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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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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 인기인데"…영국 학교, 케데헌 '금지령' 내린 까닭 [지구촌 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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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英 성공회 유치원 "악귀 언급 불편"
    학무모들 "금지령 터무니없다"


    한국일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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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한 학교가 넷플릭스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케데헌)'의 노래를 금지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영국을 비롯한 글로벌 음악 차트를 휩쓸고 있는 바로 그 노래들입니다. 학교 측은 케데헌의 수록곡들이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는데요, 이를 두고 때 아닌 '안티 종교'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논란의 진원지는 영국 남서부 도싯주에 위치한 릴리풋 성공회 유아 학교입니다. 유치부와 초등 1, 2학년이 다니는 이 학교는 지난 14일 학부모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일부 공동체 구성원들이 케데헌 노래의 악마 언급에 "깊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 케데헌에 나오는 노래가 악마를 하느님과 선(善)에 맞서는 영적 세력과 연관 짓고 있다"며 "자신의 신념과 어긋난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존중해 아이들이 학교에서 (케데헌) 노래를 부르지 않도록 권장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지난 6월 공개된 애니메이션 영화인 케데헌은 한국 K팝과 무속신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걸그룹이자 '헌터'인 헌트릭스의 기원이 무당으로 설명되고, 이들이 보이밴드 사자보이즈로 위장한 악귀들에 맞서 인간을 보호한다는 내용이죠. 인간의 영혼을 빨아먹는 악귀와 이를 물리치는 사냥꾼의 구도가 큰 틀을 이룹니다. 해당 유치원은 영화에 등장하는 악귀와 퇴마 등의 내용이 기독교 교리에 비추어 불편하다고 판단한 것이죠.

    학부모들 "K팝 무해...터무니없는 금지령"



    한국일보

    헌트릭스 멤버들이 한강을 가르는 청담대교 지하철 위에서 악귀를 무찌르는 모습.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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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인 인기곡이 금지곡으로 둔갑하자 학부모들은 "터무니없다"는 반응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가 넷플릭스 역대 최다 시청자 기록을 세우면서 '골든'을 비롯해 '소다 팝' '유어 아이돌' 등 대부분의 삽입곡들이 빌보드 메인 차트에 오르는 등 국경과 인종, 남녀노소의 차이를 뛰어 넘은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죠. 한 학부모는 BBC방송에 "제 딸은 케이팝에 푹 빠져있고 딸과 딸의 친구들 모두 케이팝을 사랑한다"며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딸과 딸 친구들이 방과 후 클럽에서 관련 공연을 한다"며 "이는 무해하고 아이들이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하는 좋은 활동"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학교 측은 "다른 학부모들에게도 케데헌의 노래가 팀워크와 용기, 친절 등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며 다시 공지를 했지만, 입장을 바꿀 뜻은 없음을 명확히 했어요. 로이드 알링턴 교장 권한대행은 "우리는 가정에서 자녀가 접하는 콘텐츠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여러분의 권리를 완전히 존중한다"면서도 "우리 학교 공동체 내의 신념의 다양성도 염두에 두고 싶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는 이어 "자녀에게 영화나 노래를 즐기는 게 잘못됐다고 말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아니다"며 "우리의 역할은 단순히 아이들이 일부 또래들이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도록 돕고, 신앙을 지키는 또래들을 어떻게 존중하고 지원할 수 있는지 탐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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