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프레임워크’ 구축 시동
현재 1400조원… GDP 절반 상회
보유 해외자산 > 정부 외환보유액
국민연금 단기 해외 투자 쏠림이
최근 고환율 큰 요인 됐다는 판단
복지부 “기금 수익성 흔들려선 안돼”
2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현재 1400조원 정도로, 국내총생산(GDP·2024년 현재 2292조원)의 50%를 넘었다. 지금 상태만으로도 전 세계 연기금 중 세 번째로 규모가 크다. 또 국민연금이 보유한 해외자산 역시 5000억달러를 넘은 것으로 추정돼 정부 외환보유액(4228억달러)보다 많은 상황이다. 구윤철 부총리가 이날 “국민연금은 외환시장 단일 최대 플레이어”라고 말한 배경이다.
구윤철, 환율 방어 동원 논란 해명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외환시장 동향과 국민연금의 장기 구조개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총리가 외환시장을 주제로 별도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세종=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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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까지 단계적으로 올리는 모수개혁이 단행돼 적자 전환 시기가 2041년에서 2054년으로 늦춰진 점(수익률 5.5% 가정)도 국민연금 규모를 키우는 요인이다. 국민연금 최대 규모는 종전에는 1882조원 정도로 예측됐지만 개혁 이후 3600조원 이상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에 육박하는 등 변동성이 커진 것도 국민연금이 단기간에 해외 투자를 늘린 부분이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잔액은 431조원이었는데 올해 8월 말 기준 486조4000억원까지 늘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환율 상승은) 미국 금리인하 가능성 등 대외 요인과 내국인 순해외투자, 국민연금 등 대내 요인으로 나눠볼 수 있다”면서 “대내 요인에서는 개인투자자보다는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가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언젠가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원화로 환전해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이런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외환당국은 설명했다. 2054년으로 예상되는 기금 회수기에 평가이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쌓인 해외자산을 집중 매도하면 오히려 원화 가치가 떨어져 연금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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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은 ‘전략적 환헤지’(위험 회피 방안) 비율 조정 등 단기 대책은 복지부 장관이 주재하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다만 기재부는 기금 운용위의 일원으로 국민연금의 안정성, 유동성, 수익성, 공공성이 조화롭게 고려되도록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있는 부분에 대해 “필요하다면 닫혀 있지 않고 언제든지 (대책을) 검토할 계획”(구 부총리)이라고 전했다.
복지부는 “어쩔 수 없지 않나”라면서도 국민연금 기금의 수익성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모수 개혁을 발표한 뒤 이어졌던 청년들의 반발이 다시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20∼30대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의 구원 투수로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결국 국민 돈인 연금을 투입한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전국 20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에서 20대는 69.2%, 30대는 74.7%가 국민연금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국민연금공단 측은 환율 안정이라는 공공성 확보와 함께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장재혁 국민연금공단 기획이사는 “어렵지만, 국민연금 운용의 대원칙인 수익성과 공공성을 다 달성할 필요가 있다”며 “물론 환율 안정을 추구하다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수익성이 더 확보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존에도 국민연금은 한국은행과 통화 스와프를 해왔다.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며 “균형감 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희경·권구성 기자, 장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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