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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로봇이 온다

    “김치볶음밥도 볶아드립니다”...미군 최초 로봇 취사병 식당 한국에 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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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미군기지에 사람 대신 로봇이 조리하는 식당 첫 등장

    급양관과 취사병이 메뉴와 운영 관리 감독

    6개월 시험 운영하고 반응 좋으면 확대 예정

    군에서 전해지는 격언 중 하나로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해도 배식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그만큼 취사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첨단기술이 빛의 속도로 인간 생활의 영역읭주요 부분을 떠맡고 있다. 무인기가 전쟁의 핵심 축을 맡고 있는 군사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 육군이 취사병이 아닌 로봇이 밥을 짓고 배급하는 ‘병영 식당’을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한국에 설치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지난 12일 대구광역시 주한미군기지인 ‘캠프 워커’에 문을 연 ‘마켓19’다. 캠프워커 주둔부대인 미 19원정지원사령부에서 운영하는 이 식당은 일단 6개월 동안 운영하면서 병사들의 반응과 운영 상황을 보고 지속 운영 및 전세계 미군 기지 확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별도 시설을 신축하지 않고 기존 식당 시설 한켠에 코너를 꾸렸다. 시범 운영임에도 이런 식당이 문을 열었다는 것 자체가 무인 로봇의 영역이 군사 분야에서 깊이 확대되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미 육군도 최근 홈페이지에서 ‘마켓 19’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미군 소셜미디어에 소개된 ‘마켓 19’의 모습은 마치 도심 한복판에 문을 연 샐러드 식당 같은 모습이었다. 군인들이 터치스클니 화면을 손으로 움직이며 메뉴를 골랐고, 투명한 유리 속 조리실에서 로봇 팔이 부지런히 음식을 움직이며 재료를 섞으며 요리를 만들어냈다. 배식용 식권도 QR코드 형태로 지급된다. 주한 미군 부대에 만들어진 식당 답게 비빔밥·김치볶음밥·부대찌개 등 ‘K푸드’도 주요 메뉴에 이름을 올렸다.

    조선일보

    최근 대구 미군기지에 문을 연 로봇취사식당 앞에서 병사가 터치스크린으로 메뉴를 주문하고 있다./미 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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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대찌개는 미국이 6·25 전쟁에 참전하지 않았다면 보기 힘들었을, 역사적 의미가 깃든 음식이다. 비빔밥과 김치볶음밥은 주한 미군에게 입문 난이도가 낮은부담없는 K푸드로 유명하다. 이처럼 무인 디지털 병영 식당을 만들게 된 데 대해 19원정지원사령부 소속 리버 미첼 준위는 미 육군에 “식당 시범 운영을 통해서 병영 식당을 보다 효율적·지속적으로 또한 회복탄력성 있게 운영하는데 자동 무인 시스템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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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대구 미군기지에 문을 연 로봇취사식당에서 장병이 주문한 음식을 꺼내고 있다./미 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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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식당 시범 운영은 지난 5월부터 기획됐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 및 관련 업계와 성공적인 협업이 이뤄졌다고 부대 측은 설명했다. 미군이 전투 분야가 아닌 장병 급양에까지 첨단 무인 로봇 기술을 적용하는 것 역시 ‘전투 준비태세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첨단 로봇 기술을 접목한 ‘로봇 취사병’이 완성되면 어떤 환경에서도 장병들이 전투 태세를 갖추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상시적인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 대한 타개책으로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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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대구기지에 문을 연 미 육군 최초 로봇취사식당에서 만든 음식들./미 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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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 취사 병영 식당의 시범 운영이 성공해 실제 미군 전 부대로 확산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취사병’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될 전망이다. 그러나 미군은 취사병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취사병은 무인 로봇이 ‘주문’대로 원활하게 조리를 하는지 꼼꼼하게 감독·관리하고 영양가 높은 메뉴의 개발 등의 임무를 맡는다고 부대 측은 설명했다. AI가 급양감독관과 취사병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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