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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물가와 GDP

    반도체 호황에 성장률 1% 턱걸이 전망...고환율·고물가에 묶인 기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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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 내년 성장률 전망도 1.6→1.8% 조정
    반도체 쏠림 성장…경기 회복으로 볼 순 없어
    부양 필요해도 고환율에 물가 걱정까지 겹쳐
    4연속 기준금리 연 2.5% 동결, 장기화 전망


    한국일보

    이창용(가운데)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강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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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로 상향 조정했다. 예상보다 견조한 수출 덕에 석 달 전보다 0.1%포인트 올려 잡은 것이다. 다만 글로벌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일부 수출 업종만 반짝 성장하는 상황이라, 경기 전반에 드리운 먹구름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27일 한은은 전년 대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올해 1%, 내년 1.8%로 전망했다. 직전 8월 발표치 대비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그사이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됐고 미중 무역 갈등이 완화된 데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진 영향이 컸다. 이대로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올해 1,150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내년에는 1,30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경기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 성장률이 2% 내외로 추산되는 잠재성장률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분야를 제외하면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4% 수준에 그친다. 내수나 비제조업 경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일보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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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부양 필요해도 금리 내리긴 어려워져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졌지만 기준금리는 네 차례 연속 동결됐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로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세 차례 동결이 수도권 주택시장 과열로 인한 가계부채 급등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면, 이번에는 고환율이 결정적이었다. 금리를 내리면 더 높은 금리를 좇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 원화 약세를 더 부추길 수 있어서다. 이날도 원·달러 환율은 1,464.9원(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약 두 달간 1,400원을 웃돌고 있다.

    고환율은 물가에도 상방 압력을 더한다. 이날 한은이 제시한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올해와 내년 2.0%, 1.9%(8월 기준)에서 각각 2.1%로 상향됐다. 당장은 농축산물 가격, 여행 관련 서비스 요금 일시 급등 등이 원인으로 꼽혔지만,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수입품 가격 상승을 통해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내년도 전망치 상향 조정에는 환율(상승) 영향 등으로 인한 0.1%포인트 상승분이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팬데믹 이후 높아진 물가 수준까지 감안하면 서민이 체감하는 물가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환율을 안정시킬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최근 내국인의 대외투자 확대에 따라 달러 수요가 급증하며 나타난 원화 약세 현상이 전례 없는 고환율 요인이라, 해결이 쉽지 않다. 25일 기획재정부와 한은이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과 함께 4차 협의체를 꾸려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지만, 얼마나 적극적 개입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고환율로 물가가 오르면 저소득층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또 지금은 (해외투자로) 수익률이 높은 개인 투자자도 환율 변동 때문에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그 위험관리가 되고 있는지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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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통위원 절반 "3개월 후 금리 유지"… 12월 美 금리 변수


    고환율 고착화 우려 속에 금리인하 기조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금통위원 중 '향후 3개월 이내 금리 유지'를 예상한 위원은 8월 1명→ 10월 2명→ 11월 3명으로 늘어 전체 위원(한은 총재 제외)의 절반이 됐다. 이 총재는 "아직 인상을 검토하는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금융안정을 고려할 때 현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에 와 있다고 본다"며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이날 신성환 금통위원이 "기저효과를 배제하면 민간 부문 성장이 여전히 약화되고 있다"며 소수의견을 내면서 인하 여지를 남겼다.

    향후 변수는 미국 기준금리 방향이다. 12월 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커지는 가운데, 내년 상반기까지 완화 기조가 이어질 경우 우리 통화정책 운용에도 여유가 생길 수 있다. 현재 한국(2.50%)과 미국(4.00%)의 금리 차는 상단 기준 1.5%포인트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전유진 기자 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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