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의 저승사자로 통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간 통합·합병을 다루는 독점금지법을 유연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조선업의 경우 국내 시장 과점보다 해외 경쟁 국가와 벌이는 점유율 경쟁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전날 경제산업성이 개최한 전문가회의에서 공정위가 경제안전보장상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독점금지법 예외를 적용한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게 조선업이다. 한국·중국 등 해외 경쟁자가 더 앞서나갈 때는 국내 기업 간 합병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이 과점 상태가 되더라도 독점금지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대규모 투자를 위해서는 기업 간 통합·합병이 필요한데, 경쟁 규제 저촉 때문에 진척이 되지 않는다는 산업계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 18일 일본 최대 조선업체인 이마바리조선이 2위 업체인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 지분을 추가 매입해 자회사로 두려는 계획을 승인했다. 두 회사의 일본 내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50%가 넘지만 한국·중국 조선업을 의식한 공정위는 '경쟁의 실질적 제한이 된다고 말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일본 정부는 한중 경쟁에서 밀려난 조선업 부활을 위해 2035년 선박 건조량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의 선박 건조량은 1990년대 초 전 세계 점유율이 약 50%였지만 현재 중국과 한국에 밀려 세계 3위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2035년까지 정부와 조선업계가 3500억엔(3조3000억원)씩 출연하는 등 민관이 총 1조엔(약 9조4000억원)을 투자해 생산 기반을 강화하는 '조선업 재생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종합경제 대책에 반영했다.
조선업 외에도 '자원 무기화'가 되고 있는 희토류와 관련해서는 기업이 공급처 등 중요 정보를 공유하거나 공동으로 조달하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또 자동차 엔진 부품 등 일본이 기술적 우위를 보이면서도 시장이 축소돼 사업 통합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기업끼리 '사업 계속 의향' 등 정보를 교환하는 것을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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