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6 (토)

    "이러다 1500원도 뚫리겠다" '고환율'에 자영업자·유학생 가족 시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수입물가·기름값 올라… 강달러에 국민 부담↑
    미국과 금리 격차·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 영향
    "원·달러 환율 1450원대 넘는 현상 지속될 것"


    한국일보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1.5원 오른 1,477.1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한 24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사설 환전소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환율이 더 오른다면 스테이크는 접고 다른 걸 팔아야겠죠."

    서울 종로구에서 8년째 스테이크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차모(42)씨는 최근 고공행진하는 원·달러 환율 때문에 직격탄을 맞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원화 약세로 음식의 주재료인 호주산·미국산 소고기의 수입물가가 크게 오른 탓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9월 초까지 100g당 4,990원 수준이던 호주산 갈비살의 국내 원료가격(수입물가에 국내 유통 비용 등을 더한 값)은 이달 중순부터 약 17.7% 오른 5,874원을 유지하고 있다. 차씨는 "1인분 가격을 1만2,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올렸는데 여기서 더 비싸게 팔면 손님들이 안 올 것"이라고 토로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면서 수입 재료에 의존하는 자영업자부터 유학생 가족, 해외 여행객 등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4일 원·달러 환율은 1,477.1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 관세 인상과 미중 무역 갈등 우려로 4월 9일 기록한 연중 최고치(1,484.1원)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지난달 말 기준 89.09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기준 시점(2020년=100)을 넘으면 고평가, 낮으면 저평가로 간주한다. 현재 원화의 실질 가치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의미다.

    한국일보

    최근 3개월 원·달러 환율 추이. 그래픽=이지원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환율은 물가를 밀어올려 장바구니 부담을 키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138.17로 전월(135.56) 대비 1.9% 올랐다. 지난 1월(2.2%)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수입물가는 보통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데 수입 의존도가 높은 외국산 소고기와 치즈 등은 인상분이 반영된 지 오래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유류세 인하폭 축소가 겹치면서 기름값도 급등해 서울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지난 18일 9개월여 만에 L당 1,800원대를 돌파했다. 경기 군포에서 화성까지 차량으로 출퇴근하는 성모(53)씨는 "일주일에 한 번 가득 채우면 7만8,000원이 들던 게 8만3,000원까지 올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한국일보

    24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에서 여행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고환율로 면세 이점이 줄어들면서 면세업계 매출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당장 달러가 필요한 유학생 학부모와 해외 여행객은 더 고민이 깊다. 미국 뉴욕에서 유학 중인 대학생 아들을 둔 최모(58)씨는 "매년 7월과 11월에 학비로 각각 3만 달러를 내는데 환율이 1,300원대 후반인 여름엔 약 4,100만 원이면 됐지만 이번에는 4,400만 원 넘게 송금해야 한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내달 일본 여행을 앞둔 강석희(24)씨도 "평소 여행 땐 면세점에서 향수, 화장품 등을 20만~30만 원어치 구매했는데 요즘은 달러가 비싸 백화점가와 면세가의 차이를 모르겠다"며 "미국 여행은 당분간 꿈도 못 꿀 지경"이라고 했다.

    강달러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큰 데다 관세 협상 여파로 국내 기업들이 당분간 달러를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미국 내에서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 1,450원대 이상이 '뉴노멀'인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