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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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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엄 1년 앞두고 尹 절연할까… 취임 100일 장동혁 입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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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부터 '이재명 레드카드' 전국 순회
    선결집 후확장 전략, 당내 회의론 커져
    '중도' 보다 '당심' 강화… 민심 멀어져


    한국일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동작구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식에서 헌화 및 묵념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왼쪽부터 신동욱, 정희용, 장동혁, 유상범, 박성훈.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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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달 3일 12·3 불법계엄 1년을 앞두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입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마침 장 대표 취임 100일과도 겹치는 터라, 당내에선 불법 계엄 및 윤석열 정부의 과오에 대해 명확히 사과하고 과거와 단절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 확장의 기틀을 다져야 한다는 요구인데, 대여투쟁에 방점을 두고 있는 장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진행된 김영삼(YS) 전 대통령 추모식에서 "첫째도 단결, 둘째도 단결, 셋째도 단결"이란 YS 발언을 언급하며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가르침"이라고 말했다. 당성(黨性)을 강조하며 당 내부 비판 자제를 요청했던 것과 궤를 같이하는 발언이다.

    장 대표는 강력한 대여투쟁을 통해 강성 지지층 등을 먼저 결집시킨 뒤 중도 확장을 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오는 22일 부산·울산을 시작으로 다음 달 2일까지 '이재명 정권을 향한 민생 레드카드'란 주제로 전국 순회에 나설 예정이다. 취임 100일 전까지 보수층을 최대한 결집시키겠단 것인데, 호남 지역은 빠졌다. 앞서 논란이 됐던 윤 전 대통령 면회나 "우리가 황교안이다" 등 발언도 선(先)결집 차원이란 설명이다.

    같은 맥락에서 계엄 1년 및 취임 100일 메시지가 '대여투쟁'에 방점을 둘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당 지도부 한 인사는 "이미 대선 때부터 계엄에 대한 사과는 여러 번 해오지 않았나"라며 "자칫 더불어민주당의 내란 공세 프레임만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장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우려를 표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권영진·이성권 등 중도 성향 재선 의원들은 전날 장 대표를 만나 사과 및 과거와의 단절 등 보다 전향적인 쇄신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일각에선 장 대표의 사과 등이 없을 경우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여러 번 사과를 했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명확한 메시지를 내지 않으면 지방선거 필패는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선(先)보수 결집 후(後)외연 확장 전략에도 당내 의문이 많다. 강성 지지층 포섭과 중도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기 어렵다는 지적에서다. 특히 이른바 윤어게인 지지층과 함께 갈 경우, 개혁신당 등 범보수 연대는 사실상 실현되기 어려운 구조다. 한 재선 의원은 "당 밖에 연대할 실체가 있는 정당은 개혁신당뿐인데, 윤 전 대통령을 껴안고 어떻게 함께 갈 수 있겠나"라고 우려했다. 강성 보수층을 품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실익'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적지 않다. 계엄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2024년 총선 비례대표 투표에서 당시 자유통일당은 2.26%, 우리공화당은 0.1% 득표에 그쳤다. 반면 개혁신당은 3.61%로 두 사람의 당선자를 냈고, 지난 대선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8.34%를 득표했다.

    또 다른 의원은 "극우와 중도 사이에서 승리의 길은 이미 여러 차례 증명이 됐다"며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고 토로했다. 앞서 보수층 결집에 방점을 찍었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체제는 2020년 총선에서 대패를 당했지만, 이후 중도 확장 전략을 폈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중도 대신 '우향우'… 당심 70% 민심 30% 반영키로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은 외려 '중도'와는 멀어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기획단은 이날 지선 경선에 반영될 당원선거인단의 비율을 지금보다 20% 확대하기로 했다. 애초 당심 50% 민심 50% 구조였는데, 당심 70% 민심 30%로 고치겠다고 밝혔다. 중도 소구력 있는 인사들 보다, 강성 당원들에게 인기가 많은 후보들이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이날 서울 양천갑과 울산 남갑 당협위원장 오디션을 치를 인사들을 발표했는데, 친한동훈계 송영훈 전 대변인은 양천갑 오디션에서 컷오프 되고 여러 막말 논란을 일으킨 친윤석열계 김태규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울산 남갑 오디션을 치르게 됐다. 당내에선 "윤 전 대통령 지지층을 향한 장동혁호(號)의 방향성이 드러난 것 아니겠느냐"며 "12·3 메시지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말이 나왔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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