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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르포]"SF 아닙니다"…이스라엘 새 가성비 방패 '아이언 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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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4월 이란이 이스라엘의 이란군 지휘관 살해에 대한 보복으로 300발 넘는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중 170여대는 드론(무인 비행기)이었다. 2개의 전쟁이 세계에서 벌어지면서 사람들은 드론이 무기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전투의 방식이 달라졌으니 방어의 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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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언빔 /사진=이스라엘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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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 있는 '라파엘 어드밴스드 디펜스 시스템즈' 제조공장 단지를 한국 기자단이 방문했다. 라파엘은 국방부 산하 과학부대로 출발한 국영 무기개발업체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전쟁의 실상 등을 보여주기 위해 한국 기자단을 초청했는데, 방문지 중 라파엘은 한국도 예외일 수 없는 국방 분야 업체여서 주목됐다.

    출입자의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를 스티커로 모두 가린 뒤 입장이 허가됐다. 관계자는 쇼케이스룸으로 안내했다. 기자단에게 이곳을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작은 방 한쪽 둥근 벽에 홍보영상이 흘렀다. 몇 분 뒤 영상이 끝나자 화면이 흐려지면서 뒤쪽 공간이 나타났다. 영상이 나오던 벽은 유리였고, 뒤편에는 라파엘의 여러 무기들 모형이 전시돼 있었다.

    이 중 가장 눈길 끈 것은 다음 달 실전 배치 예정인 '아이언 빔'이었다. 관계자는 "이 레이저 시스템은 SF(공상과학)가 아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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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파엘의 쇼케이스룸 /사진=라파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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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례없는 공격에도 일상생활 해왔다"

    이스라엘에는 이미 여러 가지 방어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여러 각도와 거리에서 오는 미사일에 맞춰 대응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다. 데이비드 슬링(2017년부터)은 최대 300km, 고도 15km까지 요격할 수 있다. 애로우 시스템으로는 훨씬 먼 최대 2400km, 고도 100km까지 대응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는 고도 150km까지 대응할 수 있다.

    이스라엘 방산 기술력을 특히 알린 건 2011년 실전 배치된 '아이언 돔'(Iron Dome)이다. 특정 지역을 돔(반구형 지붕)으로 감싸듯이 철통보안을 지킨다는 각오가 담긴 이름으로 민간 보호에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이는 단거리 미사일을 겨냥한 것으로 거리 70km, 고도 10km까지 요격한다.

    아이언빔 요격 테스트 장면 /영상=이스라엘 국방부

    레이더가 100km 이내 목표물을 감지하면, 중앙통제시스템은 적의 미사일이 어느 지역에 영향줄지 측정해 보호구역 안에 들어올 미사일만 추린다. 이후 아이언돔이 타미르 미사일을 발사해 요격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4월13일 이란이 300여 미사일 공격을 가했을 때 이스라엘군(IDF)은 99%를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당시 이란이 사용한 무기 중 절반 이상은 드론이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군은 500달러(73만원)짜리 드론 무기도 운용 중이다. 드론 무기의 가격이 그만큼 낮다는 것이다. 아이언돔이 요격에 사용하는 타미르 미사일은 가격이 5만달러(7300만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상대적으로 많이 비싸다.

    라파엘 관계자는 "미사일 요격은 비싸고, 제조 시간도 필요하다"면서 지난 2년간 수천개 드론이 이스라엘로 날아왔다고 말한다. 전투도 결국 돈이 바탕이다. 드론 공격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예산 및 공급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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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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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처럼 산악지형 많은 곳이라면…"

    라파엘은 지난 10여년간 새 방어체계인 아이언빔을 연구했고 최근 상황 변화로 그 속도를 냈다. 세탁기 느낌이 나는 모양의 아이언빔은 높은 에너지의 레이저를 모아 상대 무기를 요격하기 위한 방어무기다. 돋보기로 햇빛을 모으면 종이가 타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다수의 레이저 빔을 한 지점에 쏜다. 레이저를 에너지 손실 없이 먼거리로 보내고 여러 빔을 한 곳에 모으는 게 어렵지만 라파엘은 '인접 빔 결합'(Coherent Beam Combination) 기술을 적용했다. 먼지, 수분 등이 레이저에 방해가 되는데 '적응 제어 광학'(Adaptive Optics) 기술로 왜곡을 보정해 에너지를 "바늘 구멍"처럼 작은 곳에 집중시켜 고열을 가한다.

    아이언빔 기본 모델인 100kW급 고정식(450mm 렌즈)은 최대 10km까지 상대 무기를 요격할 수 있다. 전기만 공급하면 계속 빔을 쏠 수 있어 재장전이 필요없고, 전기료 외에는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라파엘 공식 문서는 요격당 비용이 "제로(0)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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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가까운 이스라엘 서부 노바 음악축제 추모장소에서 사람들이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공격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김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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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실전 테스트를 해 국경 부근에서 드론 요격에 성공했다고 한다. 라파엘 측은 아이언빔의 정확도를 수치로 밝히지 않았지만 "아주 높다"고 했다. 100% 막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지난 2년간 전례없는 공격을 받았음에도 우리는 일상을 해왔다"고 라파엘 관계자는 자국 방어시스템을 자부했다.

    아이언빔은 12월부터 정식 배치되며, 외부에서 오는 공격체를 레이더가 감지하면 중앙통제시스템이 아이언돔을 쓸지, 아이언빔을 쓸지 등을 결정하게 된다. 비가 오는 날씨인 경우 아이언돔을 사용할 확률이 높다.

    한국처럼 산악지형이 많은 곳이라면 이런 방어체계가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까? 관련 질문에 라파엘 측은 "드론이 레이더 감지를 피해 비행할 수 있다"며 계곡 같은 멀리서 감지가 어려운 곳이 사각지대가 될 수 있음을 감안해 작은 시스템을 다수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라파엘은 아이언빔을 고정식 외에 출력량은 적지만 이동이 용이한 모바일 버전과 라이트 버전도 만들었다.

    이스라엘=김주동 기자 news9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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