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곡 가수 출신 테디 스윔스
‘루즈 컨트롤’로 핫100 정상 올라
112주 머물러… 최장 기록 경신
지난 15일 서울 KBS 아레나서 열린 첫 내한 공연에서 노래하고 있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테디 스윔스./프라이빗커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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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디베어를 끌어 안은 마초’. 지난 3월 영국 브릿 어워즈에 미국 싱어송라이터 테디 스윔스(33)가 봉제 인형이 잔뜩 달린 옷을 입고 나타났을 때 반응이다. 얼굴 곳곳의 문신, 커다란 덩치는 위압적이지만 “인형에게 안정감을 느낀다”는 그의 말투는 지극히 다정하다는 것. 흑인음악에서 유래된 솔(Soul)을 백인이 멋지게 소화한단 뜻의 ‘블루아이드 솔’ 계보를 잇는 스윔스의 목소리도 비슷한 반전 매력을 품었다. 벨벳 융단처럼 매끄러운 미성과 간간히 목을 긁는 그롤링(growling) 창법이 교차하면서 노래의 애절함을 배가한다.
이 반전 목소리가 최근 미국 빌보드 핫100의 57년 역사를 바꿨다. 지난 2024년 3월 데뷔 1년 만에 노래 ‘루즈 컨트롤’(Lose control)로 이 차트 정상에 올랐고, 지난달 5일까지 112주간 차트에 머물렀다. 이 차트 최장 진입 기록(직전 최고는 밴드 글라스 애니멀스의 91주)을 경신한 것.
지난 15일 서울 KBS 아레나에서 열린 2000석 규모 첫 내한 무대 직전 만난 스윔스는 “루즈 컨트롤을 쓸 때 특별한 곡이라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인기를 누릴 줄은 몰랐다”고 했다. 스스로를 가리키며 “무섭게 생겼지만, 속은 다정한 남자”라고 강조했고, “K팝을 정말 좋아하고 최애는 걸스데이 혜리”라며 수줍게 웃었다.
공식 데뷔는 2023년이지만, 실제로는 2010년부터 긴 무명 시절을 거쳤다. 2019년부터 마이클 잭슨, 마빈 게이, 테일러 스위프트 등 유명 가수들을 커버한 유튜브 영상으로 명성을 얻었다. 이제는 전 세계 10대가 스윔스의 노래 영상을 올린다. 스윔스는 “많은 가수가 커버곡에만 영원히 갇혀 제대로 된 성공을 거두지 못하기에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다장르에 강한 그의 목소리는 “힙합과 알앤비, 컨트리 등 다양한 음악 문화가 용광로처럼 뒤섞인 조지아에서 나고 자란 것”의 영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때 메탈 밴드 활동도 했다. 다만 “어릴 땐 노래 실력이 형편없었다”고 했다. “수많은 가수의 유튜브 노래 영상을 보며 숨 쉬는 법을 연구하고, 잘할 때까지 따라했다”고 했다. 그 노력이 스윔스가 지난 15일 내한 무대에서 컨트리, 하드록, 알앤비 등을 오가는 24곡을 녹음된 음원 못지않게 완벽하고 깔끔한 라이브로 쏟아낸 비결. 그는 특히 곡 퓨너럴(Funeral) 때 한 손으론 관객에게 사인을 해주면서 다른 손에 든 마이크로는 흔들림 없는 가창력을 실어내 큰 환호를 받았다.
스윔스는 올 초 앨범 ‘아이브 트라이드 에브리싱 벗 세러피(파트2)’에 자신의 내밀한 심리 상담 과정을 담아 선보였고, 내년 열리는 68회 그래미 시상식 ‘베스트 팝 보컬 앨범’ 후보로 올랐다. 그는 인터뷰 막바지 ‘후속 히트곡에 대한 부담감’을 묻자 “압박감이 다이아몬드를 만든다”는 명언을 돌려줬다. “많은 이가 인생에서 취약점을 드러내길 두려워해요. 하지만 전 오히려 삶의 취약점이 제 원동력이자, 사람들과 소통하며 외로움을 덜어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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