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아시아 2번째 탈석탄동맹 가입
국내 석탄비중 28%, 대체 쉽지않아
전력수요 확대속 산업계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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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최대 61%(2018년 대비)로 공표한데 이어 석탄화력발전소 퇴출이라는 공격적인 목표를 연이어 내놓았다.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이 분명한 탈탄소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전기요금 부담과 산업 경쟁력, 에너지 안보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자총회(COP30)에서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하면서 2040년까지 국내 석탄발전소 40기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PPCA는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2017년 영국과 캐나다 주도로 결성된 국제 동맹으로, 60여 개국 정부와 180여 개 기관이 참여한다. OECD·EU 회원국은 2030년, 그 외 국가는 2040년까지 석탄 사용 중단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 가입국이다. 문제는 싱가포르는 석탄발전을 하지 않는 반면, 한국은 석탄화력 설비 용량 세계 7위, 석탄 수입량 세계 4위로 여전히 높은 의존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발전원에서 석탄 비중은 28.1%에 달해 원자력(31.7%) 다음이다.
정부는 PPCA 가입과 함께 ▷온실가스 저감 장치 없는 석탄발전 신규 건설 금지▷현재 운영 중인 석탄발전소 61기 중 40기를 2040년까지 폐쇄 ▷나머지 21기의 존폐는 내년 공론화를 거쳐 결정한다는 정책 방향도 제시했다.
이 목표대로 석탄발전소 40기를 폐쇄하면 약 20기가와트(GW)에 이르는 전력 공백을 메워야 한다. 석탄발전소 평균 설비 용량을 500MW로 계산했을 때 나온 결과다. 1GW급 대형 원전 20기가 더 필요한 수준이다. 올초 확정한 정부의 11기 전기본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나마 2038년까지 대형 원전 2기가 신규 건설 예정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계산으로 볼때 석탄 화력을 대체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재생에너지로 화력발전을 대체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석탄화력발전 40기의 용량을 태양광으로 대체하려면 198㎢ 면적이 소요된다. 서울의 약 33%에 태양광을 설치해야 한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와 계절에 따라 생산량이 변동한다. 전력망과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확충 없이는 전력 수급에 불안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은 탈석탄 로드맵의 가장 큰 변수다. 전력 수요 예측치를 기존보다 높게 잡지 않으면, 설계 단계부터 전력 부족 사태와 부하 관리 실패 가능성이 커진다.
기후부 등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올해 8.2TWh에서 2038년 30.0TWh로 약 4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같이 석탄 의존도가 높은 중국·인도·일본은 PPCA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2023년 4월 탈원전 이후 ‘넷제로(탄소중립)’을 추진하다 전력수급을 충족하지 못해 석탄의존도를 늘린 독일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과학기술대 이상준 교수는 “탈석탄 로드맵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전력 수요 증가와 재생에너지 변동성, 에너지 저장 능력, LNG 공급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정책 속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탈탄소 목표와 전력 안정성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영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는 과정에서 전기요금이 오를 수 밖에 없다”며 “탈탄소 정책을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추진하려니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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