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초청도 미끼… 트럼프 동조 가능성
엔비디아 AI칩 對중국 수출 허용될 수도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촬영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 사진과 22일 미국 워싱턴에서 사진에 담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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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한 달 만에 전화 통화를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협조와 내년 4월 방중 초청을 지렛대로, 대만 문제를 둘러싼 최근 중국과 일본 간 갈등에 중국 편에서 개입해 줄 것을 요구했으리라는 추측이 제기된다.
일본·대만의 불안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시 주석과의 통화 사실을 알린 뒤 “시 주석이 (내년) 4월에 (중국) 베이징을 방문하라고 나를 초청했고, 나는 이를 수락했다. 나는 그에게 내년 하반기에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내 손님이 돼 달라고 화답했다”고 밝혔다.
통화는 시 주석이 요청했다고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유력 언론들은 전했다. 중국 지도자가 미국 대통령에게 통화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2001년 9월 대미(對美) 테러 직후가 최근 수십 년간 중국 정상이 미국 정상을 상대로 먼저 접촉을 시도한 단 하나의 사례라고 WSJ는 전했다. 다만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미국 측이 통화를 바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통화의 핵심 배경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일본 개입 시사’ 발언 후 심각해지고 있는 중일 갈등이다. NYT는 “흔치 않게 시 주석이 주도한 이번 통화는 대만을 둘러싼 중일 사이 긴장이 몇 주간 고조된 뒤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과의 통화 뒤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와 통화한 사실을 감안할 때 미중 정상 간에 중일 갈등 원인인 대만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을 공산이 크다.
시 주석은 이번 대일(對日) 갈등을 대만 유사시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 중인 트럼프 대통령의 대만 정책에 영향을 미칠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는 게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한 WSJ 전언이다. 무력을 써서라도 대만을 본토와 통일해야 한다는 입장인 중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따르며 대만 독립에 반대해 주기를 바란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 중국 담당 선임연구원 크레이그 싱글턴은 NYT에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압박해 포섭하려는 게 시 주석 의도”라고 말했다.
정황상 트럼프 대통령의 실제 동조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날 통화에서 시 주석이 일본이 적국이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중이 함께 파시즘과 군국주의에 맞서 싸웠다는 역사적 사실을 거론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2차 대전 승리를 위해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대만이 중국에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진핑의 유인 카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양자 회담을 마치고 나가며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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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이 우선적으로 제시한 유인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공조였을 개연성이 있다. WSJ는 시 주석이 대만에 초점을 맞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 방향을 우크라이나로 돌렸다는 소식통의 말을 옮겼다.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은 통화에서 “중국은 평화에 힘쓰는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방중 성사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먹힐 만한 협상 카드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무역 협정 체결이고, 시 주석과의 4월 베이징 회담은 그 결실을 맺는 자리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취재진에 “중국과 논의해 온 무역 협상에 대화의 초점이 맞춰졌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중국 인공지능(AI) 기술 수출 통제가 완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24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엔비디아가 만드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H200’의 대중 수출 허용 여부를 미국 정부가 검토한다는 보도와 관련, “결정권자는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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