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망사고 이어져…외국인 관광객도 참변
음주운전 재범률 40% 웃돌아…"묻지마 칼부림보다 위험"
"징역 8년이상 선고되지 않아"…"양형 기준 바뀌어야"
음주운전 차량 변압기 들이받고 전도 |
(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어제 한국에서 어머니와 누나가 음주운전 사고를 당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누나는 심하게 다쳤다. 운전자는 가벼운 처벌만 받고 손해배상도 적용이 안 된다는데, 한국에서는 일본과 달리 강력하게 처벌할 수 없는 거냐."
지난 3일 스레드에 일본어로 올라온 글이다. 17일 기준 조회수 202만회, 댓글 720여개를 기록했다.
그 전날인 2일 동대문역 사거리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망사고 피해자의 유족으로 추정되는 이가 'abc***'라는 아이디로 작성했다.
소주 3병을 마신 음주운전자의 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일본인 관광객 모녀를 덮쳐 어머니가 사망하고 딸은 중상을 입은 사건이다.
'abc***'는 3일 2개의 글을 게시했고, 이후에도 4일과 8일, 11일 사고 당시의 상황 등에 대한 글을 잇달아 올리며 울분을 토하고 관심을 촉구했다.
최근 한국으로 여행 온 외국인들이 음주운전에 희생되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음주운전의 심각성에 대한 주의가 환기된다.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엄벌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다.
한국의 음주운전자 처벌이 일본에 비해 미약하다고 성토하는 글 |
◇ 잇따르는 음주운전 참변…한국 좋아 온 관광객도 희생
일본인 모녀의 참변 직전인 지난달 25일에는 강남구 논현동에서 음주운전 차가 보행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2명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한국계 캐나다인 남성이 사망하고 함께 길을 건너던 한국인 여성은 중상을 입었다.
앞서 2020년 11월에는 20대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 씨가 강남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음주운전 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대만에서도 크게 보도된 바 있다.
당시 쩡씨의 부모는 가해자에게 8년의 징역을 선고한 재판부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가해자가 딸의 일생을 망친 것뿐만 아니라 단란했던 가정도 무너뜨렸다고 토로했다.
외국인 사망 사건이 특히 주목받을뿐,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지난 5월에는 군인 아들을 면회하기 위해 나선 어머니의 차를 무면허 음주운전자가 들이받아 어머니가 사망했다. 당시 가해 차량은 제한속도 시속 50㎞ 구간에서 시속 135.7㎞로 역주행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2018년에는 부산 해운대구에서 휴가 나온 군인 윤창호 씨가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법조인을 꿈꾸던 건실한 청년의 어이없는 죽음에 사회적 공분이 일면서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내면 강화된 처벌을 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이 제정됐다.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의 처벌 수준을 '최고 무기징역 또는 최저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다.
이어 2023년 4월부터는 음주운전 또는 음주 측정 거부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날부터 10년 내 재범 시 가중처벌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윤창호법에도 음주운전 참사는 반복되고 있다.
음주운전 20대 가로수 '쾅' |
◇ "법이 지금보다 몇백배는 세져야"…"살인 수준 처벌해야"
2024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검거사례는 9만6천935건이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SS)에 의하면 작년 한해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1만1천37건으로, 138명의 사망자와 1만7천11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대학생 이모(23) 씨는 18일 "아무리 술에 취한다고 하더라도 음주운전을 하는 이유가 이해되질 않는다"며 "대인·대물 사고를 일으켰다면 형량 가중과 함께 면허 영구박탈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장모(25) 씨는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은 예비 살인범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한국의 장점으로 치안과 안전을 꼽는 외국인들이 많은데, 이번 사고로 한국의 이미지가 실추될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스레드 이용자 'moc***'는 2일 발생한 일본인 모녀 관광객의 참변에 "일본인 관광객들이 동대문을 돌아다니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았지만, 한국을 즐기러 왔다 이런 일을 당했다니 정말로 죄송한 마음뿐이다"고 댓글을 달았다.
네이버 이용자 "k39***"는 "한국은 음주운전에 관대한 나라다.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죽여도 실형이 얼마 되지 않으니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것", 'web***'는 "국제 망신거리 'K 음주운전'이 사라지기는커녕 늘고만 있으니 창피하다. 법이 지금보다 몇백 배는 세져야 한다"고 썼다.
"이 기회에 한국 음주운전 문화가 전 세계에 퍼져서 국제 망신 당해야함. 그래야 정신차리고 음주운전 형량 늘리지"(유튜브 이용자 '돈***'),"음주운전은 살인이나 살인미수 수준으로 처벌해야 한다. 길거리에서 묻지마 칼부림을 부리는 것보다 더 위험한 꼴 아니냐"(You***') 등의 의견도 나온다.
음주운전차 추격 중 사고 난 순찰차 |
◇ 음주운전 재범률 40% 웃돌아…"처벌 미약해 재범률 높아"
법제처가 운영하는 생활법령정보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수준을 운전이 금지되는 술에 취한 상태의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음주 또는 약물로 정상적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차를 운전해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할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사망사고를 일으킬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처벌이 미약해 국민 법 감정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회도서관 국가정보전략포털에 따르면 2019년~2023년까지의 음주운전 재범률은 꾸준히 40%를 웃돌았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는 "한국은 아무리 가중사유에 해당되더라도 음주운전 사고만으로 8년 이상 선고되는 경우가 없으며, 처벌이 미약해 높은 재범률이 발생하는 측면이 있다"며 "일본·미국의 경우 가능한 처벌 수위는 한국보다 낮더라도 20년에서 30년형까지도 선고된다"고 밝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도 "아무리 형량을 늘리더라도 양형 기준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현행 양형 기준대로라면 사람이 죽어도 7~8년 정도 형을 살고 나오는 데 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음주운전은 결국 습관적인 것"이라며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양형 기준을 재고하고, 판사들 역시 기존 판례에 얽매이지 말고 양형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고속도로 음주단속 중' |
또 문현철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선진국들에서 음주운전은 매우 흉악한 범죄이며, 사회공동체를 해친다는 문화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음주운전에 대한 강한 처벌과 함께 엄청난 손해배상을 물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승자뿐만 아니라 함께 술을 마신 사람들 역시 손해배상을 어느 정도 부담하는 등의 연대 책임이 필요하다"며 "기술을 이용해 운전석에서 알코올 냄새를 탐지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거나, 차량이 음주 상황을 인식해 외부에 음주운전 차량임을 표시하는 등의 방법도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강력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체계적인 재교육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종오 동의대 경찰행정학전공 교수는 "강력 범죄의 경우 처벌이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범행이 발생하듯, 강력한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음주운전의 경우 상습범의 비율이 높은 상황을 고려하면 먼저 음주운전자에 대한 체계적인 재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장기적이고 전문가가 참여한 입법 과정을 통해 처벌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youkno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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