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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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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 "계엄, 보수 아닌 국민의힘 잘못... 국민이 충분하다 할 때까지 사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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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엄 해제 주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자유 제한하는 계엄, 보수 정치 지향 아냐"
    "국힘, 계엄의 바다 건널지 중도가 지켜봐"
    "상식적 국민, 언론이 극단 정치 극복해야"
    "여권 폭주, 국민이 열망한 민주주의 맞나"
    "국힘, 정권 견제 외에 정책 대안 제시해야"
    "정치권, 국민이 지킨 민주주의 발전시켜야"




    한국일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서울 한국일보사에서 불법 비상계엄 1년 이후 한국 정치 등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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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불법 비상계엄 이후 1년이 지났다. 지난 4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로 시민들의 일상과 대한민국 국격은 제자리를 찾았지만, 정치는 정권교체가 이뤄졌을 뿐 여전히 진영으로 갈려 한 치의 양보 없는 쟁투에 몰두하고 있다. 1년 전 집권여당 대표로서 계엄 선포를 '반헌법적'이라고 규정하고 국회 계엄 해제 의결 과정에 선두에 섰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지난 1년간의 한국 정치를 물었다.

    한 전 대표는 '계엄 사과' 여부를 둘러싼 당 내홍과 관련해 "국회 계엄 해제 표결 직후 우리 당 의원들과 본회의장을 나와 가장 먼저 드린 말씀이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사과였다"며 "당시 여당 대표로서 계엄을 예방하지 못한 것을 진심으로 사과하는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계엄 이후 1년간 한국 정치에 대해선 극단화가 짙어졌다고 진단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양극단의 논리는 허용돼야 하지만, 지금처럼 주요 정당의 주류가 된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진영 대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면서도 "양극단 세력이 보수·진보 주류를 차지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계엄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보수·진보의 균형추가 무너졌다는 '보수 위기론'을 언급하자, 그는 "계엄은 보수의 잘못이 아니라 국민의힘 정권의 잘못"이라며 "보수가 위기인 게 아니라 국민의힘이 반성하고 새로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 인터뷰는 지난달 27일 한국일보 본사에서 1시간 30분간 진행한 이후 29일 추가로 통화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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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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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불법 비상계엄 1년에 대한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먼저 사과를 드리고 싶다. 비상계엄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었다. 윤 전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 대표로서 계엄을 예방하지 못한 점을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대한민국 사회와 민주주의가 더 나아졌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정치인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계엄 사과' 여부를 두고 당내 갈등이 심하다.

    "국민이 충분하다고 하실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 (사과 여부를 두고) 전략적으로 계산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종국에는 사과를 하더라도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계엄 1년이 반성을 통한 국민의힘 재도약 계기가 돼야 할 텐데, 분열의 계기가 되고 있다.

    "안타깝다. 지금은 국민의힘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이 함께 '계엄의 바다'를 건너 미래로 가야 하는 중요한 때다. 얄팍한 당내 정치에 정신을 팔 때가 아니다. '중도가 없다'는 말은 틀렸다. 지금 국민의힘이 계엄을 반성하고 계엄의 바다를 건너는지 지켜보면서 신뢰를 줄지 말지 결정하려는 분들이 중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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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12월3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향한 한동훈 대표가 취재진에게 촬영을 부탁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다. 국민과 함께 막겠다 등 영상 메시지를 제작·배포할 당시의 모습. 페이스북 게시물 영상 캡처


    -계엄 이후 대한민국 정치는 달라졌나.

    "극단 정치가 심해졌다. 양극단 세력이 보수·진보 진영 내 주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극단적 논리도 자유민주주의에선 허용돼야 하지만, 양극단 세력이 각 진영 주류를 차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국익과 국민 행복을 목표로 해야 할 정치에서 건설적 논의는 불가능해지고, 각 진영 주류가 국민들을 가스라이팅하기 때문이다."

    -보수·진보 모두가 문제인가.

    "그렇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심을 알려면 '딴지일보'를 읽으라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 담당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보수(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과거 황교안 대표 시절(2020년 미래통합당)에도 있었지만 주류를 잠식하지는 않았다. (보수·진보 진영이) 자신의 강성 지지층만 잡으면 된다는 전략은 대한민국을 후퇴시킨다. 상식 있는 국민과 언론, 정치인이 함께 극복해야 한다."

    -계엄은 윤 전 대통령 개인 문제로 봐야 하나, 아니면 제왕적 대통령제란 제도 문제인가.

    "'87년 헌법' 자체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1987년 이후 민주당처럼 탄핵 발의를 남발한 세력도 없었고, (이에 맞서겠다고) 윤 전 대통령처럼 계엄을 발동한 대통령도 없었다. '헌법이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은 책임 있는 사람들의 책임 있는 반성을 방해한다. 다만 87년 헌법은 소임을 다했다고 본다. 새로운 시대에 맞게 바꿔 미래로 가야 한다."

    -계엄 이후 보수가 궤멸 위기에 빠졌다.

    "(잠시 고민하며) 계엄은 보수의 잘못이 아니라 국민의힘 정권의 잘못이다. 계엄은 국민 자유를 법을 초월해서 제한하는 것으로, 보수가 지향하는 정치에 반한다. 대한민국 보수의 잘못으로 계엄이 벌어졌다는 시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 우리의 잘못을 보수의 잘못으로 치환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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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2024년 12월3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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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가 아닌 국민의힘 위기라고 봐야 한다는 것인가.

    "그게 더 솔직한 판단이다. 잘못된 결정을 한 사람, 잘못된 결정을 한 정치세력의 책임이다. 계엄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사람이 더 많이 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당시 집권여당 대표로서 진심으로 국민께 사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이 위기 극복을 위해선 뭘 해야 하나.

    "보수 지지자들은 시장경제와 약자 보호 등 상식적 지향점을 공유한다. 국민의힘은 이를 제대로 구현하거나 대변하지 못했다.이재명 정권을 견제하면서도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성실하게 국민께 제시해야 한다. 얼마 전 내가 새벽 배송 이슈를 이끌고 토론에 나선 것처럼 국민께 지속적으로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 민심이 가는 길에 빗자루를 들고 쓸면서 '이리로 오세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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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2024년 12월3일 저녁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원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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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정부 여당은 잘 하고 있나.

    "국민의힘 위기를 틈타 폭주하고 있다. 국민이 열망했던 민주주의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검찰 폐지, 사법부 무너뜨리기,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 등 대통령 생존을 위해 상상하지 못할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으로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렸다면, 이 대통령은 계엄만 빼고 모든 수단을 다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

    -'위헌정당 해산심판'을 거론하며 국민의힘도 겨누고 있다.

    "계엄은 국민이 막았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당시 여당 대표였던 내가 공식적으로 계엄을 막겠다고 가장 먼저 선언하고 행동했다. 숫자는 부족했지만 우리 당 의원들도 (계엄 해제 의결에) 함께했다. 당시 계엄은 잘못된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면서 '국민의힘 당대표'라고 썼다. 민주당은 우리 당에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계엄 이후 지난 1년간 개인적으로도 부침을 겪었다.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 대표로서 앞장서 막았는데, 정치 구도상 어려운 일들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때 '두렵지 않았냐'고 물어보는데, 그날 나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만약 그날 밤 계엄이 해제되지 못했다면 국민이 들고 일어나 정권을 끌어내리고, 국민의힘도 절멸했을 것이다. 계엄을 막는 데 보수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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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2월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하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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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전국을 돌았는데, 현장에서 만난 민심이 바라는 정치는 무엇인가.

    "현장 말씀을 많이 들어달라는 것이다. 정치는 한정된 자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하는 예술이다. 정치인과 국민이 보는 우선순위에 차이가 있고 그걸 잘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의도에만 있으면 정치인을 위한 정치가 전부인 것처럼 느껴진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내년 지방선거나 재·보궐선거 출마 의향이 있나.

    "가정에 따른 판단은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좋은 정치를 하고 싶고 나라가 잘됐으면 좋겠다. 나는 이미 대통령선거에도 나갔던 사람이다. 어디에 출마할지는 상황을 보고 해야 한다.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앞으로 한국 정치는 어떠해야 하나.

    "국민이 지킨 민주주의를 더 발전시키고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보수와 진보가 (계엄에 따른) 상처를 보듬고 미래로 가야 한다."

    염유섭 기자 yuseoby@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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