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투데이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20년대 초반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때의 일이다. 개당 10달러도 안하는, MCU(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이라는 이름의 차량 제어용 반도체 부족으로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의 생산라인이 잇따라 가동을 멈췄다. 촘촘한 공급망 중 어느 한 곳에서라도 구멍이 생기면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한국은 AI 반도체 등 하드웨어 분야에서부터 AI 전용 클라우드 인프라와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AI 프레임워크 및 운영 플랫폼, AI 서비스는 물론이고 스타트업 기업에서부터 대기업까지 이르는 다양한 산업까지 망라하는 이른바 풀스택(Full stack)을 갖춘 나라로 꼽힌다. 우리 정부도 GPU(그래픽처리장치) 확보 및 AI데이터센터 구축 등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런데 하나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9년 한국이 5G 서비스의 상용화를 세계 최초 상용화 기록을 세웠던 5G 네트워크이지만 이게 AI를 본격적으로 확산시키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민간·공공을 아우르는 AI 대전환을 확산시키려 할 때 현재의 5G망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AI 이동통신 인프라 고도화의 주요 쟁점' 보고서는 "AI가 일상 생활과 산업 전반에 폭넓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AI 컴퓨팅 인프라와 AI 통신 인프라 양축의 고도화가 모두 필수적"이라며 "AI 통신 인프라 고도화의 지연이 AI 이용 확산, AI 응용산업 활성화 등의 지연으로 이어져 국가 AI 경쟁력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세계 최초 5G 서비스 상용화'가 가능했던 것은 이전 통신 기술인 LTE(롱텀에볼루션)이라는 4G망을 활용한 덕분이었다. 이른바 LTE와 5G를 병행하는 NSA(Non Standalone) 방식의 5G(5G NSA)의 얘기다. 문제는 NSA에서는 5G SA(Standalone) 방식에서 가능한 고도화된 서비스를 쓰지 못한다는 데 있다.
예컨대 네트워크 슬라이싱 같은 게 불가능하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이란 하나의 물리적 네트워크를 다수의 가상 네트워크로 분리해 고객별, 서비스별로 최적화된 망 자원을 할당하는 기술이다. AI를 다양한 영역에 활용하려면 물리적으로든 논리적(소프트웨어 방식)으로든 해당 용도의 AI에 맞는 안정적 망 환경을 구현해야 하는데 5G NSA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KISDI의 보고서는 AI를 전분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부분적으로나마 SA 방식으로의 망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해법은 쉽지 않아 보인다. 기존의 네트워크 사업이 아닌 AI를 신성장 방향으로 삼은 이통사들은 이제 망 고도화에 과거만큼 적극적이지 않다. 망 고도화를 위한 업계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이달 말 정부가 이통사 대상 주파수 재할당 방향을 공개할 예정이다. 5년 전 재할당 때도 정부는 5G 기지국 확충과 할당대가를 연계해 5G망 전국 확대를 유도한 바 있다. 정부가 어떤 인센티브로 업계의 망 고도화를 이끌어낼지 궁금해진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