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장기 우상향' 기대감
조정 오면 저가 매수 기회로
개별 종목 넘어 레버리지 ETF까지 자금 유입 확대
외화주식 보관금액 추이/그래픽=윤선정 |
# 서울에 거주하는 A씨(49)는 최근 코스피지수가 '사천피'를 돌파했음에도 자신의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주식 비중을 여전히 70% 이상 유지하고 있다. 그는 주로 테슬라, 알파벳 등 미국 빅테크 종목에 투자 중이다. A씨는 "한국 기업 중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갖춘 곳은 제한적인 데다 국내 내수 시장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수익률 측면에서 미국 주식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국장(한국 증시) 비중을 늘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서학개미들의 해외주식 매수세가 자금 유출로 이어지면서 원화 약세로 연결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결국은 미국 증시가 중장기적으로 코스피 상승세를 웃돌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해외 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등 해외 증시에 상장된 투자 상품이 다양하다는 점도 '투자 유턴'을 가로막는 이유로 지목된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예탁원을 통한 국내 투자자들의 외화 주식 보관금액은 1660억1000만 달러(약 244조 원)로, 전 분기 말(1360억3000만 달러·약 200조 원) 대비 22% 증가했다. 1년 전인 지난해 3분기 말(1020억4000만 달러·약 150조 원)과 비교하면 62.7% 증가했다. 외화 주식 보관금액은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주식을 금액으로 환산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 해외 주식 보유를 늘리는 이유로 미국 증시가 중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꼽는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증시가 하락하더라도 매수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며 "장기 투자시 초과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다"고 했다.
이달 들어 AI(인공지능) 거품론 등으로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2주간(1일~14일) 5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저가 매수 기회라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학개미들의 해외 자산 확보는 직접 투자뿐 아니라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해외 ETF를 통해서도 이뤄진다. 최근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가입자들 사이에서도 포트폴리오 내 미국 지수 추종 ETF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에 자금이 유입되더라도 간접적으로는 달러 수요를 촉발할 수 있다.
금정섭 한화자산운용 ETF 사업본부장(상무)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화로 거래하지만, 운용사에서는 해당 ETF에 새로운 수요가 있으면 ETF를 추가로 설정하는 과정에서 실물 해외 자산을 매입해야 한다"며 "이는 간접적으로 달러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고 했다.
미국 주식시장은 국내에 비해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ETF 상품이 다양하다. -3배에서 +3배까지 레버리지 ETF가 상장돼 있어, 적은 자금으로도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구조다.
조 연구원은 "미국 빅테크주와 함께 레버리지 ETF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한정된 자금으로 집중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증시 상승을 이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도 국내 증시가 아닌 홍콩증시에 상장돼 있는 실정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은 홍콩 증시에 상장된 삼성전자 데일리 2X 레버리지에 지난 5월 이후 197만6492달러(약28억400만원)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홍콩증시에 상장된 SK하이닉스 데일리 2X 레버리지는 574만89달러(약82억6000만원)을 순매수했다.
최광혁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코스피 5000 시대 도약을 위한 간담회서 "국내 증시에 자금이 새롭게 유입될려면 국내 증시에도 새로운 테마형이나 미국처럼 3배 레버리지 ETF 등 다양한 상품의 상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정현 기자 junghyun7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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