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사고 8일째인 지난 13일 오전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가운데)과 임원진이 사고 현장 주변에서 이번 사고와 관련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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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가족들한테 사과했다는 거요? 사고 나고 이틀 만에 등떠밀리듯 나타난 거 말이죠. 우린 아직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어요.”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사고 발생 9일째인 14일 피해자 유족 ㄱ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답답한 마음을 털어놨다.
ㄱ씨는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과 시공사인 에이치제이(HJ)중공업이 사고 발생 8일째인 지난 13일 뒤늦은 사과 기자회견을 연 것을 두고 “정말 피해자 가족들을 위한 사과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여론 등) 주변 압박 때문에 이뤄진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사고 경위나 원인 등의 질문을 피한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고 했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사고 9일째인 14일 오전 사고 현장에서 중장비를 동원한 수색 작업이 밤낮없이 이어지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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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서발전과 에이치제이중공업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입장 표명은 늦었지만, 피해자 가족들에게 따로 충분히 사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해자 가족의 이야기는 다르다. ㄱ씨는 “사고 직후 피해자 가족들에게 상황을 제대로 설명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한국동서발전의) 사과도 가족들이 요구한 뒤에야 와서 한 거다. 그게 사고 이틀 뒤 토요일(8일) 오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사고 8일째인 지난 13일 오전 에이치제이(HJ)중공업 김완석 대표이사가 사고 현장 주변에서 이번 사고와 관련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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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에이치제이중공업과 발파 전문업체 코리아카코 쪽 관계자가 차례로 피해자 가족들한테 고개를 숙였지만, 사고 경위나 원인을 따져 물어도 ‘모르겠다’, ‘절차대로 했는데 알 수 없다’는 허울뿐인 답만 돌아왔다고 한다.
ㄱ씨는 “내 가족이 사고 당일 어디서 무슨 일을 하다 변을 당한 건지라도 알려달라, 작업명부라도 보여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답이 없다”며 허탈해했다.
ㄱ씨를 포함해 일부 피해자 가족들은 사고 현장 매몰자 수습이 마무리된 후 함께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사고 9일째인 14일 오전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 등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마지막 매몰자를 찾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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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사고 현장에 남은 매몰자는 김아무개(62)씨다. 추가 붕괴 위험 탓에 걸림돌이었던 4·6호기를 발파 해체한 뒤 11일 오후3시40분께부터 24시간 구조에 나서고 있는 소방당국은 전날 새벽 1시18분께까지 이틀 동안 매몰 노동자 3명의 주검을 수습했다. 중장비를 동원해 넘어진 철골 더미를 끊고 들어내면서 수색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마지막 수습 소식은 여태 없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사고 9일째인 14일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마지막 매몰자를 찾기 위해 무너진 철골 사이 공간을 살펴보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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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은 “구조대상자가 있을 거라 예상한 구역에 길을 트기 위해 위쪽 구조물 일부를 제거했지만, 겹겹이 쌓인 철제빔과 구조물이 얽혀 안쪽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해체전문가와 구조기술자 등과 논의해 철거와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오후 2시2분께 울산 남구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에서 가로 25m, 세로 15.5m, 높이 63m의 보일러 타워 5호기가 무너졌다. 이 사고로 현장에 있던 노동자 9명 가운데 7명이 깔려 6명이 숨졌다. 1명은 아직도 잔해 속에 있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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