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부부 관여 정황에도 결정적 증거 못 찾아…국수본서 수사 이어갈 듯
특검 "증거소실·진술오염으로 수사 한계"…영장 '10전 9패'도 아쉬움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이 대표적이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 주도로 이뤄진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의 배경을 밝혀줄 '마지막 퍼즐'로 관심을 모았지만, 수사가 김 여사에게까지 닿지 못하면서 결국 의혹으로만 남게 됐다.
해병특검은 그동안 수사를 통해 구명 로비가 크게 개신교 단체와 김 여사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 2개 경로로 이뤄졌다고 보고 사실관계 규명에 주력했다.
개신교 채널의 경우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 등 교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원로들이 윤 전 대통령 등에 임 전 사단장의 구명을 청탁했는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김 목사가 2023년 채상병 사망 사건 발생 닷새 전 해병대 1사단을 방문해 임 전 사단장 부부에게 안수기도를 해준 사실, 윤 전 대통령이 채상병 사건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한 국가안보실 회의 전후로 김 목사가 주요 공직자와 지속해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명현 해병특검, 최종 수사 결과 발표 |
하지만 김 목사 등이 특검팀 소환조사는 물론 공판 전 증인신문마저 끝내 거부하면서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또한 압수한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채상병 사망 사건 이후 데이터가 대량 삭제된 정황이 드러나는 등 다방면의 증거인멸 시도로 물적 증거 확보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특검팀은 밝혔다.
이 전 대표를 통한 구명 로비 의혹 수사도 관련자들의 비협조로 벽에 부딪혔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인물이고 이후에도 김 여사와 꾸준히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져 구명 로비 의혹을 밝혀줄 핵심 연결고리로 주목받았다.
실제 이 전 대표가 활동해온 '멋쟁해병' 단톡방 구성원 등 주변 인물들은 김 여사와 각별한 사이라고 자주 언급해온 이 전 대표가 '김건희를 통해 임성근 관련 일을 조용히 지나가게 처리하겠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이 전 대표와 임 전 사단장이 최소한 지난해 8월까지는 꾸준히 만남과 연락을 이어가며 친분을 유지한 정황을 상당 부분 확인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 특검팀은 주요 참고인 진술과 녹취, 통화 내역 등을 토대로 이 전 대표가 멋쟁해병 일원 가운데 한 명인 송호종씨의 부탁을 받고 2023년 7월 22∼24일께 김 여사 측에 임 전 사단장의 구명을 부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박정훈 대령이 이끌던 해병대 수사단이 채상병 사건 기록을 경찰에 이첩한 후인 2023년 8월 2일부터 6일 사이 임 전 사단장이 윤 전 대통령 부부가 휴가를 보내던 저도를 방문한 사실도 구명 로비 의혹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단서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순직해병특검, 150일 수사 마무리 |
하지만 이 전 대표는 특검팀 수사가 김 여사로 향하는 길목에서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송씨로부터 구명 부탁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김 여사나 윤 전 대통령 측에 이를 전달하지는 않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여사를 소환해 직접 관련 진술을 받아내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국방부로부터 채상병 사건을 넘겨받은 경북청 수사 관계자의 직무유기·수사정보 누설 의혹도 특검팀이 풀지 못한 숙제 가운데 하나다.
특검팀은 그간 수사를 통해 경북청이 임 전 사단장의 카카오톡 대화 삭제 등 증거인멸 정황을 파악하고도 압수수색을 하지 않는 등 봐주기 수사로 일관했다고 의심한다.
임 전 사단장이 경북청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군 관계자의 진술 내용을 알고 있는 등 수사 정보 유출 정황도 있었다.
특검팀은 경북청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채상병 사건 수사 상황을 지속해 보고했고 이러한 정보가 국수본을 통해 대통령실, 국방부를 거쳐 해병대에 전달된 것으로 보이는 통화 내역과 카카오톡·보이스톡 내용을 확인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 정보를 받아 보고했을 가능성을 의심했지만, 물적 증거를 토대로 한 실체적 의혹 규명에는 미치지 못했다.
특검팀은 해당 의혹 사건을 국수본으로 넘겨 계속 수사하도록 할 계획이다.
특검팀 내에서는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면서 사실관계 접근에 어려움이 컸다는 불만도 있다. 특검팀은 수사 기간 10건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한 나머지 9건은 모두 기각했다.
이명현 특검도 이날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채상병 순직 사건이 발생한 이래 오랜 시간이 흘러 많은 증거가 사라졌고 당사자 말맞추기, 진술 오염도 심각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상당 부분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을 과도하게 기각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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