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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두개골 깨지고 싶냐”…쓴소리한 직원 자르고 출시 강행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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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조 기업가치 피겨AI, 前직원에 피소
    前안전책임자 “문제 제기했더니 해고”
    강철 냉장고 찢는 오작동 사고 내기도


    매일경제

    피겨AI의 AI 모델 ‘헬릭스’를 적용한 휴머노이드 로봇 피겨02 두 대가 사람이 장 봐온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다. [피겨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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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겨AI가 전 제품 안전 책임자로부터 ‘두개골을 부술 만큼 위험한 로봇을 출시하려 한다’는 내부 경고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다. 회사의 기업가치가 390억달러(약 52조원)로 급등한 직후 제기된 소송이라 로봇 안전 문제와 스타트업의 ‘속도전’ 관행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소송을 제기한 인물은 로버트 그룬델 전 피겨AI 제품안전 총괄 엔지니어다. 그는 21일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회사 경영진에게 로봇의 잠재적 치명 위험을 여러 차례 알렸으나 경고 직후인 9월 부당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그의 마지막 문제 제기는 문서로 만들어진 정식 안전 보고였으며 해고는 그 며칠 뒤 이뤄졌다.

    그룬델은 특히 브렛 애드콕 피겨AI 최고경영자(CEO)와 카일 에델버그 수석 엔지니어에게 로봇이 ‘인간 두개골을 골절시킬 정도’의 힘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소장에서 시스템 오작동 중 로봇 한 대가 강철 냉장고 문에 ‘0.25인치(약 6㎜)’ 깊이의 흠집을 낸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이를 명백한 치명 위험 신호로 판단했다.

    매일경제

    피겨AI의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피겨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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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이 같은 경고가 투자 유치 과정과 맞물렸다는 점이다. 소장에 따르면 그는 두 명의 잠재 투자자에게 제시할 ‘제품 안전 로드맵’을 준비했으나 회사는 투자 계약을 마무리하던 시점에 이를 ‘대폭 축소’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룬델은 이 같은 조치가 ‘투자 유치에 사용된 안전 계획을 훼손하는 것’이며 ‘사기 의혹으로 해석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피겨AI는 지난 9월 벤처캐피털 파크웨이VC가 주도한 라운드에서 기업가치 390억달러를 인정받았다. 2024년 초 대비 15배 급등한 수치다.

    그는 경영진이 안전 문제를 ‘의무가 아닌 장애물’로 취급했다고 주장하며 회사가 해고 사유로 제시한 ‘사업 방향 전환’은 사실상 구실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그룬델은 경제적 손실 배상과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며 배심원 재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피겨AI는 CNBC에 보낸 성명에서 그룬델이 ‘성과 부진으로 해고됐으며 주장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모든 주장을 법정에서 명확히 반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룬델 측 변호인은 “캘리포니아 법은 위험한 관행을 신고한 직원 보호를 명확히 규정한다”라며 “이 사건은 휴머노이드 로봇 안전을 둘러싼 초기 ‘내부고발자 소송’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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