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3월6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27개국 특별 정상회의에 참석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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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벨기에의 반대에도 러시아의 동결 자산을 담보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방안을 담은 법률 제안서를 공식 발표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2년 동안 우크라이나 재정 수요의 3분의 2를 충당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 계획을 공개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가 공동 차입 또는 역내 동결한 러시아 중앙은행의 자산을 담보로 우크라이나에 '배상금 대출'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전쟁 배상금을 지불하는 경우에만 대출을 상환하면 된다. EU는 이 방식으로 향후 2년 동안 우크라이나에 1400억유로(약 233조원)를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이중 EU는 최소 900억유로(약 153조원)를 지원할 예정이며 나머지는 다른 서방 동맹국들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러한 자금 지원이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강력한 위치에서 평화 협상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대부분은 벨기에에 있는 중앙예탁기관인 유로클리어에 예치돼 있다. 하지만 벨기에는 향후 법적 책임 부담과 러시아의 보복을 우려하며 집행위의 지원 방안을 반대하고 있다.
막심 프레보 벨기에 외무장관이 지난 5월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르비우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유럽연합(EU) 외무장관 회의 중 기자들에게 발언하는 모습.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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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EU 집행위의 발표에 앞서 막심 프레보 벨기에 외무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무장관회의에서 기자들에게 "EU 집행위가 오늘 제출할 제안서는 우리의 우려를 만족스럽게 다루지 않는다"며 "이 계획으로 인해 벨기에가 직면한 위험에 대해 완전한 안전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제안서에서 벨기에의 동의를 얻기 위한 보장 내용을 명시했다. 제안서에는 러시아가 법적 대응을 하거나 보복 조치를 해서 벨기에가 손실을 볼 경우 △EU 회원국이 보상 분담 △EU 예산으로 보장 △법적 보호 조치 △러시아로의 자산 반환 금지 조항 신설 등이 포함됐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리는 EU가 최종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연대 메커니즘을 만들었다"며 "모든 회원국, 특히 벨기에가 유럽 방식대로 공평하게 부담을 분담하도록 확실히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브레보 장관은 EU 집행위의 제안이 벨기에의 우려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돈을 사용하고 위험에 직면하게 내버려 두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벨기에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더라도 이번 지원안은 오는 18~19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회원국 대다수가 이 방안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회원국 27개국 중 15개국(전체 인구의 65%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면 이 계획이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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