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들어오면 위협 사격… 부숴 버리라고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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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3대 특검'이 규명한 사실이 법정으로 향했다. 조은석·민중기·이명현 특별검사팀이 밝힌 진상은 이제 재판정에서 증거와 공방으로 검증된다.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을 위한 여정을 차분히 기록한다.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1월 1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내에서 경비 인원이 순찰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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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첫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뒤 경호처 간부들과의 오찬에서 "헬기를 띄운다. 여기는 미사일도 있다" "밀고 들어오면 아작 내라"고 말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백대현) 심리로 14일 열린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8차 공판에서 이모 경호처 경호부장이 1월 11일 윤 전 대통령과의 오찬 내용을 복기한 카카오톡 메모가 공개됐다. 이날은 공수처가 1차 체포영장(1월 3일) 집행에 실패한 뒤 2차 체포영장(1월 15일) 집행을 앞둔 시점이었다.
해당 메모에는 "계엄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경고용이었다" "경호처가 나의 정치적 문제로 고생이 많다" "밀고 들어오면 아작 난다고 느끼게 위력 순찰하라" "위력 순찰하는 것이 언론에 잡혀도 문제가 없다" "설 연휴 지나면 괜찮아 진다" "헬기를 띄운다. 여기는 미사일도 있다" "들어오면 위협 사격"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전 부장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오찬 초반에는 당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양곡관리법이나 법인세 문제, 호남지역에 대해 말하다가 체포영장 집행 저지로 화제가 바뀐 뒤 강경 대응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 전 부장은 "처음에는 좌·우파 정권, 정책 이야기를 했고 호남사람들은 자식 잘되길 바라면서 대기업 잡는 민주당을 좋아한다 등의 말을 했다"며 "시간이 지나 체포영장 집행 저지 내용이 나온 뒤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어 기록을 해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부장은 "대통령이 마지막에 부숴 버려라는 표현을 하기 전 잠시 멈칫했다"며 "워딩을 순화시킨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부숴 버리라는 말의 대상이 무엇이냐는 윤 전 대통령 측 질문에는 "전체적으로 공수처와 경찰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얘기를 하시던 중 마지막에 그런 표현을 쓰신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 전 부장은 공수처의 2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호5부 인원들에게 영장 집행을 저지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진술도 했다. 12·3 불법계엄 당시 707특임대원들이 국회에 들어가는 장면, 이후 경호처가 대통령에 대한 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관저에 철조망 등을 치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 몸으로 막고 죽는 훈련을 시키는데 이 건은 제 양심에 따라 한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경호처 정보통신(IT) 관련 직원 박모씨는 계엄 이후 수사기관이 비화폰(보안 처리된 폰) 데이터를 볼 수 없게 해야 한다는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박씨는 "경찰이 비화폰을 압수수색해서 가져갔다는 보도가 나올 때였다"며 "위에서는 내용을 열어볼 수 없게 하자는 요구가 내려왔고, 그걸 막는 건 법적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옥신각신하다 차장에게 보고서를 썼다"고 밝혔다. 보고서엔 안 보이게 하더라도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손상 없이 복구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씨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를 받은 김 전 차장은 "증거 남기려고 이런 걸 만들었느냐, 당장 갈아 버리고 문서를 지우라"며 화를 냈다고 한다.
김현우 기자 wi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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