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진해군항에서 안병구(앞줄 왼쪽) 초대함장과 이제권(앞줄 오른쪽) 장보고함장이 대한민국 1번 잠수함 장보고함을 타고 마지막 항해를 하고 있다. 해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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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함 도입 전에 수중은 해군의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해군 첫 잠수함인 ‘장보고함(SS-061)’의 마지막 잠항을 앞둔 19일 경남 창원시 진해 해군기지. 1993년 해군 취역 당시 장보고함의 첫 항해를 책임졌던 안병구 초대함장(예비역 준장)은 30여 년 전 감회를 떠올렸다. 그는 “1990년대 초 독일에서 잠수함을 도입하고 운용기술을 배워왔던 우리 해군이 이제는 3,000톤 이상의 잠수함을 운용하며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디젤 잠수함 운용국으로 눈부시게 발전한 모습을 보며 가슴 벅찬 자부심을 느낀다”며 “미지의 세계였던 대한민국 바닷속을 개척한 ‘해양의 개척자’ 장보고함의 처음과 마지막 항해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했다. 30여 년 전 잠수함을 수입했던 우리 군은 이제 '핵추진 잠수함'을 직접 만들어 운용할 계획을 눈앞에 둘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의 말대로 1992년 8월 1일 장보고함 운용 부대가 창설되기 전까지 우리 군에 수면 아래서의 '작전'은 사실상 없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독자 개발해 1983년 취역한 200톤급 잠수정 ‘돌고래함’이 있었지만 전투함 기능은 못했기 때문이다. 1987년 1200톤급 잠수함 확보 사업인 ‘장보고’ 프로젝트가 시작돼 이듬해 건조에 돌입한 장소도 우리 조선소가 아닌 독일 HDW조선소였다. 우리는 함정 인수 및 정비요원, 감독관 등 100여 명의 해군 장병 및 관계관을 1990년 10월부터 순차적으로 독일에 파견해야 했다. 1991년 독일 현지에서 진수식을 치른 장보고함을 1992년 10월 독일에서 인수한 우리 군은, 한국으로 들여온 1993년에야 본격적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었다.
지구 15바퀴 돌았는데 …'중고 매입' 원하는 나라도
우리 해군의 잠수함 시대를 연 대한민국 1번 잠수함 장보고함이 19일 마지막 항해를 위해 진해군항을 출항하고 있다. 해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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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에 따르면 진수 이후 이날까지 약 34년간 장보고함은 총 34만2,000마일(약 64만3,000km)을 항해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적도 기준 지구 둘레가 약 4만㎞인 점을 감안하면, 지구를 15바퀴가량 돈 셈이다. 1997년 하와이 파견훈련을 통해 1만 마일(약 1만8,000㎞) 단독 항해에 성공하며 장거리 잠항과 원해 작전능력을 세계에 입증했고, 2004년 환태평양훈련(RIMPAC)에서는 미 항공모함을 포함한 함정 30여 척을 모의 공격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탐지되지 않으며 우리 해군의 운용 능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후 2013년 한미 연합대잠전 훈련, 2016년 서태평양 잠수함 탈출 및 구조훈련(PAC-REACH)에도 참가해 주요 해외훈련에 모두 참가한 첫 잠수함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우리 해군의 잠수함 운용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한 획을 그은 장보고함은 이날 오후 진해기지를 출항해 약 2시간의 ‘마지막 항해’를 마치고 입항했다. 장보고함이 부두에 홋줄을 걸고 ‘입항’ 방송을 하자 진해군항에 정박 중인 모든 잠수함이 기적을 울리며 마지막 항해를 축하했다. 장보고함의 ‘마지막 함장’으로 이름을 남기게 된 이제권 소령은 “장보고함은 최초의 국산 잠수함 도산안창호급 잠수함과 장영실함 도입, 잠수함사령부 창설의 초석을 다진 잠수함부대의 꿈이자 도전의 상징이었다”며 ‘잠수함 강국’의 면모를 키워가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보고함은 운용, 작전, 건조의 ‘A부터 Z’까지 도운 잠수함”이라며 “퇴역 이후 중고로 도입을 원하는 나라도 많을 정도로 아직 유지·보수가 잘돼 있다”고 설명했다.
해군은 이제 국산 잠수함을 '어떻게 해외에 수출할지'도 고민하고 있다. 이날 해군에 따르면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20일부터 나흘간 포럼 참석 및 방산 수출 지원을 위해 캐나다를 공식 방문한다. 캐나다는 노후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60조 원 규모의 초계 잠수함 사업(CPSP) 발주를 위한 마지막 준비를 진행 중인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원팀'을 이뤄 도전하고 있다. 현재 팀코리아는 최종후보군인 ‘적격후보’(숏리스트)로 선정돼 독일 TKMS와 2파전을 벌일 예정이다. 한국은 어느새 30년 전 잠수함을 수출했던 나라 독일과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기술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자리에 올라선 셈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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