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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특검의 시작과 끝

    5개월 뒤져 '尹 격노'만 밝혔다…해병특검, 구속영장 10전9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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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해병대원 순직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해 온 순직해병특검팀 이명현 특별검사가 28일 서울 서초구 해병특검 사무실에서 150일의 수사 일정을 마무리하며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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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전 대통령 등 33명을 기소한 성과에도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빈틈투성이, 반쪽짜리 수사 결과를 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고(故) 채수근 상병(사망 당시 20세) 순직 후 벌어진 조직적 은폐·무마·회유 의혹의 발단은 ‘VIP 격노’인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처벌 대상에 포함된 데 격노했는지 이유를 설명할 ‘구명로비 의혹’을 미제로 남겼기 때문이다. 5개월 동안 40억원이 넘는 예산에 검사, 변호사, 경찰 등 131명이 달라붙고도 재판의 전초전 격인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10전 9패 해 현재 기소한 사건들의 혐의 입증 정도에도 의문을 남겼다.



    尹 격노 이유는?…5개월 수사에도 미제로




    28일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진행된 특검팀 최종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이명현 특검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김건희 여사에게 임 전 사단장 구명을 부탁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으나, 뒤이은 질답에서 정민영 특검보는 “아쉽게도 구명로비 시도가 실현됐는지 밝히는 데까지는 (수사가) 나아가지 못한 것이 맞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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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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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명로비 의혹은 채상병 사망 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대사로 도피하는 데까지 벌어진 수사외압, 은폐 등 의혹의 원인을 설명할 핵심 퍼즐이었다. 2023년 채상병 사망 후 책임 대상에 임 전 사단장이 포함된 데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해 국방부의 개입으로 수사 결과가 바뀌었는데, 임 전 사단장이 여러 경로로 윤 전 대통령에 자신을 혐의자에서 빼달라고 청탁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의혹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임 전 사단장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자인 이종호 전 대표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둘째는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 등 개신교계 원로들에 구명을 부탁했다는 게 내용이었다.

    그동안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대표는 서로 모르는 사이라 주장했으나 특검팀은 통화 기록, 진술, 압수수색 등으로 임 전 사단장이 이 전 대표를 서울 모 호텔, 경기도 판교 부근 등에서 만나고 수차례 통화한 정황을 포착했다. 또 배우 박성웅씨 진술로 두 사람이 2022년 8~9월경 서울 강남 모처에서 식사한 것으로도 의심했다. 아울러 김장환 목사가 VIP 격노 전후로 대통령실을 방문하고 임 전 사단장과 통화한 사실, 임 전 사단장이 채상병 사망 한달 후인 2023년 8월 윤 전 대통령을 휴가지인 저도로 방문한 정황도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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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법원은 “주요 혐의 관련하여 법리적인 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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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종호 전 대표가 구명 청탁을 임 전 사단장이 아닌 제3자에게 받은 사실은 있으나 김 여사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며 부인하고, 김장환 목사는 조사에 이어 법원의 공판 전 증인신문까지 거부하며 끝내 수사를 무산시켰다. 결국 특검팀은 지난 21일 윤 전 대통령 등을 기소하면서 수사외압의 구체적인 동기는 공소장에 기재하지 못했다. 특검팀은 의혹 수사를 경찰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하지 않고, 향후 재판에서 증인신문으로 규명하기로 했다. 그동안 수사에 비협조한 관련자들이 재판에서 태도 변화를 보일지 미지수다.



    영장 기각률, 3대 특검 중 가장 높은 90%



    특검팀은 여러 차례 핵심 피의자들 신병 확보에 나섰으나 번번이 실패해 혐의 입증에도 의문점을 남겼다. 임 전 사단장이 지난달 21일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됐으나 같은 날 이 전 국방부 장관 등 5명은 “주요 혐의에 관해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며 영장이 기각됐다. 특히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은 지난 7월에 이어 두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됐다. 특검팀은 지난 12일엔 김선규·송창진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부장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범죄 혐의에 대해 사실적·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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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검팀은 지난 7월부터 구속영장을 10차례 청구했으나 임 전 사단장을 빼면 영장이 9번 기각돼 기각률이 90%다. 대검찰청 통계상 지난해 일반 형사사건 구속영장 기각률인 22.9%보다 높거니와 지난 6월부터 동시에 진행된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의 38.5%,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37.5%보다도 높은 수치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구속영장이 기각됐더래도 본 재판에서 유죄가 나올 수는 있으나 그동안 영장재판부가 단순히 증거인멸, 도주 우려가 없다는 것을 넘어 혐의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사유를 든 것을 보면 소명이 잘 안 됐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명현 특검은 이날 “법원의 과도한 구속영장 기각은 아쉬운 부분”이라면서도 “특검팀 구성원 모두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했다”고 밝혔다.

    김성진·정진호 기자 kim.seongj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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