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회담 중 손을 맞잡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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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1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을 방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미국에 1조달러(약 146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화답하며 사우디에 F-35 전투기 등 첨단무기 판매와 원자력에너지 협력을 약속했다.
빈살만 왕세자의 미국 방문은 2018년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이자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된 후 7년 만이다. 암살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오랫동안 외교적으로 고립됐던 빈살만 왕세자는 이번 백악관 방문으로 외교적 전환점을 맞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그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며 빈살만 왕세자를 적극 옹호하며 최상급 국빈에 준하는 예우를 갖춰 맞이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빈살만이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중동 건설 노력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성대한 환영 속에 백악관에 도착했다. F-35와 F-15 전투기 6대가 V대형을 그리며 비행하고, 육군 의장대가 말을 타고 미국과 사우디 국기를 펄럭이며 행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번째 임기 중 맞이한 지도자 가운데 가장 화려한 환영을 받았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환영 행사에서 F-35와 F-15 전투기 편대가 비행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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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분간 언론에 공개된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빈살만 왕세자에 대해 “매우 존경받는 분” “나의 오랜 친구”라며 “인권 문제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그가 이룬 성과는 정말 놀라운 것”이라고 치켜올렸다. 카슈끄지 암살 배후 의혹에 대한 질문에 “그(카슈끄지)는 논란이 큰 인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질문을 한 ABC 방송 기자에게 “끔찍하고 반항적 질문”이라며 “ABC의 보도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은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2021년 발표한 보고서 내용과 배치된다. CIA는 빈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를 살해한 이스탄불 작전을 승인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빈살만 왕세자는 이에 대해 “매우 고통스러운 사건이었고 큰 실수였다. 그 사건에 대해 적절한 조사를 진행했고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대답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대미 투자액을 기존에 약속한 6000만달러(약 876조원)에서 1조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에서 약속한 금액보다 4000만달러가 늘어난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백악관이 회담 후 공개한 ‘사우디와 경제 및 국방 파트너십 강화’ 팩트시트(설명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빈살만 왕세자는 ‘미-사우디 전략 방위 협정’을 체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F-35 인도를 포함한 무기 판매를 승인했으며, 사우디는 미국 전차 30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양국은 또 ‘민간 원자력에너지 협력 협상 완료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사우디와 수십년간 수십억달러 규모의 원자력에너지 협력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날 인공지능(AI) 양해각서와 핵심광물 협력을 위한 프레임워크 서명도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만찬 자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맞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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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열린 만찬에서 사우디를 주요 ‘비(非)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히며 “양국간 군사 협력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만찬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팀 쿡 애플 CEO 등 빅테크 거물들과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120명이 참석한 가운데 화려하게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빈살만 왕세자 방미에 앞서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하길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이번 방문에서 성사되긴 어려워 보인다. 빈살만 왕세자는 “협정의 일원이 되기를 원한다”면서도 “동시에 ‘두 국가 해법’을 위한 명확한 길이 보장되도록 확실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수용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트럼프와 빈살만 왕세자의 회담은 ‘브로맨스’와 ‘거래’로 요약됐다. 1조달러 투자와 방위·원자력 협정 등 화려한 거래를 주고받았지만 현실적 문제와 실행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NYT는 사우디가 대미투자를 1조달러를 늘리기로 한 것에 대해 저유가와 사우디가 추진 중인 대규모 지출 프로젝트로 인해 막대한 돈을 쓰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비현실적 수치’라고 지적했다. 1조달러는 사우디 국부펀드 전체 규모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짚었다.
미국이 사우디에 F-35를 판매하기로 한 결정도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를 약화시키고, 사우디와 밀접한 관계인 중국에 핵심 기술을 유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에 판매할 F-35이 이스라엘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것이냐는 질문에 “두 나라 모두 최고 사양을 받을 만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중동 지역에서 트럼프의 가족들이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해충돌에 해당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이 운영하는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은 리야드에서 부동산 건설을 계획 중이며,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빈살만 왕세자와 사업 파트너 관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나는 가족 사업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답했다.
☞ 사우디 영사관에서 뼈 절단 소리가···트럼프-빈살만 회담 화제된 ‘카슈끄지 암살’의 전말
https://www.khan.co.kr/article/20251119180900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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