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으면 피부 더 따갑고 호흡곤란도
조지아 정부 "터무니없는 의혹" 반박
조지아 경찰이 지난해 12월 수도 트빌리시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트빌리시=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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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정부가 지난해 반정부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1차대전 당시 사용됐던 화학물질을 물대포에 섞어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물대포에 맞았던 시민들은 몇 주간 호흡곤란, 기침, 구토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영국 BBC방송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지난해 11월 반정부 시위 진압 당시 조지아 당국이 화학물질인 브로모벤질 시아나이드를 물대포에 섞은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1차대전 당시 프랑스가 독일을 상대로 사용했던 물질로, 프랑스군은 이를 '카미트'라고 불렀다. BBC는 "화학 무기 전용 가능성이 높아 국제적으로 엄격하게 관리되는 화학물질"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물대포를 맞은 시민들은 피부가 타는 듯한 고통, 호흡곤란, 구토 같은 증세에 몇 주간 시달렸다고 회상했다.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소아과 의사 콘스탄틴 차훈아슈빌리는 "며칠 동안 피부가 타는 느낌이 났고, 오히려 씻으면 더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차훈아슈빌리는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설문을 진행했는데, 응답자 350명 중 절반이 한 달 이상 두통, 기침, 구토 등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전직 조지아 경찰도 당국의 카미트 사용 가능성이 있다고 증언했다. 조지아 경찰 특수임무국 무기 담당 책임자였던 라샤 셰르겔라슈빌리는 BBC에 "지난해 시위에서 사용된 물질은 2009년 물대포용으로 실험한 물질과 동일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실험 당시 분사된 지점 근처에 서 있기만 해도 숨 쉬기 어려웠고, 테스트한 동료들도 쉽게 씻어내지 못했다"며 "일반 최루가스와는 완전히 달랐다"고 설명했다. 셰르겔라슈빌리는 테스트 이후 해당 물질 사용을 반대했지만, 일부 물대포 차량에 탑재됐다고 증언했다.
조지아 정부는 BBC 보도에 대해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경찰은 "잔혹한 범죄자들의 불법적 행동에 대해 법적으로 조치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2024년 11월 조지아 시민들은 친러 정부가 유럽연합(EU) 가입 논의를 중단하자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EU 가입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은 조지아 헌법에 명시돼 있는데, 정부가 이를 어겼다며 반발한 것이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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