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면역원성 독감 백신 개발 나선 제약사들/그래픽=김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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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인플루엔자)의 위협이 계속되는 가운데 면역 효과를 높인 '새 백신' 개발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층 접종에 적합해 의료 현장의 요구가 높고 정부도 관심을 갖고 있다.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새 백신이 도입될 경우 최소 2000억원의 예산이 편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제약사의 '독점 체계'가 정부에게는 일부 부담이라 이미 개발에 나선 GC녹십자·SK바이오사이언스 등 국내 제약사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각각 고령층을 대상으로 고용량 독감 백신과 면역증강 백신 등 고면역원성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면역노화로 일반 백신 효과가 급감하는데 이를 상쇄하기 위해 GC녹십자는 항원 함량을 높인 고용량 백신을, SK바이오사이언스는 면역증강제를 추가한 면역증강 백신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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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노화 맞서는 '고면역원성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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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녹십자는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고용량 3가 독감 백신의 국내 임상 2상 시험 계획서(IND)를 내년 상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할 계획이다. 2019년 고용량 4가 백신의 임상 2상을 완료했으나, 세계보건기구(WHO)의 3가 백신 전환 권고에 따라 개발 계획을 수정한 것이다. 기존 임상을 통해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한 만큼 임상 1상을 생략하고 바로 임상 2상 IND를 신청한다.
GC녹십자가 개발 중인 고함량 독감 백신은 '헤마글루티닌'이란 항원 함량을 일반 독감 백신보다 4배 높였다. 헤마글루티닌은 독감 바이러스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 항원으로, 체내 면역 체계가 이를 인식하고 중화 항체를 생성하도록 유도하는 핵심 성분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65세 이상 고령층은 면역노화로 일반 독감 백신 접종 시 면역 반응이 낮게 나타나 방어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항원 함량을 4배 증량함으로써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하면 고령층의 독감 이환율 감소, 중증화 및 합병증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7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인플루엔자(독감) 무료 접종이 시작된 15일 대구의 한 병원에서 어르신이 독감 무료 예방 접종을 받고 있다. 2025.10.15. lmy@newsis.com /사진=이무열 |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개발한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에 면역증강제를 적용한 신규 독감 백신 후보물질 'NBP607B'의 임상 1·2상 계획을 지난 7월 식약처에 제출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국내·외 고령자 약 320명을 대상으로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고 2027년 중간 결과를 확인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에도 이미 면역증강제를 활용한 바 있다. 이번 독감 새 백신은 이런 기술력을 확장하는 시도로 '백신 플랫폼' 확대 측면에서도 의의를 갖는다는 설명이다. NBP607B의 비임상 연구는 앞서 2023년 진행해 이미 성공적인 결과를 확보한 상태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독감 새 백신에 포함될 면역증강제는 스카이코비원과는 다르며 기초 연구를 통해 기존 백신과 잘 맞는 성분을 새로 발굴했다"며 " 다양한 면역증강 성분으로 구성된 만큼 고령층에서도 충분한 면역 반응과 항체 생성을 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안재용 사장은 "시장에서 경쟁력이 검증된 스카이셀플루에 면역증강제를 활용한 백신 개발 경험이 더해지는 만큼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을 것"이라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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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사업만 2000억원 이상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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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미 대한감염학회는 '2023 성인예방접종 개정안'을 통해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 접종을 우선 권고했다. 미국, 영국, 호주, 덴마크, 대만 등은 65세 이상 고령층 NIP에 고면역원성 백신을 포함해 무료 접종해주고 있다.
정부와 국회도 표준용량 → 고면역원성으로 독감 백신 전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2023년 질병관리청은 도입 우선 백신 5순위로 고면역원성 4가 독감 백신을 선정한 바 있다. 질병청 용역으로 2020년 진행된 비용효과성 평가에서도 65세 이상 고면역원성 백신은 표준용량 대비 비용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내년 NIP 사업 예산을 952억5200만원 증액하면서 약 70%(700억원)를 65세 이상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 접종에 할당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사진=(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질병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NIP 대상이 되는 고령층은 약 1100만명으로 고면역원성 백신을 도입할 경우 연간 최소 1920억원에서 최대 267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표준용량 백신 접종 예산이 연간 1220억원인데 700억~1450억원이 더 드는 셈이다. 현재 병원 납품 가격은 면역증강 백신이 2만원대, 고함량 백신은 6만원대로 성분에 따른 가격 차가 있다.
다만 현재 국내 허가된 고면역원성 백신 2종 모두가 글로벌 제약사 제품으로 백신 전환 시 해외 의존도가 높아질 우려가 있다. 정부가 NIP에 고면역원성 백신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기도 하다. 반면에 이를 두고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당장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산화를 기다릴 게 아니라 향후 스위치(교체) 전략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표준용량 독감 백신도 그렇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백신 제약사의 역량은 이미 검증된 만큼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되면 이른 시일 내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제안했다.
질병청은 "2026년 NIP 도입 우선순위를 재평가할 예정"이라며 "비용 효과성에 대한 근거는 마련됐다고 판단한다. 재정 소요와 국내 제약 시장 상황을 고려해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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