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6 (토)

    이슈 연금과 보험

    보험사 내년 배당 갈림길…해약환급금 손질되면 "5조 배당" 청신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상장 보험사 배당 현황/그래픽=최헌정




    내년 보험사 배당의 향방을 좌우할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 논의가 연말을 앞두고 분수령에 섰다. 제도가 연내에 손질되면 그동안 막혀 있던 배당 여력이 회복돼 내년 배당금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연내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을 목표로 구체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능하면 연내 결론을 내려고 한다"며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도 개선이 빠르게 이뤄질 경우 올해 배당을 하지 못했던 보험사들도 내년에는 배당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고객이 보험을 해지할 때 돌려줄 돈을 미리 떼어두는 준비금이다. 보장성 상품 판매가 늘수록 이 준비금도 함께 늘어난다. 문제는 준비금을 많이 쌓을수록 회계상 이익이 줄어들고, 배당에 쓸 수 있는 여력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배당은 막히지만 장부상 이익이 줄어든 만큼 법인세 부담은 오히려 줄어드는 구조다.

    실제로 한화생명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은 2023년 말 2조5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조6000억원대로 급증했다. 1년 반 만에 2조원 이상 불어난 셈이다. 현대해상도 2023년 9월 3조6039억원에서 2024년 같은 달 4조4315억원으로 증가해 생보·손보 모두에서 준비금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 영향으로 주요 보험사들은 연간 1조원 안팎의 순익을 내고도 배당을 하지 못했다. 2024년 결산에서도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코리안리 등 4곳만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했던 대형사조차 제도가 유지될 경우 수년 내 배당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업계 요구가 커지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 보험업권 첫 CEO 간담회에서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방식의 합리화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생보업계는 새 회계기준(IFRS17)의 취지에 맞춰 2023년 이후 신규 계약은 준비금 적립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새 계약은 이미 CSM을 기반으로 가치가 평가돼 또다시 큰 규모의 준비금을 쌓을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이 방안이 적용될 경우 내년에만 약 5조원의 배당이 가능하고, 법인세도 약 2조5000억원 더 걷힐 수 있다고 추산했다. 배당 확대와 세수 증가 효과가 동시에 발생한다고 분석한다.

    다만 금융당국은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신계약 배제 적용 기준을 언제로 할지에 따라 보험사별 유불리가 크게 갈리고, 제도의 취지와도 어긋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2023년을 기준으로 정하면 어떤 회사는 세 부담이 급증하고, 다른 회사는 오히려 유리해져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당국은 또 해약환급금준비금 증가의 근본 원인으로 생보사들의 과도한 사업비 경쟁을 지목한다. 구조적 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준비금 부담만 낮춰달라는 요구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다. 제도 개선을 하더라도 사업비 절감 등 구조 개선 방안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 여부는 내년 보험사 배당 전략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제도가 합리적으로 손질되면 배당가능이익이 빠르게 회복돼 주주환원이 정상화될 수 있지만 논의가 지연될 경우 올해와 같은 '무배당 기조'가 반복될 가능성도 크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