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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8 (목)

    한국, AI ‘상강(上强)’ 선언… 미·중과 대등한 경쟁국으로 도약 노린다[GAIF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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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문영 국가인공지능전략위 부위원장 강연

    "경쟁 생태계로 국가대표 AI기업 키운다"

    데이터센터 확충·AI 기본법 시행·전 산업 AX

    "한국형 지식 리더십으로 AI 상강 도약"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대한민국이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상강(上强)’을 향한 여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대 초강대국 사이에서 단순히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이들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춘 핵심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임문영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은 19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이데일리 글로벌 AI포럼(GAIF 2025)’에서 “우리는 1·2위를 뒤쫓는 주변 플레이어가 아니라, 그들과 같은 체급의 AI 상강이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술 경쟁을 넘어 경제·산업·국가 시스템 전체의 구조 전환을 예고하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한국 정부는 향후 3년간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확보 △AI 기본법 시행 △전 산업의 AX(AI 대전환) 추진 △글로벌 AI 규범 선도 등 다층적 전략을 본격 가동한다. 임 부위원장은 글로벌 AI 환경 변화와 한국 산업의 재도약 가능성, 그리고 ‘지식 리더십’ 중심의 새로운 국가 성장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의 AI 기업 육성 전략이 특정 기업을 선택해 예산을 몰아주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기업을 경쟁시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기업이 ‘국가대표 AI’로 자리 잡도록 설계된 생태계 전략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네이버·SK텔레콤·LG AI연구원·업스테이지·NC AI 등 다섯 곳을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팀으로 선정해 장기 경쟁 체제를 구축했다. 각 기업은 서로 다른 기술 철학과 모델 구조를 바탕으로 경쟁하고 있으며, 그 성과는 공공과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의료 등 특화 영역에서는 전문 기업이 수행하는 별도 AI 프로젝트도 병행된다.

    임 부위원장은 “국가대표 AI 기업은 정부가 지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경쟁과 혁신 과정 속에서 스스로 탄생하는 것”이라며 “미·중과 다른 한국형 전략은 시장 경쟁을 통해 전체 생태계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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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문영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이데일리 글로벌 AI포럼(GAIF 2025)’에서 ‘AI시대의 지식 리더십’이란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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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인 GPU 확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5만 장 규모의 GPU 확보를 단기 목표로 제시해 왔는데, 임문영 부위원장은 “초기 목표로 삼았던 5만 장 수준의 물량에 사실상 도달했다”고 밝혔다. 국가 AI 생태계가 본격 작동하기 위한 최소 요건을 충족했다는 의미다.

    정부는 광주에 약 4200억원 규모의 국가 AI 데이터센터(AI큐브)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민간에서도 SK가 울산 지역에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공식화한 데 이어, 추가 데이터센터 설립이 예정돼 있어 국가 차원의 AI 컴퓨팅 인프라는 빠르게 확충되고 있다.

    여기에 블랙독의 한국 투자 검토,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인프라 투자, 엔비디아의 국내 공급 확대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도 병행되고 있다. 임 부위원장은 “이런 글로벌 투자가 한국에 새로운 기회를 열고 있다”며 “한국이 ‘아시아의 AI 수도’가 될 가능성도 현실적으로 논의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AI 정책 체계도 새롭게 정비됐다. 지난 9월 출범한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아 국가 AI 전략을 최종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20명 안팎의 민·관 전문가가 8개 분과와 3개 소위원회로 나뉘어 활동하며, 향후 AI 정책·예산·규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부처 차관급으로 구성된 CAIO(Chief AI Officer) 협의회도 설치돼 전략 집행력을 강화한다. 전략위원회가 방향을 세우면, CAIO 협의회가 구체적인 사업과 예산 배치를 책임지는 구조다. 임 부위원장은 “AI 전략위원회가 정책의 수문이라면, CAIO 협의회는 실제 물길을 여닫는 장치이자 ‘실행 엔진’”이라고 설명했다.

    임 부위원장은 AI 경쟁의 본질이 기술·데이터·자본의 양적 확보가 아니라 ‘지식 리더십’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 자리 잡은 “우린 안 된다”, “소버린 AI는 불가능하다”, “GPU도 없고 인재도 없다”는 인식부터 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을 가진 나라이고, 유일하게 자체 문자를 만든 민족이며, 반도체부터 모델·서비스까지 풀스택을 갖춘 국가”라며 “‘할 수 있다’는 지식 리더십을 회복해야 상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국 사회 전체 시스템을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AX(AI 대전환)에 대해 “매우 어렵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레거시 시스템, 고착된 관행과 조직의 관성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 부위원장은 “AX에는 대규모 예산보다 인내가 필요하다”며 “시간이 걸리지만, 그만큼 국가 성장 동력을 새롭게 정비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부터 한국은 EU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AI기본법’을 시행하는 국가가 된다. 강화된 AI 안전성 검사, 고영향 AI 규정, 투명성·워터마크 표시 의무, 데이터·저작물 사용 규제의 단계적 개편 등이 도입된다. 정부는 시행령 제정과 법·제도 정비를 병행해 AI 발전 속도에 맞춰 규제 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임 부위원장은 “AI 혁신을 가로막지 않도록 규제의 사각과 과잉을 모두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강연의 마지막에서 임 부위원장은 AI를 비행기에 비유했다. “수백 톤의 비행기가 왜 나는지 과학적으로 완전히 설명할 수 없어도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새로운 세상으로 이동한다”며 “AI도 마찬가지로, 작동 원리를 100% 이해하지 못해도 우리에게 전혀 다른 시야를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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