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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 “부동산발 가계부채, 매년 0.4%포인트씩 민간소비 끌어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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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지난 17일 서울 도심 아파트 모습.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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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이후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과도하게 늘어난 가계부채가 민간소비를 매년 0.4%포인트씩 둔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택담보대출이 장기대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부채로 인한 소비 제약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부동산발 가계부채 누증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최근 10년간(2014~2024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부동산 대출 중심으로 13.8%포인트 증가했다. 분석 대상인 77개국 중 중국(+26.2%포인트), 홍콩(+22.5%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같은 기간 중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오히려 1.3%포인트 감소했다. 한은은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에선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는 특징으로, 한국 가계부채 규모가 지나쳐서 가계의 차입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은 분석 결과, 2013년부터 과도하게 누적된 가계신용(빚)은 민간소비를 매년 0.40~0.44%포인트씩 둔화시킨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12년 수준에서 관리됐다면 2024년 민간소비 수준이 현재보다 4.9∼5.4%포인트 더 높았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은 “인구구조 변화(0.8%포인트)와 함께 가계부채 누증(약 0.4%포인트)이 한국 민간소비 성장률의 구조적 둔화폭(1.6%포인트) 대부분을 설명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한은은 가계부채가 소비를 구조적으로 둔화시킨 배경으로 원리금 부담 급증을 꼽았다. 2015년 1분기부터 2025년 1분기까지 17개국 중 한국의 원리금 부담(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증가폭(+1.6%포인트)은 노르웨이(+5.9%포인트)에 이어 2위였다. 누적된 부채 원금 규모가 크고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장기인 점을 고려하면 가계의 실질적인 상환 부담이 지속되면서 소비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부의 효과’도 소비 둔화 요인으로 꼽혔다. 한국에선 부동산 가격이 1% 오를 때 민간소비가 0.02%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주요 선진국의 소비 탄력성 추정치(0.03∼0.23%)보다 낮은 수준이다. 집값 상승분을 담보로 소비에 활용할 수 있는 주택 유동화 상품(역모기지론 등)의 비활성화, 향후 더 나은 집으로 옮기거나 자녀의 주거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등이 부의 효과를 낮춘 원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의 약 66%를 차지한 주택담보대출이 실물 부문의 소비보다는 비생산적인 자산거래에 사용된다는 점도 소비 둔화 요인이라고 짚었다.

    한은은 “가계부채 문제는 심근경색처럼 갑작스러운 위기를 유발하기보다 동맥경화처럼 소비를 서서히 위축시키고 있다”며 “다만 최근 정책 당국 간 공조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세로 전환된 만큼, 장기 시계에서 일관된 대응이 이어지면 가계부채 누증에 따른 구조적 소비 제약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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