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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항로 이탈 모른 관제센터-뒤늦은 대피 방송… 세월호때와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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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안 여객선 좌초]

    VTS, 항로이탈 1.6㎞운항 파악못해… “다른 배 보느라 집중 못해” 해명

    사고 30분 후에야 대피 안내 방송… 해경 빠른 대응에 인명 피해는 없어

    동아일보

    전남 신안 해상에서 좌초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20일 전남 목포시 산정동 삼학부두에 정박해 있다. 2025.11.2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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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퀸제누비아2호는 좌초 직전 약 3분간 통상 경로를 벗어났지만,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이런 이상 징후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처럼 ‘바다의 관제탑’이 제 역할을 못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김황균 전남 목포해양경찰서 수사과장은 브리핑에서 “(좌초 전) ‘목포 관할에 진입했다’는 보고 외에 (배와 목포광역VTS 사이에) 교신 내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퀸제누비아2호는 통상 경로에서 벗어나 약 1.6km를 항해하다가 족도를 들이받았는데, VTS가 이를 사전에 경고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VTS는 레이더와 자동식별장치 등을 활용해 항로 이탈, 충돌 위험 등을 실시간 감시하고 위험 시 선박에 즉각 경고·지시를 내리는 ‘해상 교통관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선 VTS 담당 관제사는 퀸제누비아2호가 19일 오후 8시 16분경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좌초한 후에야 일등 항해사의 신고를 받고 상황을 인지했다.

    동아일보

     전남 신안 해상에서 좌초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20일 전남 목포시 산정동 삼학부두에 정박해 있다. 사진은 사고 부위의 모습. 2025.11.2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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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광역VTS 측은 “관할 해역에 배가 총 5척 있었고, 관제사가 이미 항로를 벗어난 또 다른 선박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어 퀸제누비아2호에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 때도 진도VTS는 배가 100도 이상 급선회하는 등 이상 징후를 알아채지 못하고 11분 후에야 처음 교신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목포광역VTS는 “송구하다. 관제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발생 해역이 섬과 섬 사이 좁은 수로였다는 점에서도 세월호 참사와 닮았다. 신안군 일대 해역은 ‘천사(1004)의 섬’으로 불릴 만큼 암초와 무인도가 많다. 2014년 세월호도 협로이자 물살이 강한 맹골수도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과속하며 적절한 대응에 실패했다.

    늦은 선내 방송도 세월호를 떠올리게 했다. 퀸제누비아2호에 탔던 다수 승객은 “사고 직후 승조원이 혼란스러워했고, 약 30분 후에야 ‘구명조끼를 입으라’ 등 비상 집결 안내가 나왔다”고 증언했다. 세월호 당시엔 대피 안내 대신 ‘현 위치 대기’ 방송이 반복돼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이 크게 지연된 바 있다.

    그럼에도 퀸제누비아2호 사고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해경의 빠른 대응 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월호 때 해경은 외부 구조에 치중하며 초기 선체 진입이 늦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현장 도착 직후 선체로 직접 진입해 승객을 신속히 대피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목포=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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