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출국 다변화 가속화 평가 보고서
美수출 26% 줄어도 다른 국가서 12%↑
美 제외 나라서 ‘메이드 인 차이나’ 영향력
‘중국→아세안→미국’ 수출 증가도 주목
AI경쟁력 더해 세계의 공장, 韓제조에 충격
중국이 미국 관세정책에 맞서 수출국 다변화에 성공해 제조업 지배력을 키웠고, 이에 우리나라 수출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부산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내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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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미국 관세정책에 대응해 중국이 수출국을 다변화하면서 오히려 중국의 제조업 지배력이 커지고 한국 등 경쟁국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한은은 28일 ‘최근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 가속화 현상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발표하고 “수출국 다변화는 단기적으로 대(對)미국 수출 감소를 완충할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신흥시장 등 미국 외 국가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의 영향력을 키울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미국 관세정책이 완화하더라도 미·중 경쟁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앞으로도 중국은 수출국 다변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최근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 가속화로 미국 이외 국가에서 중국산 수입 의존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 통관 기준 수출 증가율(전년동기대비)은 올해 1분기 5.6%에서 2분기 6.1%, 3분기 6.5%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애초 미국의 관세 정책에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중국이 수출국 다변화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한은은 “중국 수출이 대미 수출 급감을 미국 외 수출 확대로 완충하면서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여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올해 2분기부터 3분기까지 중국의 대미 수출은 26%가량 감소했으나, 유럽연합(EU)·아세안·아프리카 등 미국 외 국가 수출이 약 12% 증가하면서 충격을 흡수했다.
한은은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는 사실 2018년 1차 미·중 무역갈등 이후 두드러지기 시작했으며, 금년 들어 미 관세정책 시행으로 더욱 가속화됐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지난 2018년 19.3%에서 2024년 14.7%까지 떨어졌고,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의 비중은 11.4%에 불과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아프리카나 중남미로의 수출도 전략적으로 늘리고 있다. 신흥국 시장을 선점해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됐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국의 대아프리카 멕시코를 제외한 대중남미 수출은 3분기까지 전년동기대비 각각 27.9%, 11.5% 증가했다. 이는 중국의 총수출 증가율(6.1%)을 웃도는 수준이다.
2013년부터 중국은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아프리카 투자를 지속해서 확대했다. 중남미에서도 멕시코 등 주요 미국 관세 대상국을 제외한 아르헨티나·칠레·콜롬비아 등에 공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중국 제품이 아세안을 거쳐 미국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한은은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중국→미국’ 수출이 급감했지만, ‘중국→아세안’, ‘아세안→미국’ 수출이 많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미국의 수입품 97개 품목 중 89개 품목의 중국 수입 비중이 올해 중 감소했고, 이들 중 68개 품목은 같은 기간 아세안 수입 비중이 증가했다.
여기에 중국은 인공지능(AI) 경쟁력까지 키우고 있어 앞으로 수출 지배력을 더 늘릴 수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독일 등 기존 제조업 국가에는 간과할 수 없는 위기다.
한은은 “앞으로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제조 경쟁력에 높은 AI 등 첨단기술 경쟁력까지 접목될 경우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의 역할이 더욱 강화되어 중국 제조업의 글로벌 지배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독일, 일본 등 여타 제조업 중심 국가들의 어려움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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