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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0 (토)

    빈살만 엄호한 트럼프…'카슈끄지 사건' 질문 기자에 보복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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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살 의혹에 사실상 '면죄부'…잇단 '선물 보따리' 통했나

    트럼프 가족기업, 사우디 사업 추진…트럼프 "나와는 관련 없어"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좌)과 빈 살만 왕세자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변호인을 자처하는 듯한 모습을 내비쳤다.

    이날 백악관 회담에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불쾌감을 표하며 그를 적극적으로 두둔했다.

    이 같은 태도는 암살 배후로 지목된 빈 살만 왕세자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며 국제사회 입지 강화를 꾀하는 그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관해 물은 ABC방송 기자에게 "손님을 당황하게 하는 질문을 하지 말라"며 면박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그(카슈끄지)를 좋아하지 않았다"며 "당신이 그 사람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는 카슈끄지가 논란이 있는 인물이었다는 주장으로 당시 사건의 중대성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담긴 언급으로 풀이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질문을 던진 기자를 "끔찍한 사람"이라고 비난하며 ABC의 방송면허를 박탈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에도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이번 반응은 카슈끄지 암살 이후 국제사회의 입지가 확연히 축소됐던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공개적·노골적인 지지 표명이란 점에서 더욱 이목을 끈다. 더욱이 빈 살만 왕세자의 이번 백악관 방문은 사건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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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진 자말 카슈끄지 모습이 담긴 포스터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숨진 카슈끄지는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자주 쓰던 인물이었다.

    그는 혼인신고 절차를 밟기 위해 2018년 10월 2월 튀르키예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사우디 정보요원에 의해 살해됐다.

    사우디는 암살 가담자들을 처벌했지만, 미 중앙정보국(CIA)은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빈 살만 왕세자는 '젊은 계몽 군주'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자신에 비판적인 언론인을 제거하는 '냉혈 통치자'로 평판이 추락했다.

    조 바이든 전임 정부는 2021년 정권 출범 전후 빈 살만을 향해 "국제 왕따로 만들겠다"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에게 일관된 호의를 보였다.

    집권 1기 시절 첫 해외 순방국으로 사우디를 택했고, 집권 2기 시작 뒤 첫 외국 정상과의 통화도 빈 살만 왕세자와 했다.

    2018년 카슈끄지 살해 사건 직후 빈 살만 왕세자에게 비판이 집중됐을 때도 그를 감싸 논란이 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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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대통령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같은 끈끈한 관계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주의' 기조가 자리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빈 살만 왕세자는 트럼프 집권 1기 때 대규모 무기 계약을 체결하는 등 대미 투자에 적극 나선 데 이어 집권 2기 들어서도 선물 보따리를 잇달아 풀고 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사우디가 약속한 대미 투자액을 기존 6천억 달러(약 876조원)에서 1조 달러(약 1천460조원) 규모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일각에서는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가 가족기업의 이해관계와 연결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이 이끄는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트럼프 브랜드로 부동산 건설을 계획 중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빈 살만 왕세자와 사업 파트너 관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해충돌 논란과 관련해 "나는 가족 기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그들이 하는 일은 괜찮다"고 반박했다.

    미국 언론단체 내셔널프레스클럽은 이날 성명을 내고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 살해를 축소하거나 양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발언은 실제 그런 결과를 낳는다"며 "이런 발언은 언론인이 폭력이나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카슈끄지 살해 사건이 빈 살만 왕세자를 국제적 왕따로 만들었다"며 "하지만 그는 수년간의 외교적·경제적 투자를 통해 국제 무대로 돌아왔다"고 짚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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