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결집 후확장 전략, 당내 회의론 커져
'중도' 보다 '당심' 강화… 민심 멀어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동작구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식에서 헌화 및 묵념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왼쪽부터 신동욱, 정희용, 장동혁, 유상범, 박성훈.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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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3일 12·3 불법계엄 1년을 앞두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입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마침 장 대표 취임 100일과도 겹치는 터라, 당내에선 불법 계엄 및 윤석열 정부의 과오에 대해 명확히 사과하고 과거와 단절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 확장의 기틀을 다져야 한다는 요구인데, 대여투쟁에 방점을 두고 있는 장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진행된 김영삼(YS) 전 대통령 추모식에서 "첫째도 단결, 둘째도 단결, 셋째도 단결"이란 YS 발언을 언급하며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가르침"이라고 말했다. 당성(黨性)을 강조하며 당 내부 비판 자제를 요청했던 것과 궤를 같이하는 발언이다.
장 대표는 강력한 대여투쟁을 통해 강성 지지층 등을 먼저 결집시킨 뒤 중도 확장을 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오는 22일 부산·울산을 시작으로 다음 달 2일까지 '이재명 정권을 향한 민생 레드카드'란 주제로 전국 순회에 나설 예정이다. 취임 100일 전까지 보수층을 최대한 결집시키겠단 것인데, 호남 지역은 빠졌다. 앞서 논란이 됐던 윤 전 대통령 면회나 "우리가 황교안이다" 등 발언도 선(先)결집 차원이란 설명이다.
같은 맥락에서 계엄 1년 및 취임 100일 메시지가 '대여투쟁'에 방점을 둘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당 지도부 한 인사는 "이미 대선 때부터 계엄에 대한 사과는 여러 번 해오지 않았나"라며 "자칫 더불어민주당의 내란 공세 프레임만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장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우려를 표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권영진·이성권 등 중도 성향 재선 의원들은 전날 장 대표를 만나 사과 및 과거와의 단절 등 보다 전향적인 쇄신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일각에선 장 대표의 사과 등이 없을 경우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여러 번 사과를 했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명확한 메시지를 내지 않으면 지방선거 필패는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선(先)보수 결집 후(後)외연 확장 전략에도 당내 의문이 많다. 강성 지지층 포섭과 중도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기 어렵다는 지적에서다. 특히 이른바 윤어게인 지지층과 함께 갈 경우, 개혁신당 등 범보수 연대는 사실상 실현되기 어려운 구조다. 한 재선 의원은 "당 밖에 연대할 실체가 있는 정당은 개혁신당뿐인데, 윤 전 대통령을 껴안고 어떻게 함께 갈 수 있겠나"라고 우려했다. 강성 보수층을 품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실익'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적지 않다. 계엄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2024년 총선 비례대표 투표에서 당시 자유통일당은 2.26%, 우리공화당은 0.1% 득표에 그쳤다. 반면 개혁신당은 3.61%로 두 사람의 당선자를 냈고, 지난 대선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8.34%를 득표했다.
또 다른 의원은 "극우와 중도 사이에서 승리의 길은 이미 여러 차례 증명이 됐다"며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고 토로했다. 앞서 보수층 결집에 방점을 찍었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체제는 2020년 총선에서 대패를 당했지만, 이후 중도 확장 전략을 폈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중도 대신 '우향우'… 당심 70% 민심 30% 반영키로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은 외려 '중도'와는 멀어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기획단은 이날 지선 경선에 반영될 당원선거인단의 비율을 지금보다 20% 확대하기로 했다. 애초 당심 50% 민심 50% 구조였는데, 당심 70% 민심 30%로 고치겠다고 밝혔다. 중도 소구력 있는 인사들 보다, 강성 당원들에게 인기가 많은 후보들이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이날 서울 양천갑과 울산 남갑 당협위원장 오디션을 치를 인사들을 발표했는데, 친한동훈계 송영훈 전 대변인은 양천갑 오디션에서 컷오프 되고 여러 막말 논란을 일으킨 친윤석열계 김태규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울산 남갑 오디션을 치르게 됐다. 당내에선 "윤 전 대통령 지지층을 향한 장동혁호(號)의 방향성이 드러난 것 아니겠느냐"며 "12·3 메시지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말이 나왔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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