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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이라는 연옥에 갇혔다”…홍콩 아파트 화재 참사 생존자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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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홍콩01 보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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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이라는 연옥(煉獄)에 갇히게 될 것임을 알았다. 창밖을 보니 불꽃과 뒤섞인 검은 눈송이 같은 잔해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절망의 비였다.”

    29일(현지시간) 홍콩 현지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홍콩01 등에 따르면 32층짜리 홍콩 아파트단지 7개 동에서 발생한 이번 화재로 현재까지 128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한 생존자가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당시의 심정을 이 같이 밝혔다.

    처음 불이 난 건물의 2층에 거주하던 윌리엄 리(40) 씨는 화재 당시 집에서 휴식을 취하다 아내의 전화를 받고 화재 소식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곧장 대피하려 했지만 현관문을 열었을 때는 이미 눈앞이 캄캄하고 짙은 연기로 숨을 쉬기 어려워, 문을 닫고 집 안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내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비상구를 통해 로비로 대피할 수 있는 상황인지 물었지만, 로비가 불바다라는 아내의 말을 듣고 대피로가 끊어졌음을 알게 됐다.

    그는 무기력하게 구조를 기다리다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수건을 적시는 등 행동에 나섰다.

    그러다가 현관문 밖 복도에서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젖은 수건을 움켜쥐고 밖으로 나갔고, 연기 때문에 눈물이 흐르고 목이 타는 듯 뜨거웠지만 복도 벽을 더듬으며 나아가 마침내 한 쌍의 부부를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부부에게 마실 것과 의복을 주고 “진짜 비상 상황이 오면 창밖으로 뛰어내릴 수 있다. 우리는 2층에 있는 만큼 가능할 것”이라면서 “걱정할 필요 없고 우리는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다 창문 부근에서 소방관을 봤고, 손을 흔들고 손전등을 비추면서 구조를 요청했다.

    지난 26일 오후 2시 51분(현지시간) 화재 발생 후 약 1시간 뒤인 오후 4시경 소방관이 이들을 발견했고, 오후 6시쯤 고가 사다리를 통해 구조가 이뤄졌다.

    홍콩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아내와 함께 탈출한 또 다른 생존자 70대 라우씨는 지난 26일 우연히 욕실 창문을 내다보다 옆 건물을 타고 올라오는 불길을 발견했다.

    그러나 화재 경보는 울리지 않았고 문을 두드리는 경고도 없었다. 라우씨는 아내와 함께 19층에서 계단으로 내려와 안전지대로 대피했다.

    8층에 거주하던 또 다른 생존자 완씨는 화재 당시 집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멀리 구급 사이렌 소리가 울렸을 때도 홍콩의 평소처럼 시끄러운 오후 정도로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는 비명을 듣고서야 상황을 파악했다. 그는 즉시 비상계단을 통해 대피했다.

    한편 전날 오후 8시 15분 기준 현지 소방당국이 밝힌 이번 화재 사망자는 소방관 1명을 포함한 128명이다. 부상자는 79명, 실종자는 약 200명이며, 수색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실종자 가운데 사망자가 더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1948년 176명이 숨진 창고 화재 이후 77년 만에 최대 인명 피해를 낸 이번 화재와 관련, 홍콩에서는 왜 불길이 단 몇 분 만에 크게 번지고 화재경보는 울리지 않았는지, 공사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해명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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