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승소가 ‘먹튀’ 해외 자본에 더 빼앗길 뻔한 국부를 지켜낸 낭보인 것만은 틀림없다. 취소 소송은 전임 정부에서 결단한 것도 맞고, 이재명 정부에서 얻어낸 결과인 것도 맞다. 그러나 현·전 고위 관료가 ‘내가 잘했느니 네가 잘했느니’ 스스로 요란스럽고 자랑스레 떠들 일인가. ‘론스타 사태’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여섯의 역대 정부에 걸쳐 있다. 본질은 국가의 무능과 민·관 정책 결정권자의 무책임으로 인해 일개 사모펀드에 나라가 농락당하다시피한 사건이다.
론스타는 2003년 금융감독위원회 승인 하에 외환은행을 약 1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여러 은행과 협상을 벌이다가 2012년 하나금융에 매각해 약 4조7000억원을 벌었다. 이 과정에서 론스타가 산업자본 은행소유 금지,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 등 자격조건을 만족했는지가 문제가 됐다. 결정적인 것은 ‘헐값 매각’ 의혹이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는 유죄판결이 났다. 그런데도 론스타가 한국 정부 개입으로 외환은행 매각이 지연돼 손해를 봤다며 2012년 6조원 규모의 배상 소송을 냈고, 지난 2022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한국 정부의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그것이 이번에 취소된 것이다.
20여년간의 론스타 사태 전개를 보면 길목마다 금융·재정·법무·사법 당국의 무능과 실패가 드러난다. 그 때마다 정치권은 책임 공방을 벌였다. 양식있는 정책결정권자와 정치인이라면 이번 승소에 스스로 박수를 칠 자격이 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 다만 묵묵히 국익을 위해 최전선에서 뛰었던 공직자들은 치하받아 마땅하다. 우리 정부가 당사자인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이 6건이나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익 최우선으로 흔들림없이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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