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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2 (월)

    일본 외교관, 중국에 ‘고개 숙였다’?…논란 부른 CCTV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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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가나이 마사아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왼쪽)이 중국 베이징 외교부에서 회담을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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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외무성 관료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 가능’ 발언과 관련한 중·일 국장급 협의에서 상대에 고개를 숙이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게 입길에 오르고 있다.



    19일 일본 티비에스(TBS) 방송 등 주요 언론들이 공개한 전날 일·중 아시아국장협의 관련 영상을 보면,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회담장을 떠나기 직전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시아국장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이미 여러 시간 협의를 마친 가나이 국장은 마지막 인사말을 나누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에서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류 국장의 말을 듣는 모습이 보인다.



    이 대목에서 가나이 국장이 일본어 통역 쪽을 향해 자세를 낮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같은 국장급인 류 국장에게 고개를 숙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통역 말을 자세히 듣기 위해 몸을 기울이는 과정에 고개를 낮춘 것으로 보이지만, 가방을 들기 위해 두 손을 모은 데다 보는 각도에 따라 류 국장을 향해 머리를 조아린 듯한 모습이 된 것이다. 게다가 이때 류 국장이 양쪽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넣고, 아래로 깔아보는 시선으로 얘기하면서 마치 잘못한 상대를 훈계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도 노출됐다.



    일본에선 중국 정부가 현장 영상을 의도적으로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중·일 정부 간 실무급 협상 종료 뒤 현장 영상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영상에서 일본 쪽 관계자가 잘못을 사과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앞뒤 분위기가 나오는 영상과 달리 류 국장을 향해 고개를 숙인 듯한 순간이 사진으로 돌면서 이런 분위기를 확산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일부 매체는 관련 사진을 배치한 뒤 ‘고개를 숙인 채 중국 외교부를 떠나는 일본 관료’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한 경우도 있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이날 “중국 정부의 의도는 일본이 해명을 위해 (베이징을) 찾아온 것 같은 인상을 줘 중국이 우월한 입장이라는 점을 연출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요미우리신문도 “굳은 표정의 류 국장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가나이 국장에게 말을 거는 모습은 일본을 (베이징으로) 불러 항의한 것처럼 연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류 국장이 중국 인민복 스타일 옷을 입고, 일본을 상대로 강압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국민을 향한 ‘애국적 메시지’를 강화하려 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당시 현장에 기자를 파견했던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이 동영상은 중국 국영 중앙텔레비전(CCTV)이 찍어 배포했다. 통신은 “본사 기자도 현장에 있었지만 두 사람이 (회담장) 로비에 멈췄을 때, 류 국장이 주머니에 두 손을 넣은 채 이야기를 하고 가나이 국장이 얘기를 듣는 형태가 됐다”며 “가나이 국장이 옆에 있던 통역에게 귀를 기울이면서 고개를 숙인 것처럼 비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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