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전날 대낮 충격, 트럼프 “테러”
추방 늘 듯, 美국방 “워싱턴 軍500명 추가”
미국 수도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주방위군을 겨냥한 총격이 벌어진 26일 사건 현장에서 군복을 입은 신원 미상의 남성이 들것에 실려 대기 중인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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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도인 워싱턴의 백악관 코앞에서 주(州)방위군 두 명이 총에 맞아 크게 다쳤다. 용의자는 29세의 아프가니스탄 국적 이민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범행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며 반(反)이민 정책을 더 강경하게 밀어붙이겠다고 선언했다.
탈레반 피해 입국한 난민
트럼프 대통령은 추수감사절 연휴 전날인 26일(현지시간) 영상 메시지 형태로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총격 사건을 “악의 행위, 증오의 행위, 테러 행위”로 단정하며 “우리는 미국을 전적으로 안전하게 만들고 이 야만적인 공격을 저지른 자를 신속하고 확실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은 이날 대낮인 오후 2시 15분쯤 백악관에서 북서쪽으로 도보 약 5분 거리의 패러것 웨스트 지하철역 근처에서 발생했다. 워싱턴 시(市)경찰청의 제프리 캐럴 부청장은 기자회견에서 주방위군 대원들이 순찰 도중이었으며 용의자가 모퉁이에서 나타나 이들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또 일단 용의자 단독 범행으로 보고 있으며 매복하고 있다가 대원들을 공격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 시장은 회견에서 “대원을 겨냥한 표적 공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총을 맞은 주방위군 대원 두 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지만 중태다. 이들 중 한 명은 머리에 총을 맞았다고 한 소식통이 AP통신에 전했다. 용의자 역시 총격을 당했고, 중상이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동기는 아직 불분명하다. 체포된 용의자는 현재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 신상 정보는 파악된 상태다. 이날 영상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용의자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1년 9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입국한 외국인이라는 정보를 공개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엑스(X) 글에서 용의자가 ‘동맹 환영 작전’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해당 작전은 미군 철수 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조국을 떠나려는 난민을 도울 목적으로 고안된 프로그램이다. 수사 당국자는 언론에 익명으로 용의자 나이와 이름을 각각 29세 ‘라마눌라 라칸왈’이라고 확인했다.
“도보 순찰하면 표적 전락”
26일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근처 도심 대형 공원인 내셔널몰을 주방위군이 순찰하고 있다. 이날 백악관 가까이에서 주방위군 두 명이 총에 맞았다. 워싱턴=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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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을 당한 대원들은 올 8월 불법 이민자 단속과 범죄 척결이 명분인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로 워싱턴에 배치된 주방위군 병력이다. 현재 약 2,200명이 투입됐는데 이들 중에는 워싱턴 주방위군 900여 명뿐 아니라 미국 동부 일대 주에서 차출된 병력도 포함됐다. 피해 대원은 180명이 파견된 웨스트버지니아 주방위군 소속이다.
이들은 철수가 예정돼 있었다. 워싱턴 시정부가 연방정부의 일방적 주방위군 투입이 자치권을 훼손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법원은 20일 시정부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배치 금지 명령을 내렸다. 다만 항소 기회를 준다며 다음 달 11일까지 명령 이행을 보류한 상태였다. 하필 그사이에 총격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총격은 도리어 워싱턴 주둔군 확대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건 뒤 해당 결정 효력 정지를 법원에 요청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대통령 요청에 따라 워싱턴에 500명의 주방위군을 추가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의자가 이민자로 드러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단속 강화를 예고했다. 성명에서 “우리는 바이든 정권 때 아프가니스탄에서 입국한 모든 외국인을 재점검해야 한다”며 “이곳 일원이 되지 않거나 우리나라에 득이 되지 않는 사람은 어느 나라에서 왔든 그들을 추방하기 위해 모든 필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격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없었다. 영상 성명은 연휴를 보내려 체류 중인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촬영됐다. 그는 “이 잔혹 행위를 저지른 짐승이 가능한 한 가장 가혹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눈에 잘 띄는 수도 지역을 도보로 순찰하는 임무 자체가 군인들을 악당의 표적으로 만들기 십상이라는 게 전직 주방위군 간부들의 지적이라고 전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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