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파견 경찰관 1명 직권남용 고발
21쪽 분량 정씨 유서 주된 증거 삼아
수사 팀장 포함 수사관 3명 수사 의뢰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전경.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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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은 뒤 사망한 경기 양평군 공무원 사건에서 수사관의 진술 강요 등 인권 침해가 있었다고 결론냈다.
인권위는 1일 비공개로 열린 제22차 전원위원회에서 '양평군 단월면장에 대한 인권침해 직권조사 결과 의결 건'을 찬성 6명, 반대 3명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고인 정모씨를 조사한 특검팀 파견 수사관 A씨를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총장에게 고발하고, A씨와 같은 팀이던 수사관 3명에 대해선 수사를 의뢰했다. 인권위는 이들 4명에 대해 경찰에 징계할 것도 권고했다. 민중기 특검에는 인권 수사 규정을 준수해 피의자 권리를 두껍게 보호하라고 했다.
인권위는 A씨가 권한을 남용해 정씨에게 의무 없는 특정 진술을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민 특검팀 조사 과정의 강압 수사를 인정한 셈이다. 인권위는 정씨 유서를 A씨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는 주요 근거로 삼았다. 21쪽 분량의 유서에는 '안 했다는데 계속 했다고 해라고 한다' '누가 시켰다고 해라' '회유한다' 등의 내용이 적혔다. 인권위는 이를 A씨의 '강압적 언행' 정황으로 봤다. 유서에는 A씨 이름도 언급됐다고 한다. 다만, A씨는 혐의를 줄곧 부인한 걸로 전해졌다.
이는 민 특검팀이 정씨 사망 논란으로 자체 감찰한 결과, 허위 진술 강요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는 배치된다. 민 특검팀은 지난달 27일 △강압적인 언행 금지 △장시간 조사 제한 △심야조사 제한 △비밀서약 규정 △휴식 시간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6개 항목으로 감찰했으나 강압적 언행 금지 외 5개는 문제 없다고 결론냈다. A씨 등 3명을 파견 해제했다.
정씨는 2016년 양평군청 지가관리팀장을 지내면서 김건희 여사 가족 기업이 진행한 공흥지구 개발 사업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으로 민 특검 조사를 받았다. 올해 10월 2일 오전 10시 피의자로 조사받고 8일 뒤인 10월 10일 양평군 소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인권위는 민 특검팀이 '출석 통지 요건'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정씨가 특검 조사를 받을 당시 피의사실이 구체적이지 않은 출석요구 통지를 받았고, 4차례 출석 일정을 급박하게 변경한 점을 짚었다. 실제 조사 시간 상한(8시간)도 48분 초과했다고 봤다.
인권위는 국회의장에게 특검법 제정 시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 보호를 위해 수사 관계자가 준수해야 할 사항을 규정하라고 권고했다. 파견온 특별수사관들은 수사 과정에서 지켜야 하는 인권보호규정의 의무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서다. 아울러 양평경찰서장에게는 고인 부검 시 유족의 의견 청취와 유서 공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경찰관들에 대해 자체 직무교육을 실시하라고 했다.
이번 결정에는 주심이던 김용직 위원을 비롯해 강정혜 이한별 한석훈 위원, 안창호 위원장이 찬성했다. 반면, 이숙진 상임위원과 소라미 오완호 비상임위원은 '개별 수사관을 문제 삼기보단 제도와 정책에 대한 권고가 적절하다'는 취지로 반대 의견을 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권위 규정상 조사 결과에 대한 소수의견도 존중돼야 한다"며 "소수의견이 제기된 만큼 권고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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