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장 인수·증설에 1조4000억 투자
국내 생산시설에 4조원 투입
비만치료제 개발 속도…“4중 작용”
“새로운 도약 이끌 신사업들 성공적으로 추진”
셀트리온 본사 전경. 셀트리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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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에 공급되는 의약품 관세 리스크를 해소하고, 글로벌 수요 확대에 대응하겠다.”
셀트리온이 미국의 관세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1조4000억원을 미국 공장 인수와 증설에 투자한다. 국내 생산 증설에는 4조원을 투입할 예정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와 신약 개발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19일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미국에 판매하는 모든 제품은 미국에서 만들라는 것이 미국 정부 방침인데, 미국 현지 공장 인수로 이 요구를 충족해 관세 리스크는 완전히 해소됐다”며 “공식적으로도 미국 내 생산기업으로 인정받게 된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내년 1월 미국 정부 관계자와 함께 현지 공장 운영 전환을 공식 선언하는 세레머니를 진행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이 인수 예정인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소재 일라이 릴리 공장은 약 4만5000평 부지의 대규모 캠퍼스다. 셀트리온은 인수 이후 약 1만1000평 규모의 유휴 부지에 최소 7000억원 이상을 추가 투자해 인천 송도 2공장의 1.5배 수준으로 생산 캐파 증설에 나설 예정이다. 공장 인수와 증설을 합한 전체 투자 규모는 최소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셀트리온은 우선 1차 증설로 3년에 걸쳐 1만1000L(리터) 배양기 3기를 추가한다. 이어 미국 내 제품 수요 상황을 고려해 2차로 1만1000L 배양기 3기를 추가해 합계 6만6000L 증설을 총 5년에 걸쳐 진행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아일랜드 정부 기관의 기업결합 심사 승인에 이어 최근 미국 기업결합 심사까지 완료하면서 공장 인수를 위한 규제기관의 필수 절차를 모두 마친 상태다. 서 회장은 “이번에 인수하는 공장은 시설 수준이 송도와 비교해 뒤처지지 않고, IT 인프라는 오히려 더 앞서 있기에 경제성이 충분하다”며 “현장에는 엔지니어링 인력도 충분해 별도의 미국 연구소를 새로 지을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운영자금 등을 포함해 약 7000억원이 투입되지만, 릴리와의 위탁생산(CMO) 매출이 발생해 감가상각 부담은 크게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릴리가 생산해오던 원료의약품 CMO 물량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인수 초기부터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공장 인수 이후 재승인 절차 등을 거쳐 생산라인 전환 작업이 마무리되면 내년부터라도 제품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셀트리온은 국내 투자도 확대할 방침이다. 서 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가진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향후 3년간 송도와 충북 오창, 충남 예산 생산시설에 총 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R&D(연구개발) 투자도 대폭 확대한다. 내년부터 8000억원 규모로 R&D 투자금을 늘려 오는 2027년 연구개발비가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 회장은 “2030년이 되면 송도 생산능력만으로는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18만L 규모 신규 설비가 필요한데 새 공장을 지으면 약 1조8000억원, 기존 송도 잉여 부지를 활용하면 1조6000억원 수준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미국 상황을 보면서 투자 속도와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며 “이미 송도 1공장 옆 액상 완제 공장을 증설 중이고, 충남 예산과 충북 오창에도 신규 공장 부지를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 2공장 전경. 셀트리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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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성장 동력인 바이오시밀러 확대에도 속도를 낸다. 이미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허가를 획득한 11개 제품을 포함해 오는 2038년까지 총 41개의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겠단 목표다. 파이프라인 제품군은 아토피 피부염과 혈우병, 천식, 발작, 면역항암 등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서 회장은 “이 정도의 포트폴리오가 갖춰지면 주요 치료제 대부분을 자체 개발·생산하는 것”이라며 “향후엔 전 세계 직판망을 확보하는 것이 바이오시밀러 시장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약 부문에선 항체약물접합체(ADC), 다중항체 플랫폼, FcRn(태아 Fc 수용체)·삼중항체·공간전사체 기반 기술 등을 포함한 20여 개 파이프라인을 단계적으로 임상에 착수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ADC와 다중항체 신약의 경우 내년 임상 단계에 돌입하는 4종을 포함해 총 10종 이상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했다.
아울러 업계에서 떠오르고 있는 비만치료제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셀트리온이 현재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 ‘CT-G32’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을 포함한 4중 타깃이 동시에 작용하는 모델이다. 올해 말까지 물질 개발과 관련 특허 확보를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허가를 위한 전임상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서 회장은 CT-G32가 현재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제품 대비 반응률과 효능에서 모두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의 시대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출시된 비만치료제의 가장 큰 문제는 근육 감소 부작용인데, 차세대 치료제는 이 부작용을 줄이면서 경구제로 개발돼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4중 작용 비만치료제는 비반응률을 5% 미만으로 낮출 수 있고, 체중 감소율도 약 25%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게 서 회장의 설명이다.
셀트리온은 4분기를 기점으로 직전 3분기 대비 큰 폭으로 성장한 매출과 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실제 3분기 미국과 유럽에 각각 신규 출시된 ‘스토보클로-오센벨트’(데노수맙), ‘옴리클로’(오말리주맙)가 출시 초반부터 현지에서 호평을 받으며 가파른 처방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말에는 ‘아이덴젤트’(애플리버셉트)가 유럽 시장에 신규 출시돼 매출 확대에 기여할 전망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유럽, 미국 등 글로벌 주요 제약 시장에서 고수익 신규 제품들이 큰 호평 속에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올 4분기를 기점으로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실적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셀트리온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신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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