트코인이 완전히 제도권 자금망에 편입되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비트코인 수급 상황도 시장에 우호적이다. ETF 순매입량이 신규 채굴량의 3.5배에 달하는 구조적 공급 부족이다. 그간 채굴 즉시 시장에 내다팔던 채굴 기업이 너도나도 보유량을 늘릴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스테이블코인 부상도 주목할 포인트다. 달러 가치에 1 대 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글로벌 결제 인프라로 작동한다. 미국은 2025년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통과시켜 발행자 인가제, 준비금 요건, 외부감사 의무를 명문화했다. 발행사는 연준 감독 아래 미국 단기국채를 준비금으로 보유해야 한다. JP모건은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국채에 투자하는 민간형 달러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미국채 수요와 달러 패권 유지의 핵심 수단이 되는 모양새라, 미국 정부의 스테이블코인 밀어주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테더(USDT)·서클(USDC)이 보유한 미 국채 규모만 1200억달러를 넘었다.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흐름은 한국에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시행을 목표로 ‘원화 연동형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추진 중이다. 민간도 나선다. 신한·KB·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이 전담 조직을 신설했고, 네이버파이낸셜과 업비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합병안을 논의 중이다. 카카오·토스도 각자 은행 계열사를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 실증 사업에 착수했다. 2026년 내로 국내 코인 거래소에서 원화·달러 스테이블코인 간 유동성 경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2026년은 디지털자산이 금융 시장 인프라로 통합되는 첫해가 될 것”이라며 “비트코인·이더리움·스테이블코인이 각각 가치저장·인프라·결제 기능을 담당하는 3축 체제가 공고해졌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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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달러 | 불안해진 안전자산
사상 최고치 금…변동성 커져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달러는 최근 불안 요소가 커졌다. 이유는 각기 다르다. 금은 올해 가격이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웠다. 그만큼 가격 부담이 커진 셈이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금 가격은 급락했다. 지난 10월 20일 온스당 4359달러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달성한 후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며 28일엔 4000달러선을 내줬다. 11월 초까지도 4000달러 회복을 못했다.
달러 역시 올해 큰 변동성을 나타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연초 109포인트에서 지난 6월 96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이후 10월까지 100포인트를 밑돌던 달러인덱스는 11월 들어 다시 100포인트대로 올라섰다. AI 버블론 확산으로 주가가 떨어지며 안전자산 선호도가 재차 높아지면서다. 연말엔 달러 가치 재하락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국 재정부채 부담이 여전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의지가 크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금과 달러가 갖는 안전자산 가치를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주식과 코인 시장 모두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흐름에서 안전자산으로 리스크를 방어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현 다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금 같은 실물자산은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치가 높다”며 “자산 변동성이 커진 만큼 일정 부분 현금성 자산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수도권 ‘선택적 상승’, 지방 침체 지속
2026년 부동산 시장 흐름에도 투자자 이목이 쏠린다. 올해 서울·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정부의 고강도 대출·세제·토지거래허가 규제 속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2026년 ‘공급 절벽’과 ‘전세의 월세화’, 금리 인하 기대가 집값 상승 압력을 높일 것으로 본다. 다만 올해 발표된 6·27 대책, 10·15 대책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시장 불확실성은 커질 전망이다.
양극화 역시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핵심지 신축 아파트와 재건축, 재개발 정비사업지는 강세를 보이지만, 지방 부동산과 비핵심 상업용 부동산은 약세가 고착화될 전망이다. 이런 환경에서도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면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더 견고해질 서울·수도권 인기
공급 절벽이 밀어올리는 집값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팽팽하게 맞서기는 하지만 2026년에도 서울,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중심으로 한 ‘1극 체제’는 쉽게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가장 큰 이유는 주택 공급 부족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 신규 입주 아파트는 총 8만3622가구로 올해(12만9241가구)보다 35.3%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2013년(9만4230가구) 이후 처음으로 한 해 입주 물량이 10만가구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 입주 물량은 2018년 23만3079가구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다. 특히 내년 서울 입주는 1만4484가구로, 올해(3만9141가구) 대비 63%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허가 실적도 크게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수도권 인허가 물량은 2021년 30만3255가구에서 올해(1~7월 기준) 8만5346가구로 급감했다. 분양가 상승, 공사비 상승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신규 입주 물량이 줄면 그만큼 전세 물량이 부족해져 전셋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전셋값 상승은 매매 가격을 밀어올리거나 떠받치는 하방선 역할을 한다. 전세 대신 매매를 결심하는 수요도 더욱 늘어날 여지가 있다. 여기에 주식 시장, 가상화폐 시장 호황으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졌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매매 심리에 한몫 더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주택 매매는 0.8%, 전세는 4%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건산연은 올해 전셋값이 1% 오를 것으로 전망했는데, 내년은 상승률이 4배로 뛸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변수가 하나 더 생겼다. 정부의 10·15 대책 발표에 따라 서울·수도권 전 지역과 규제지역에서 15억원 넘는 주택을 구입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이 6억원에서 4억원 이하로 더 줄었다. 25억원 이상 아파트는 아예 대출 한도가 2억원으로 제한됐다. 1주택자 전세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계산에 반영돼 주택 대출 심사가 깐깐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대출 수요를 줄이고 1주택자의 갭투자를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지역 역시 대폭 확대됐다. 다주택자 취득세와 양도세 중과(양도세 중과는 내년 5월까지 유예)도 강화됐다. 강력한 규제에 따라 그간의 상승세가 단기적으로 주춤할 가능성은 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만성적인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강력한 신호 없이는 주택 가격이 다시 상승을 반복할 것으로 내다본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내년에는 ‘더 똘똘한 한 채’가 주목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과거에는 입지만 좋으면 대장 단지, 2~3등 단지 순으로 수요가 몰렸지만, 이제는 입지 좋은 낡은 구축 아파트보다 조금 외곽이더라도 쾌적한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며 “입지 좋은 곳 낡은 구축 아파트,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경우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곳, 즉 ‘미래에 신축이 될 곳’에 한정된다”고 분석했다.
‘미래 신축’ 재건축·재개발
반포·압구정·성수·여의도 눈길
신축 선호 현상이 두드러질수록 내년 서울 부동산 시장은 정비사업을 중심축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가용 토지가 부족한 서울은 신규 공급의 80% 이상을 재건축·재개발이 차지한다. 정비사업이 사실상 유일한 신규 공급 수단인 셈이다. 정부 규제가 이어지더라도 입지 좋은 정비사업장은 거래가 뜸해질 뿐, 간헐적으로 신고가를 경신하며 ‘갭 메우기’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재건축 시장에서는 서울 압구정, 반포, 여의도, 목동, 상계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 재건축이 드라이브를 거는 중이다. 우선 분양 시장에서는 반포 재건축 단지가 인기를 끌 전망이다. 서초구청 분양가심사위원회는 지난 9월 서울 반포동 ‘래미안트리니원’ 분양가를 3.3㎡당 8484만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2024년 분양한 강남구 청담르엘(3.3㎡당 7209만원)을 뛰어넘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 중에서는 역대 최고 금액이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를 재건축해 짓는 래미안트리니원은 지하 3층~지상 35층, 17동, 2091가구 규모인데 전용 59·84㎡ 506가구가 일반분양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래미안트리니원 3.3㎡당 분양가가 8000만원을 훌쩍 넘지만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해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며 “바로 건너편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역시 한강변 대단지라 미래 가치가 높다”고 전했다.
강남구에서는 대표 부촌 압구정과 대표 학군지 대치동이 고액 자산가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압구정은 6개 지구로 나뉘어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2구역은 지난 9월 우선협상자였던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하고 가장 빠르게 사업을 추진 중이다. 3·4·5구역도 서울시 심의 문턱을 넘었다. 대치동에서는 은마아파트가 지난 9월 정비계획 변경안 심의를 통과하며 재건축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재건축을 통해 14층, 4424가구에서 최고 49층, 5893가구(공공주택 1090가구) 규모로 새롭게 탈바꿈할 예정이다.
비강남권에서 눈길을 끄는 지역은 서울 양천구 목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 재건축 아파트다.
목동신시가지는 한동안 재건축 첫 단추인 안전진단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지만 2024년 들어 14개 단지가 모두 안전진단을 통과하며 본격적인 재건축 물꼬를 텄다. 안전진단 통과 이후 재건축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중 8개 단지가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목동신시가지1~14단지 일대는 5만3000여가구 규모 ‘미니 신도시’로 탈바꿈한다.
대부분 1970년대에 지어져 재건축 연한(30년)을 훌쩍 넘긴 여의도 아파트들은 용적률이 높고 대지지분이 낮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재건축이 지지부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각종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재건축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서울 외 지역에서는 최근 재건축에 속도를 내는 1기 신도시를 주목할 만하다. 이재명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은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가 1기 신도시 후속 사업 물량을 당초 2만6000가구에서 7만가구로 2.6배 이상 늘린 것은 더 많은 재건축 사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1기 신도시 중에서도 주거 수요가 풍부한 분당과 평촌을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몰릴 전망이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중에서 지난해 말 대비 올 들어 아파트 시가총액이 오른 곳은 분당과 평촌뿐이었다. 평촌은 지난해 말 24조4000억원에서 25조7000억원으로 5.3%, 분당은 69조9000억원에서 73조5000억원으로 5.1% 증가했다. 반면 산본(-1.3%)과 일산(-1.2%)은 오히려 하락했다.
다시 서울로 돌아와 주요 지역 재정비촉진사업(뉴타운)·재개발 역시 2026년 인기를 끌 전망이다.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과 동작구 노량진뉴타운 등이 눈길을 끈다.
총 4개 지구로 나뉜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최고 높이 250m, 용적률 300%(준주거지역 500%) 규모의 아파트로 재개발된다. 임대주택 1792가구를 포함해 총 9428가구 주택이 공급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1592가구를 신축하는 성수4지구가 지난 9월 가장 먼저 통합심의 접수를 완료하며 개발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노량진뉴타운은 광화문, 강남, 여의도 등 도심 접근성이 좋은 데다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서부간선도로, 강남순환도로 등으로 진입하기도 수월해 교통 환경이 우수한 게 장점이다. 뉴타운 내 8개 구역 모두 대형 건설사의 고급 브랜드를 적용할 예정이라 고급 주거지로 탈바꿈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강남권 진입이 어려운 수요자는 차선책으로 중급지 뉴타운·재개발 구역을 눈여겨보라는 조언도 나왔다. 이주현 대표는 “동대문구 청량리뉴타운, 이문·휘경뉴타운, 성북구 장위뉴타운을 비롯해 경기 광명뉴타운, 재개발이 한창인 성남 구시가지는 서울·수도권 핵심 주거지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강남권이 아니어도 한강변에서 정비사업을 통해 신축 아파트로 거듭날 아파트를 눈여겨보면 좋다. 사진은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 (매경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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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 부동산, 우울한 한 해
월세 오르는 오피스텔만 호황
주택 시장은 정부 규제에도 우상향 전망이 우세한 데 반해, 수익형 부동산은 내년에도 상품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금리 인하 기대감, 월 임대료 상승으로 오피스텔 투자 여건은 개선되지만, 상가나 지식산업센터, 생활형숙박시설은 여전히 침체된 수요를 회복할 재료가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우선 오피스텔은 내년 투자를 고려해봐도 좋은 상품으로 꼽혔다. 최근 오피스텔 공급이 줄어드는 점이 호재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오피스텔 입주 예정 물량은 3만7420실로, 최근 10년간 연평균(7만여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내년에는 1만2310실로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오피스텔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서울 도심과 대학가 오피스텔 월세 수요가 늘다보니, 매매가격은 연일 상승세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025년 8월 서울 오피스텔 가격은 3억356만원으로 전월 대비 1.01% 올랐다. 오피스텔 평균 매매 가격이 전월 대비 1% 이상 오른 것은 2021년 8월 이후 4년 만이다.
단, 서울과 수도권 외곽, 지방 간 오피스텔 가격 양극화 현상은 심화할 전망이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용 오피스텔 수요가 유입되며 풍선효과가 예상된다”면서도 “반면 지방은 그간 과잉 공급된 물량이 소화될 정도의 수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이라도 입지만 좋으면 임대수익률이 치솟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지난 9월 기준 서울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이 4.82%였던 반면, 인천은 6.34%, 지방 5대 광역시는 6.47%를 기록했다. 지방이라도 옥석 가리기를 잘하면 우량 상품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상가나 지식산업센터, 생활형숙박시설 등은 내년에도 침체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상가는 외국인 방문객 증가와 함께 일부 상권의 체험형 리테일·헬스케어·교육·관광형 매장이 선방할 테지만 내수 부진 영향으로 공실 증가 우려가 크다. 지식산업센터, 생활형숙박시설 역시 미분양, 미입주 물량이 쌓이면서 임대료가 하락하고 매매가격도 낮아지는 이중고를 겪는 중이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서울 외곽과 수도권 택지지구 중 업무 인프라가 낙후된 곳은 공급 과잉 문제로 투자 심리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4호 (2025.11.12~11.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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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나건웅·문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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