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 순직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해 온 순직해병특검팀 이명현 특별검사가 28일 서울 서초구 해병특검 사무실에서 150일의 수사 일정을 마무리하며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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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등 33명을 기소한 성과에도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빈틈투성이, 반쪽짜리 수사 결과를 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고(故) 채수근 상병(사망 당시 20세) 순직 후 벌어진 조직적 은폐·무마·회유 의혹의 발단은 ‘VIP 격노’인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처벌 대상에 포함된 데 격노했는지 이유를 설명할 ‘구명로비 의혹’을 미제로 남겼기 때문이다. 5개월 동안 40억원이 넘는 예산에 검사, 변호사, 경찰 등 131명이 달라붙고도 재판의 전초전 격인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10전 9패 해 현재 기소한 사건들의 혐의 입증 정도에도 의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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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격노 이유는?…5개월 수사에도 미제로
28일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진행된 특검팀 최종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이명현 특검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김건희 여사에게 임 전 사단장 구명을 부탁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으나, 뒤이은 질답에서 정민영 특검보는 “아쉽게도 구명로비 시도가 실현됐는지 밝히는 데까지는 (수사가) 나아가지 못한 것이 맞다”고 부연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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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로비 의혹은 채상병 사망 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대사로 도피하는 데까지 벌어진 수사외압, 은폐 등 의혹의 원인을 설명할 핵심 퍼즐이었다. 2023년 채상병 사망 후 책임 대상에 임 전 사단장이 포함된 데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해 국방부의 개입으로 수사 결과가 바뀌었는데, 임 전 사단장이 여러 경로로 윤 전 대통령에 자신을 혐의자에서 빼달라고 청탁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의혹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임 전 사단장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자인 이종호 전 대표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둘째는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 등 개신교계 원로들에 구명을 부탁했다는 게 내용이었다.
그동안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대표는 서로 모르는 사이라 주장했으나 특검팀은 통화 기록, 진술, 압수수색 등으로 임 전 사단장이 이 전 대표를 서울 모 호텔, 경기도 판교 부근 등에서 만나고 수차례 통화한 정황을 포착했다. 또 배우 박성웅씨 진술로 두 사람이 2022년 8~9월경 서울 강남 모처에서 식사한 것으로도 의심했다. 아울러 김장환 목사가 VIP 격노 전후로 대통령실을 방문하고 임 전 사단장과 통화한 사실, 임 전 사단장이 채상병 사망 한달 후인 2023년 8월 윤 전 대통령을 휴가지인 저도로 방문한 정황도 포착했다.
채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법원은 “주요 혐의 관련하여 법리적인 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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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종호 전 대표가 구명 청탁을 임 전 사단장이 아닌 제3자에게 받은 사실은 있으나 김 여사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며 부인하고, 김장환 목사는 조사에 이어 법원의 공판 전 증인신문까지 거부하며 끝내 수사를 무산시켰다. 결국 특검팀은 지난 21일 윤 전 대통령 등을 기소하면서 수사외압의 구체적인 동기는 공소장에 기재하지 못했다. 특검팀은 의혹 수사를 경찰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하지 않고, 향후 재판에서 증인신문으로 규명하기로 했다. 그동안 수사에 비협조한 관련자들이 재판에서 태도 변화를 보일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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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기각률, 3대 특검 중 가장 높은 90%
특검팀은 여러 차례 핵심 피의자들 신병 확보에 나섰으나 번번이 실패해 혐의 입증에도 의문점을 남겼다. 임 전 사단장이 지난달 21일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됐으나 같은 날 이 전 국방부 장관 등 5명은 “주요 혐의에 관해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며 영장이 기각됐다. 특히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은 지난 7월에 이어 두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됐다. 특검팀은 지난 12일엔 김선규·송창진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부장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범죄 혐의에 대해 사실적·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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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지난 7월부터 구속영장을 10차례 청구했으나 임 전 사단장을 빼면 영장이 9번 기각돼 기각률이 90%다. 대검찰청 통계상 지난해 일반 형사사건 구속영장 기각률인 22.9%보다 높거니와 지난 6월부터 동시에 진행된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의 38.5%,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37.5%보다도 높은 수치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구속영장이 기각됐더래도 본 재판에서 유죄가 나올 수는 있으나 그동안 영장재판부가 단순히 증거인멸, 도주 우려가 없다는 것을 넘어 혐의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사유를 든 것을 보면 소명이 잘 안 됐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명현 특검은 이날 “법원의 과도한 구속영장 기각은 아쉬운 부분”이라면서도 “특검팀 구성원 모두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했다”고 밝혔다.
김성진·정진호 기자 kim.seongj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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