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답방을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국빈 자격으로 초청했다.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중·일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발표된 미·중 ‘셔틀 외교’가 국제 정세에 어떤 변곡점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시 주석과 매우 좋은 전화 통화를 했다. 우리와 중국의 관계는 매우 강력하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는 “시 주석은 (내년) 4월 나를 베이징에 초청했고, 난 이를 수락했다”며 “그 답례로 시 주석은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손님이 될 것”이라고 썼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초대를 수락했는지에 대한 중국 측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현직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트럼프 집권 1기 때였던 2017년 11월 이후 8년여 만이다. 또 시 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은 2015년 버락 오바마 정권 때 이후 11년 만이다.
1시간가량 진행된 이 날 통화는 한국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중 정상회담 합의 이행조치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통화는 3주 전 한국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된 회담의 후속 조치”라며 “그 이후 (미·중) 양측은 우리의 합의를 최신 상태로 정확히 유지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이제 우리는 큰 그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 대해 “우리는 지난달 한국에서의 성공적인 회담에서 중요한 합의를 달성했다”며 “이후 중·미 관계는 총체적으로 안전·호전됐고 양국과 국제 사회의 환영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다만 두 정상이 전한 통화 내용의 핵심 의제에서는 미묘한 차이가 감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러시아, 펜타닐, 대두 및 기타 농산물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했다”면서 “우리의 위대한 농부들을 위해 훌륭하고 매우 중요한 합의를 이루었고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펜타닐 관세를 10%포인트 인하하는 대가로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하기로 한 합의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반면 신화통신은 “미국은 중국에 있어 대만 문제의 중요성을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대만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으나, 중국 측에서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공개한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31일 경주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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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소사이어티의 로리 다니엘스 전무이사는 “미·중 정상은 부산 회담 당시 무역 협력 재개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대만 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로 했지만,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발언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중국은 늑대전사식 소셜미디어 위협부터 왕이 외교부장의 공식 성명까지 대응 수위를 높이다가 이제는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의 입장을 완화 혹은 교정해 달라고 직접 당부하기까지 이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니엘스 전무이사는 “이것은 미국의 ‘우선순위’에 대한 시험대이기도 하다”며 “중국의 입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내부 의사 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향후 몇 달 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중 무역협상이 다시 궤도에 올랐고, 내년에는 구체적 성과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서 대만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그가 동맹국의 안보 우려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베이징의 입장을 그대로 흡수해버린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수호재단의 크레이그 싱글턴도 “중국은 이번 일본발 파장을 대만 문제를 둘러싼 역내 연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상당히 동요하고 있다”며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압박을 가한 이유도 이 연대가 더 공고해지기 전에 중국이 원하는 내러티브를 미국이 강화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정상이 내년 정상회담에서 경제와 안보 문제를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주고받는 ‘빅딜’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대국이 각자의 세력권을 구축하는 국제 질서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대만 문제를 놓고 시 주석과 거래를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글에서 언급한 “큰 그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것도 이를 뜻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미·중 정상회의 합의에 따라 미국산 대두의 중국 수출이 재개 수순에 들어갔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날 화물선 세 척이 중국으로 수출될 미국산 대두와 수수를 선적하기 위해 곡물 터미널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의 25% 이상을 구매하는 최대 수입국이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전쟁을 시작하자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인 미국 대두 농가를 겨냥해 수입을 중단한 바 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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