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단계' 가장 낮은 안정성 등급으로
"위험 자산 보유 비중 24%" 지적

스테이블코인 테더 로고가 그려진 모형주화가 놓여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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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법정 통화에 가치를 연동한 가상화폐)의 대표주자인 테더(USDT)의 페그(연동) 능력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연동 능력이 부정적이라는 의미는 예를 들어 1달러에 고정돼야 할 스테이블코인이 그 범위 밖으로 자주 이탈,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뜻이다. 최근 크게 하락한 비트코인 가격과 불투명한 투자 정보 공개도 주된 이유로 꼽혔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던 테더의 안정성이 도마에 올랐다.

S&P는 26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테더의 스테이블코인 안정성 평가 등급을 기존 '제한적(constrained)'에서 '취약(weak)'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취약 등급은 S&P의 스테이블코인 평가 등급 중 가장 연동 안정성이 낮은 5단계에 해당한다. S&P는 테더가 "지급준비금이나 위험 관리 방식이 투명하지 않다"며 "견고한 규제 체계도 없고, 발행사의 부도가 발생했을 때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분리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어진 비트코인 가치 하락도 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테더는 전체 유통량의 5.6%에 해당하는 자산을 비트코인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이는 3.9% 수준인 테더의 초과 담보 여유분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7일 최고점을 찍은 후 20% 넘게 하락했다.

비트코인에 더해 테더의 금·담보대출·회사채 등 '고위험자산' 보유비율은 지난해 17%에서 올해 24%로 크게 높아졌다. S&P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이나 기타 고위험 자산 가치 하락으로 테더가 '담보 부족 사태'에 빠질 수 있다"며 테더의 고위험 자산 보유 비중이 늘며 "더 큰 시장 변동성에 노출됐다"고 짚었다.

테더 측은 성명을 내고 "보고서에 제시된 평가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반발했다. 테더는 "해당 보고서는 가상자산의 본질이나 규모, 거시경제적 중요성을 포착하지 못하는 구식 프레임워크(체계)를 이용해 작성됐다"며 "테더는 2021년부터 분기별 검증 보고서를 공개했고, 상환 요청을 단 한번도 거부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파올로 아르도이노 테더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해당 보고서가 '전통 금융계의 공포 조장'에 불과하다며 S&P의 신용등급 평가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