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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3 (화)

    총수 일가, 상장사 미등기임원 ‘꼼수’ 늘어…“개정 상법 실효성 저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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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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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상장사에 재직하는 ‘꼼수 경영’ 비율이 1년 전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에는 참여하면서 법적 책임은 회피하는 미등기 임원이 증가할수록, ‘이사의 충실의무’를 강화한 상법 개정안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9일 발표한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보면, 총수가 있는 77개 기업집단의 계열사 2844곳 중 총수일가가 상장사·비상장사를 포함해서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는 회사는 198개로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1년 전(5.9%)보다 소폭 증가한 것으로, 총수일가의 미등기임원 겸직 수가 가장 많은 집단은 중흥건설(7.3개)이었다. 한화·태광(각 4개), 유진(3.8개), 한진·효성·케이지(KG)(각 3.5개)가 뒤를 이었다.



    상장사로 한정해서 보면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비율이 1년 전보다 크게 늘었다. 미등기임원은 회장·사장·전무 등의 이름으로 업무에 관여하면서 법인 등기부등본에 등록되지 않거나 이사회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을 뜻한다. 상장사(343개)의 29.4%에서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전년 대비 6.3%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미등기임원은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등기임원과 달리 법적 책임은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대표적인 꼼수 경영으로 분류된다.



    총수일가 미등기임원이 늘수록 이사의 충실의무를 강화한 상법 개정안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7월 시행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해, 이사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 경영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음잔디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미등기임원인 총수일가가 늘어난다면 개정법의 실효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미등기임원은 등기임원과 달리 상법 등에 따른 법적 책임과 의무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권한과 책임의 괴리가 문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고질적 문제로 언급되는 ‘거수기 이사회’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장사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은 51.3%로 법정 기준(44.2%)보다 높았지만,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의 99% 이상이 원안 가결된 것으로 조사됐다.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 비율은 최근 5년 중 최저치인 0.38%에 불과했다. 특히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이 총수 없는 집단에 비해 사외이사 수도 적고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 비율도 낮았는데, 공정위는 “총수 있는 집단이 상대적으로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이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공정위가 86개 공시집단 361개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소수주주권 작동 현황을 살펴본 결과, 전자투표제(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전자 방식으로 의결권 행사)는 전체 상장사 중 88.1%(318개사)에서 도입하고 있었다. 다만 소수 주주가 전자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한 비율은 1.2%에 불과해, 실제 운영수준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중투표제(여러명의 이사를 선임할 때 1주마다 선임할 이사 숫자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를 도입한 곳은 13개사(3.6%)에 불과했는데, 공정위는 “총수일가 중심의 이사회 구성을 완화하고 소수 주주의 경영감시 기능을 위한 핵심 제도임에도 대부분의 상장사가 정관으로 배제하고 있어, 실제 실시한 사례가 3년째 1건에 그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지난 9월 공포된 상법 개정안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내년 9월10일 이후 열리는 주주총회부터 집중투표제를 의무 도입해야 한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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