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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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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리 지시 하루 만에 '근신→강등'… 계엄버스 탄 육군 법무실장 반전 징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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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관 단톡방 의견 묵살' 결정적인 듯
    '준장' 법무실장, 징계 확정 시 '대령' 전역


    한국일보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이 24일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육군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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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가 12·3 불법 비상계엄 당시 '계엄버스'에 탑승했던 김상환 육군 법무실장(준장)에 대해 중징계인 '강등' 처분을 내렸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앞서 국방부 징계위원회가 내린 징계(근신)가 약하다며 징계 취소 및 재검토를 지시한 지 하루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국방부는 이날 서울 용산 청사에서 김 실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군인복무기본법상 충성 의무 위반을 이유로 강등 처분을 의결했다. 국방부는 지난 26일 김 실장에 대해 '근신 10일' 처분을 내렸으나, 하루 뒤인 27일 김 총리는 해당 징계를 취소하며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징계 절차를 다시 진행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김 실장은 국회의 계엄 해제안 의결 직후인 지난해 12월 4일 새벽 3시쯤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행 버스에 탑승했다가 30분 뒤에 복귀했다. 김 총리는 징계 취소 지시를 내리면서 "군 내 법질서 준수에 대한 중대한 책임을 지는 육군 법무실장으로서 계엄사령관에게 '지체 없는 계엄 해제' 건의나 조언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총리의 지시는 '국무총리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그를 중지 또는 취소할 수 있다'는 정부조직법 제18조 2항에 따른 조치다. 총리가 각 부처장관 처분을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한 것은 처음이다. 광복 이후 첫 사례인 만큼 국방부 소명과 자문단 의견을 듣고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 지시 하루 만에 징계위가 다시 열린 이유는 김 실장이 오는 30일 전역을 앞둔 것과 무관치 않다. 징계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군인 징계는 견책-근신-감봉-정직-강등-해임-파면으로 구분된다. '근신'이란 경징계가 내려진 지 이틀 만에 '강등'이란 중징계로 바뀐 것이다.

    김 실장의 중징계는 전날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제기한 '법무관 단톡방' 묵살 의혹의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부 의원에 따르면 김 실장은 육군 장기 법무관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계엄 선포 직후 예하부대에서 제기한 후속조치 관련 문의에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장군의 '강등' 이상 중징계는 임명권자인 대통령 승인 후에 이뤄진다. 이 대통령이 징계위 결정을 승인하면 김 실장은 30일 대령 신분으로 전역하게 된다. 이번 결정은 계엄 관련자에 대한 향후 국방부 징계 수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방부도 김 실장에 대한 첫 번째 징계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부실하게 조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김 실장이 불복할 여지를 비치고 있어 향후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처장은 "징계위 과정이 도대체 어떠했기에 저런 결과가 나왔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든다"며 "절차를 거쳐 나온 징계 결과가 윗선을 통해 '없던 일'로 만든 모양새도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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