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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이재명 정부

    [New & Good] APEC 때 이재명 대통령이 앉은 그 의자…경북 '산불 피해목'으로 만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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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EC 가구 협찬' 민경중 코아스 대표 인터뷰
    책상·의자 등 17종 142점…약 3억 원 규모 제공
    "숲의 상처를 국가의 자산으로" 상징성 담아


    한국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10월 30일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HICO) 3층 양자회담장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두 정상이 사용한 책상은 3월 경북 안동시 일대 산불 피해목으로 만든 것이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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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말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HICO) 3층 양자회담장. 이재명 대통령이 각국 정상을 만날 때마다 특별한 가구가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양국 정상이 나란히 마주 보고 앉도록 배치된 책상이다. 짙은 갈색에 고운 나뭇결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책상에는 영어로 '경북 안동 산불 피해목으로 제작됐다'는 문구가 새겨졌다.

    책상은 사무용 가구 전문업체 코아스가 3월 경북 안동 일대 산불의 피해목을 활용해 만든 것이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코아스 본사에서 만난 민경중 코아스 대표"단순한 가구를 넘어 숲의 상처를 국가의 자산으로 바꾸는 상징성을 담고 싶었다""피해목을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걸 세계인에게 보여주는 의미"라고 말했다.

    피해목, 일반 목재보다 더 단단…편견 없애는 데 집중



    한국일보

    민경중 코아스 대표가 13일 서울 영등포구 코아스 본사에서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협찬 가구의 원재료로 사용된 경북 안동 일대 산불 피해목을 소개하고 있다.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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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아스는 양자회담장과 귀빈실 등 APEC의 주요 공간에 피해목으로 만든 책상, 의자, 소파 등 17종 142점 가구(3억 원 상당)를 협찬했다. 처음에는 정부에서 의자 60여 개를 구매하기 위해 코아스를 찾았다가 코아스가 협찬을 제안하면서 가구 수가 늘었다. 피해목 사용량은 15㎥, 중량으로 10톤가량을 벌채했고 동화기업에서 무상으로 MDF를 만들어 코아스에 제공했다.

    피해목은 그을린 표면 껍질을 제거하고 살균 처리를 한다. 이후 잘게 부숴 톱밥을 만든 후 고온·고압에서 압축해 MDF로 제작한다. 피해목은 불에 타면서 나무의 습기가 제거돼 오히려 일반 목재보다 더 단단해지고 변형의 위험도 줄어든다는 게 민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일본에는 일부러 고온에 태운 나무를 쓰는 건축 기법도 있다"며 "우리도 불탄 나무를 건축 자재로 만든 사례가 있지만 가구에 적용된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피해목은 책상뿐 아니라 의자에도 들어갔다. 가공하고 남은 목분(나무 가루)을 의자 바닥에 깔아 항균 효과를 더한 것. 가죽은 우리나라 천연 대나무에서 추출한 '뱀피(BAM-P)'라는 식물성 가죽을 썼다.

    민 대표는 특히 피해목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튼튼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는 "피해목이라고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도록 내구성을 높이는 데 각별히 신경 썼다"며 "어찌나 걱정을 했는지 대통령의 의자 바퀴가 빠지는 악몽을 꾸기도 했다"고 웃었다.

    "피해목 재활용 가구, ESG 경영·NDC 달성에 부합…적용 사례 늘려야"



    한국일보

    경북 안동 일대 산불 피해목이 인천 중구 동화기업 생산 공장에 입고된 모습. 피해목은 불에 탄 껍질을 벗겨내고 살균 처리를 거쳐 MDF로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동화기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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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EC 이후 코아스에는 사무용 가구 주문을 문의하는 기업의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 코아스는 이들에게 피해목 사용을 제안하면서 활용을 점차 늘려가기로 했다. 민 대표는 피해목의 재활용이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맞아떨어질 뿐만 아니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하는 데도 이바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피해목 활용 제품의 품질을 정부가 공식 인증하는 탄화목 인증제(GR)를 도입해 업계의 사용을 독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피해목을 태워버리지 않고 가구로 재활용하면 수십 년 동안 탄소를 고정하는 산업형 저장고가 되거든요. 피해목 재활용을 통해 자연을 되살리는 산업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과 제도 정착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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