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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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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안 날 듯 돌진해 사람 덮친 트럭… "100m 지점부터 사상자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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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부천 제일시장 트럭 돌진 사고
    21명 사상… 60대 운전자 긴급 체포


    한국일보

    13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1톤 트럭이 150m가량 돌진해 2명이 숨지는 등 21명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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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오전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 내부 폭 3m, 좁은 통행로를 1톤 트럭이 돌진했다. 이 통행로는 평소 차량이 오가지 않는 곳이다. 시장 내 폐쇄회로(CC)TV 영상에 포착된 트럭은 보행보조기에 의지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노인을 치고도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트럭은 다른 행인과 상점 외부 진열대 등을 치며 150m가량 달리다가 속옷가게를 들이받고서야 멈췄다.

    이 트럭 돌진 사고로 21명 사상자가 발생한 제일시장은 마치 포탄이 휩쓸고 간 전쟁터 같았다. 바닥의 핏자국과 부서진 매대, 깨진 유리 등은 사고 당시의 참혹함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앞쪽이 크게 부서진 트럭에는 속옷가게에서 주인을 기다리던 잠옷과 양말이 끼어 있었고, 트럭이 주변에는 양말 수백 켤레와 의류 등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시장 내 식당의 철제시설도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시장 상인은 "차가 날아가듯 돌진했다", "행인이 쓰러져 있는데 믿기지 않았다"는 등 증언을 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국일보

    13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1톤 트럭이 150m가량 돌진해 2명이 숨지는 등 21명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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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오정경찰서와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5분쯤 "트럭이 시장 상가로 돌진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3분 뒤 소방 당국이 도착했을 때 현장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에는 시장 초입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A(67)씨가 몰던 트럭이 가게 앞에 서 있다가 급가속하는 장면이 담겼다. 당시 트럭의 제동 등은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박금천 부천소방서 현장지휘단장은 “처음에 (트럭이) 28m 정도 후진을 했다. 그리고 150m 직진을 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A씨가 트럭에서 물건을 내린 뒤 이동하는 과정에서 가속 페달을 잘못 조작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이날 낮 12시 53분쯤 그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에서 실시한 소변 검사 결과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다.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에서도 음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A씨의 기저질환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상을 입은 A씨는 현장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작동하지 않았다"며 차량 결함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상인도 A씨가 사고 직후 "브레이크가 안 들었다"고 한 말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측은 "A씨를 상대로 조사 중"이라며 "사고기록장치(EDR)를 분석해 사고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70대 여성 1명과 중국 국적 60대 여성 1명 등 2명이 숨졌고, 19명은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소방 당국은 사고 직후 구급차·소방차 25대와 인력 70명을 투입해 심정지 상태 2명 등 중상자 11명과 경상자 8명을 인근 병원으로 나눠 옮겼다. 나머지 경상자 1명은 현장에서 치료를 받고 귀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119구급대에 의해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진 중상자 가운데 2명은 결국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고 직후 귀가했던 60대 여성이 추가로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부상자는 19명으로 늘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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